다회용기


협약에서 탄생한 다회용기 사업장: 배경과 의미

경기도 이천시에 ‘다회용기 대여·세척 자활사업장’이 새롭게 준공되었다. 이는 경기 사랑의열매와 이천시, 이천지역자활센터, SK하이닉스의 네 기관이 협약을 맺어 추진한 결과물로, 9일 개최된 준공식에서 공식적인 운영을 알렸다. 준공식에는 홍승표 경기 사랑의열매 부회장, 박호현 SK하이닉스 Region CPR 부사장, 엄진섭 이천시 부시장 등이 참석해, 사업장의 시작을 축하하고 미래 비전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의 배경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추세와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매립지 포화와 쓰레기 대란 등의 문제로 인해 각 지방자치단체는 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동안 일회용품 사용 규제나 재활용 캠페인이 여러 형태로 시도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전 국민적 습관 변화로 이어지는 데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 시민단체가 연계해 실질적으로 일회용품 대체재를 공급·관리하는 모델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번 이천시 사례가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기부금을 기반으로 한 이번 사업장은 “단순히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언적 목표에 그치지 않고, 지역 자활사업과 연계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천지역자활센터는 취업 취약계층에 대한 자립 지원과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다회용기 세척·소독·포장 과정 등에서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면 새로운 고용 기회가 생긴다. 즉, ‘환경 보호’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동시에 달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민간기업(SK하이닉스)의 사회공헌, 공공기관(이천시·이천지역자활센터)의 사업 수행, 사랑의열매의 재원 관리·배분이 합쳐진 모델이 앞으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회용기 대여·세척이 가져올 변화: 제로웨이스트의 진전

이번 사업장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핵심 기능은 ‘다회용기 대여’와 ‘세척·멸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간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종이 용기에 익숙해진 사회 전반의 소비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은 편의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인프라(세척장·멸균실·물류)를 갖추고 필요할 때 손쉽게 대여와 반납이 가능해야만, 진정한 제로웨이스트가 생활 속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3년 통계 출처:환경부공식자료출처: 환경부 공식자료출처:환경부공식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은 매년 약 5~7%가량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중 상당 부분이 배달 음식이나 야외 행사에서 배출되고 있는데, 대부분 즉시 폐기되어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실정이다. 다회용기 사용을 일상화한다면, 이러한 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역 축제나 대형 행사, 기업 연회 등에서도 다회용기를 단체로 대여하고 행사 종료 후 수거·세척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행사 때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쏟아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이천 자활사업장은 그중에서도 ▲다회용기 세척장 ▲멸균실 ▲건조 및 포장실 ▲물탱크실 ▲휴게실 등을 갖추고 있다. 부지면적은 2374m²로, 적지 않은 규모다. 대형 행사용 다회용기부터 일상적으로 쓰이는 컵·그릇·수저 등 다양한 품목을 세척·멸균해 재공급할 수 있을 만큼 설비를 체계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업 시작 초기에는 이천시 관내 행사나 기관·기업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향후 시설 운용 노하우가 쌓이면 인근 지역이나 인구 밀집 도시에까지 범위를 넓혀 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다회용기 대여 시스템은 이미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 시범 운영되며 긍정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예컨대, 독일의 여러 도시에서는 대형 맥주 축제 시즌에 다회용 컵 사용을 의무화하고, 회수된 컵을 전용 설비에서 세척·멸균 후 다음 행사에 재사용함으로써 수십 톤의 일회용 쓰레기를 절감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자체별로 산발적으로 시도되던 다회용기 사업이 이번 기회를 통해 체계적·상시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기여: 자활사업장의 역할

이번 자활사업장 준공은 환경 보호를 넘어,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활사업이란 주로 저소득층이나 장기실업자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천지역자활센터가 이 다회용기 사업장을 운영하게 되면, 취업 취약계층을 채용하여 세척·멸균·포장 등의 업무를 맡길 수 있고, 이를 통해 급여와 복지 혜택을 받는 과정에서 그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아래 표는 한국자활복지연구소에서 발표한 ‘자활사업 참여자의 고용 안정화 효과’ 출처:한국자활복지연구소,2022출처: 한국자활복지연구소, 2022출처:한국자활복지연구소,2022 분석 결과 중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지표자활사업 전 참가자 평균자활사업 1년 후
정규직 취업률(%)2045
월평균 소득(만원)100~120150~170
재취업 성공률(%)3060
자기효능감 지수(설문 5점 만점)2.84.1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자활사업에 꾸준히 참여한 사람들은 정규직 취업률이나 월평균 소득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무엇보다도 자기효능감(자신의 역량과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정도) 점수가 높아지는 등, 정신적·심리적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즉, 다회용기 사업장에서 일하게 되는 근로자들은 단순히 ‘일회성 임시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세척·위생·물류)에 대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향후 더 안정된 일자리를 찾거나 이 업무를 전문화할 수도 있다.

이번 준공식에 참석한 엄진섭 이천시 부시장은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며 “환경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이 지역사회에 사회공헌 기금을 투입해 직접 시설을 건립하고, 운영은 전문성을 갖춘 자활센터가 맡는 구조는 상호 보완적이라는 평가다. 앞으로 이천시가 지자체 차원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는 조례나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사업장은 더욱 탄탄한 기반 위에서 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설 소개: 다회용기 대여·세척 공정의 핵심

이번에 준공된 다회용기 대여·세척 자활사업장은 부지면적 2374m²에 달하는 비교적 넓은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주요 시설로는 세척장, 멸균실, 건조 및 포장실, 물탱크실, 그리고 직원 휴게실이 구비되어 있다. 각 과정별 설비가 갖추어져야 대규모 수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의 인프라는 국내에서도 드문 편이라는 것이 사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 세척장: 행사용 다회용기나 개인 대여용기를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수조와 전용 세척 기기가 배치되어 있다. 고온 세척이 가능해 세균과 잔류 오염물질을 최소화한다.
  2. 멸균실: 식약처 기준에 부합하는 멸균 설비가 설치되어, 완전히 소독된 다회용기를 안전하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다.
  3. 건조·포장실: 세척·멸균이 끝난 용기를 먼지·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즉시 건조하고 밀봉·포장한다. 작업자가 위생복과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해 2차 오염을 막는다.
  4. 물탱크실: 대량 세척에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관리하기 위한 시설이다. 수질 관리를 위해 주기적인 필터 교체와 위생 점검이 필수적으로 이뤄진다.
  5. 휴게실: 근로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작업 효율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재활용이나 폐기물 분리수거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다회용기 수거와 배송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물류 동선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물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일부 차량 진입로와 적재 공간을 미리 고려해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 과정을 통해 다회용기 하나가 수십, 수백 차례 재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일회성 폐기물이 급감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물론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 인력이 필수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쓰레기 처리비용 절감, 온실가스 감축, 자활근로자 고용 창출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편익이 예상된다.


지역사회와 기업의 상생: 미래 전망

다회용기 대여·세척 자활사업장의 준공은 “기업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협력하면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모범 답안에 가까워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회공헌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경기 사랑의열매가 관리·배분했으며, 이천시와 이천지역자활센터가 실제 사업을 총괄 운영하는 구조다. 이런 ‘협업의 체인’이 성공적으로 굴러가려면 장기적인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다.

실제로 박호현 SK하이닉스 Region CPR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단순 기부를 넘어 장기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홍승표 경기 사랑의열매 부회장 역시 “본 사업장은 환경과 일자리 창출을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향후에도 기업의 성금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노력할 뜻을 내비쳤다.

향후 전망을 살펴보면, 이천지역에서의 운영 성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 타 지역으로 확대되는 시나리오도 기대할 만하다.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다회용기 대여·세척 센터를 설립하거나, 기존 자활센터 내에 이를 추가로 도입할 수도 있다. 특히 대규모 축제나 박람회, 체육 대회가 빈번한 다른 지자체에서도 “일회용품 없는 행사”를 구현하기 위해 이와 같은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유사 모델을 구축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편, 이 사업이 확대·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들이 다회용기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고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재사용하는 용기 = 비위생적이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철저한 멸균·포장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용자가 쉽게 접근하고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계속 개선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 예컨대 다회용기를 이용할 때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법규 제정 등이 뒤따르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이번 ‘다회용기 대여·세척 자활사업장’은 쓰레기 문제와 고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사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보다 빨리 정착시키고, 저소득층 등 취업 취약계층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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