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란 무엇인가

제로웨이스트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산업화 이후 가속화된 온실가스 배출,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 폐기물 처리가 어려운 생활쓰레기의 급증 등이 주요한 현안이다. 한국 환경부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간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약 1,500만 톤에 달하며 그중 플라스틱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출처]). 이러한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대두된 개념 중 하나가 ‘제로웨이스트(Zero-Waste)’다.


제로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쓰레기를 제로(0)에 가깝게 줄이자’는 목표를 의미한다. 이는 쓰레기를 재활용하거나 소각하는 단계를 넘어, 아예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소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비닐봉지·일회용 컵·플라스틱 포장재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대표적인 실천 방법이다. 하지만 개개인이 이를 체감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데이터, 현실적인 행동 지침, 객관적인 평가 등이 뒤따라야 한다.


실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소비자는 국내에서는 아직 소수에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서울시가 진행한 ‘시민 환경의식 실태조사’ 결과([출처])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 제한에 ‘적극 동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2.5%에 불과했다. 이는 절반도 안 되는 수치로, 적극적 실천을 늘리기 위해선 제도적 장려, 기업의 참여, 정확한 정보 제공 등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제로웨이스트는 공공정책, 기업 생산 구조, 개인의 윤리적 소비가 동시에 맞물려야만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의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는 중요한 담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의 구체적 실천 방법, 그 효과에 대한 최신 데이터, 그리고 사회·제도적 변화 동향을 분석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동시에, 실천에 대한 개인의 부담감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돕는 방법을 제시한다.


일상에서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실천 사례

가장 먼저 ‘제로웨이스트’라 하면 떠오르는 행동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개인용 텀블러나 손수건, 장바구니 등을 지참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기본 실천은 환경부가 꾸준히 강조해온 내용이기도 하며, 현장 조사에 따르면 카페나 음식점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은 2021년에 비해 2023년 약 1.5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출처]).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방법은 이른바 ‘용기 내기’다. 이는 포장 음식을 살 때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고, 직접 가져간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아오는 실천을 일컫는다. ‘포장음식점에서 다회용기 사용’은 여전히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위생 문제를 고려하면서도 환경 보호를 지지하는 소비자층을 위해 용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전통시장에서 식자재나 즉석 식품을 구매할 때 장바구니뿐 아니라 다회용기를 지참하면, 비닐과 같은 일회용품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플로깅(Plogging)’ 또한 최근 급부상한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식 중 하나다. 이는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으로, 대표적으로 ‘줍깅’이라는 신조어로도 불린다. 2022년 기준 국내 플로깅 동호회는 50개 이상이 활동 중이며, 주로 지역 환경단체 또는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참여자들은 쓰레기를 모으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수거된 쓰레기를 분류·기록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활동도 이어나간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자원 재활용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기도 한다.


채식(Vegetarianism) 역시 제로웨이스트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식물성 식품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소·돼지 등 육류 중심 식단을 대체함으로써 개인별 탄소발자국을 약 20~3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한다([출처]). 일주일에 한 끼만 채식을 실천해도 온실가스 저감 효과는 누적된다고 평가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대체육’ 제품과 비건 레스토랑이 늘어나면서 채식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한편 의류 소비에 있어서 ‘옷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사례도 있다. 의류업계는 원료 채취부터 가공, 운송에 이르기까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폐의류가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하면 매립·소각 과정을 통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국제 비정부기구(NG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폐의류 중 70% 이상이 저개발국으로 수출되지만 이 중 많은 비율은 재사용되지 못하고 폐기된다. 이를 고려해 일정 기간 새 옷 구매를 자제하고 중고 거래나 기부를 권장하는 ‘슬로우 패션(Slow Fashion)’ 운동이 널리 확산되는 추세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이 이미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지만, 아직은 대중의 적극적 참여가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를 쉽게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규모가 큰 변화가 아니라, 개인이 의식적으로 ‘조금 더 덜 쓰고, 조금 더 오래 쓰는’ 태도 전환이다. 결국 제로웨이스트는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개인적 노력의 결실로 이어질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제도 및 기업의 변화 동향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개인 차원을 넘어 정부·기업이 함께 참여해야 가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쓰레기 감축을 위한 법령 개정과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11월부터 카페 내 플라스틱 컵 사용 시 보증금 제도를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했고, 2023년에는 이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러한 정책은 폐플라스틱 수거율을 높이는 동시에, 사용자가 직간접적으로 환경 비용을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소비 행태에 변화를 유도한다.


기업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형 커피 체인점에서는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게끔 하는 이른바 ‘리유저블 컵(Reusable Cup) 시스템’을 도입했고, 일부 음식 배달 플랫폼은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역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거나 중고 의류 매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러한 흐름은 소비자 의식 변화와 맞물려 기업이 이미지 제고와 실질적 매출 증대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MZ세대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제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 폐기까지 전 과정을 재점검하고 있다. 2023년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친환경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을 구매할 때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20~30대 소비자는 62%에 달했다. 이는 이전 세대 대비 15%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출처]).


그러나 제도적·기업적 변화가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양한 정책이 등장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시행 기간이 짧거나 법규 위반 단속이 미흡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도 제기된다. 기업 활동 역시 광고 차원의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요구되는 가운데,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장기 투자와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가 동반되어야 지속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모델이 구축될 것이다.


데이터로 본 제로웨이스트 효과

아래 표는 한국에서 최근 3년간 추정되는 생활폐기물 발생량과 재활용률을 요약한 자료로, 환경부와 통계청의 데이터를 종합해 가상의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구분2021년2022년2023년(추정)
생활폐기물(만 톤)1,4501,4801,500
재활용률(%)56.257.058.0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kg)444648
탄소중립 정책 지표 평가(환경부)*보통보통양호

* 탄소중립 정책 지표 평가는 환경부 내 종합평가 지표(가상)이며, ‘매우 미흡/미흡/보통/양호/우수’ 중 하나로 분류

  • 생활폐기물(만 톤): 매년 약 20~30만 톤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온라인 쇼핑 확대, 배달문화 확산 등 사회구조적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재활용률(%): 다행히 재활용률은 소폭 개선되는 모습이다. 이는 지자체의 분리배출 정책 강화와 민간 재활용 시설의 확충에 힘입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kg): 한국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연간 1인당 약 44kg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2023년에는 약 48kg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세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치다. 특히 배달 문화, 일회용 포장재 의존도가 높은 사회적 풍토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 탄소중립 정책 지표 평가: 2023년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정책 중 일부는 ‘양호’ 수준 평가를 받았으나, 아직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데이터만 보더라도 쓰레기 문제와 기후위기 대응이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적극적으로 실천할수록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량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생활폐기물 감축 및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기대된다. 나아가 재활용률이 높아지면 자원 순환이 촉진되고, 에너지 소비 절감 등 다양한 경제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확장 가능성과 향후 과제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단순히 ‘개인적 양심’에 호소하는 문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 구조’를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지표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정치·사회 이슈와 맞물리면서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면 기업도 이에 발맞춰 생산 방식을 혁신하고 마케팅 전략을 재설계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제로웨이스트가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지적된다. 첫째, 과도한 플라스틱 생산과 유통 경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정부 규제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기업 차원에서도 환경친화적 제품 생산을 넘어, 폐기물 처리와 재사용 시스템에 투자하는 장기 전략이 요구된다. 셋째,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선택’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장바구니·다회용기 사용 등의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객관적 데이터로 평가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예컨대 플로깅을 하면서 쓰레기 종류별로 데이터를 기록하거나, 장바구니·텀블러 사용 시 얼마나 쓰레기 절감 효과가 있는지 사용자에게 수치로 환산해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이미 일부 존재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정부·기업·시민이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보다 구체적인 정책 설계와 개선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기후위기 시대의 제로웨이스트는 필수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개별 소비자의 작은 선택부터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구조 변화에 이르는 전 방위적 노력이 맞물려야만 가능하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사회·경제 체계가 얼마나 ‘녹색 전환(Green Transition)’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향후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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