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싱가포르의 폐기물 관리 정책의 기본 방향

싱가포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국가 중 하나로, 경제·문화·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환경 분야에서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긴밀하게 협력해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 체계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은 단순한 정책적 구호를 넘어 실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 환경·수자원부(MEWR)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제로 웨이스트 마스터플랜(Zero Waste Masterplan)’은 오는 2030년까지 폐기물을 30% 감축하고 재활용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국가환경청(NEA)을 중심으로 3R(Reduce·Reuse·Recycle) 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분리수거와 재활용 문화를 일상생활에 정착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거시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싱가포르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실천력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NEA의 ‘블루박스(Blue Bin)’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거주지 근처에 놓인 재활용 전용 수거함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에 맡겼던 재활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으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분리배출을 실천하도록 돕는다. 실제로 NEA에서 공개한 최신 자료(2023년 기준)에 따르면, 블루박스 프로그램의 홍보와 인프라 개선에 힘입어 분리수거 참여율이 전년 대비 약 5%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NEA공식홈페이지](https://www.nea.gov.sg)출처: [NEA 공식 홈페이지](https://www.nea.gov.sg)출처:[NEA공식홈페이지](https://www.nea.gov.sg).

이러한 정책의 기반에는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맺는 ‘파트너십’이 견고하게 자리한다. 특히 싱가포르 포장협정(SPA)은 정부와 기업, NGO가 함께 협력해 대규모 폐기물 감축 목표를 달성한 대표 사례다. 2007년에 출범한 SPA는 2020년까지 총 6만2000톤(t)의 폐기물을 줄이고 1600억 원 상당의 비용 절감을 이뤄냈다. 이는 포장재를 사용하는 주요 기업의 자발적 참여, 시민 인식 개선, 효율적인 수거 시스템이 맞물려 이루어진 결과다. 더 나아가 싱가포르 정부는 자원순환기본법에 준하는 법적 장치를 통해, 재활용과 분리수거의 문화가 일회적 캠페인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적 틀을 공고히 하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가 추진하는 폐기물 감축 노력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다. 매년 폐기물 발생량, 재활용률, 매립지 적재율 등이 세부적으로 측정·관리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 개선과 기술 개발 방향을 설정한다. 이런 식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목표 달성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능형 솔루션: BINgo와 스마트 재활용 기술

기존의 분리수거 방식은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과 수고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에, 정확성과 편의성에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지능형 솔루션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과학기술연구청(A*STAR)과 기업 컨소시엄이 개발한 스마트 쓰레기통 ‘BINgo’다. BINgo는 내부에 장착된 센서와 AI 기반 분류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가 투입한 폐기물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만약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에 이물질이 섞여 오염됐다면, 해당 정보를 쓰레기통 전면 스크린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안내하여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교육해준다.

이러한 기술적 접근은 재활용 인프라를 한층 효율적으로 개선한다. 시민들은 별도의 분류 작업 없이도 편리하게 폐기물을 투입할 수 있고, 시스템이 이를 자동으로 인지해 적절한 재활용 프로세스로 이어지도록 돕기 때문이다. 또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어떤 지역에서 어떤 종류의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지, 어느 시간대에 수거량이 집중되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할 수 있어, 향후 폐기물 관리 전략 수립에도 기여한다. 실제로 NEA가 공개한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 쓰레기통이 설치된 지역의 재활용률은 평균 15~20% 이상 증가했으며, 오염률 또한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했다 출처:[NEA보고서,2023](https://www.nea.gov.sg)출처: [NEA 보고서, 2023](https://www.nea.gov.sg)출처:[NEA보고서,2023](https://www.nea.gov.sg).

여기에 더해, 폐기물 처리 업체인 ‘800 슈퍼(800 Super)’가 개발한 스마트 재활용 쓰레기통은 재활용에 적극 참여하는 주민에게 대형마트 상품권 등으로 교환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개인의 선행을 금전적 혹은 물질적 보상으로 연결함으로써, 시민들의 참여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러한 보상 시스템은 향후 2025년까지 83개 지역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싱가포르 정부는 재활용 수거 체계를 보다 단단히 구축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는 마치 게임의 ‘레벨 업’ 시스템과 유사하게,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아울러 싱가포르는 다양한 기업·연구기관과 협업해 다른 형태의 스마트 기술도 검토 중이다. 예컨대 RFID 태그를 부착해 각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의 종류와 양을 실시간으로 트래킹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분리수거 지침이나 지역별 재활용 통계를 제공하는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이러한 지능형 솔루션이 점차 정교해질수록, 시민들은 보다 편리하게 환경보호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정부와 기업도 관리 비용을 절감하며 재활용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장 폐기물과 전자 폐기물: 도전과 대응 전략

싱가포르는 도시의 특성상 일회용 포장재 사용량이 높은 편이다. 2021년 기준 고형 폐기물 발생량은 총 694만 톤(t)이었으며, 이 중 가정에서 배출되는 양은 182만 톤이었다. 특히 포장 폐기물은 53만 2,000톤에 달해 전체 고형 폐기물 중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NEA의 공식 발표다. 이러한 포장재는 주로 식음료 테이크아웃, 각종 소매업체의 물품 포장, 온라인 쇼핑 증가로 인한 배송 포장 등에서 비롯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 소재 사용과 포장 최소화를 유도하고, 소비자에게는 다회용 봉투·용기 사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포장협정(SPA)은 포장재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기업과 정부, NGO가 협력해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SPA 회원사 중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 싱가포르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 병을 출시하며, 패키징 전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이미지 개선’을 넘어, 실질적인 폐기물 절감을 이루어냈다는 점은 다른 기업에도 긍정적 자극을 주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는 전자 폐기물(E-Waste) 문제에도 적극 대처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 발달과 함께 가전제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자 쓰레기 양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NEA가 지난 2021년 도입한 ‘확장된 생산자 책임 제도(ERP)’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전자제품 생산자가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폐기물 회수와 처리를 책임지도록 요구한다. 즉,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이 용이한 부품을 설계하고, 최종 사용 후에도 제품 회수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싱가포르는 2025년부터는 대형 전자제품 폐기물을 집 앞에서 무료로 수거하는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불법 투기나 방치로 인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

아래 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싱가포르 주요 폐기물 유형별 발생량 추이를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단위: 만 톤). 출처:NEA통계종합보고서(2023)출처: NEA 통계 종합 보고서(2023)출처:NEA통계종합보고서(2023)

폐기물 유형2021년2022년2023년 (추정치)
고형 폐기물(총)694702710
가정 배출182185188
포장 폐기물53.254.055.0
전자 폐기물6.06.26.5
음식물 쓰레기66.067.568.0

위 표에서 보듯이, 포장 폐기물과 전자 폐기물은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이는 국제 무역과 온라인 소비가 활발한 싱가포르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책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이 부문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며, 자발적인 시민 참여와 기업의 혁신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음식물 쓰레기와 최종 매립지 세마카우의 지속가능성

싱가포르가 직면한 또 다른 핵심 과제는 음식물 쓰레기이다. 2019년에 제정된 자원 지속 가능성 법(RSA)에 따라, 싱가포르는 음식물 쓰레기를 4단계로 관리하고 있다. 즉,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캠페인 △남은 음식을 기부하거나 재사용하는 활동 △폐식품을 사료·비료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 △잔여물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단계별 접근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부 대형 외식업체는 남은 음식을 비영리 기관에 기부하여 취약계층 지원에 기여하고, 가정에서는 남은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시도하도록 장려하는 온라인 레시피 공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NEA 통계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생활 습관 변화, 배달 문화 확산, 증가하는 인구 및 관광 수요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단순 소각이나 매립이 어렵고, 처리 과정에서 악취나 오염물질 발생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에 대응해 상업용 빌딩과 대형 식품 제조업체에 음식물 쓰레기 분리 배출 의무를 강화하고, 원천 감량을 위한 기술 개발에 정부 연구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기술적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종 매립지인 세마카우(Semakau)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1999년에 운영을 시작한 세마카우는 약 1만1200개의 올림픽 규격 수영장에 해당하는 양의 쓰레기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매립지로, 당초 2045년까지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증가하는 폐기물 양과 예측을 뛰어넘는 소비 패턴으로 인해, 2035년경에는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신 NEA 발표(2023년)에서도 세마카우의 남은 사용 가능 공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쓰레기 매립의 한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마카우 매립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고, 재활용과 에너지화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와 기타 생활 폐기물을 합쳐 바이오가스나 전기로 전환하는 ‘자원화’ 기술의 고도화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싱가포르 정부 역시 에너지·환경 분야의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협력을 촉진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폐기물을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적극 장려 중이다. 이는 향후 싱가포르가 탄소중립 및 제로 웨이스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녹색 도시로의 도약: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싱가포르는 이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녹색 경제와 환경 정책의 선도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마스터플랜을 비롯해 확장된 생산자 책임 제도, 포장협정, 음식물 쓰레기 4단계 관리 전략 등 종합적인 제도와 프로그램을 통해, 폐기물 문제를 다각도로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기업의 기술 혁신, 그리고 시민들의 인식 제고가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경우, 싱가포르는 전 세계 도시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종합 솔루션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은 과제도 존재한다. 단발적인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소비 패턴 자체를 전환해야 하며, 신규 기술 도입에 따른 비용 및 인프라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예컨대 BINgo와 같은 스마트 쓰레기통이 보편화되려면 초기 구축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수거된 폐기물을 실제로 어떻게 재활용 공정에 안정적으로 연결할 것인지 등이 숙제로 남는다. 또한 포장 폐기물과 전자 폐기물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만큼, 법적 규제와 산업계 자발적 참여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지도 중요한 이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하고, 기술 혁신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 싱가포르의 사례는 폐기물 발생이 많은 대도시나 국가에 하나의 ‘벽을 깬 선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 많은 도시들이 싱가포르의 정책과 기술 솔루션을 벤치마킹하여, 제로 웨이스트 목표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 순환 경제와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싱가포르의 경험이 긍정적인 참고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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