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줄이거나(Zero) 혹은 발생 자체를 최소화(Waste)하려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요. 본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의 개념과 국내외 동향, 기업 및 정부의 역할, 소비자 행동 변화, 그리고 최신 통계와 전망까지 전문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의 개념과 국내외 동향

제로웨이스트는 사전적 의미로, 불필요한 포장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적극 사용하여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사회적·환경적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이 운동은 처음에는 환경단체나 소수의 환경운동가들로부터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어 정부·지자체, 기업, 소비자 모두가 주목하는 전 지구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2014년 독일에서 시작된 ‘포장되지 않은 가게(Original Unverpackt)’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후 유럽 여러 국가와 미국, 덴마크, 그리고 아시아권까지도 제로웨이스트 숍과 카페, 레스토랑 등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 개념이 활발히 적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약 2016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빈 용기를 직접 가져가 원하는 만큼만 담아가는 이른바 ‘소분형 매장’이 생겨났는데, 배우나 인플루언서의 참여로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최근에는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각지로 매장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제로웨이스트 실천 양상은 특정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시민층으로 확산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환경부가 2024년 12월 발표한 ‘포장재 및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 실태조사’(참고: 환경부, https://www.me.go.kr [2025년 3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주요 대도시 소비자의 40% 이상이 “일상에서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방법을 실천하려 노력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통계는 제로웨이스트 인식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세계적 동향과 발맞춰 한국의 시민·기업·정부 역시 포장재와 일회용품 사용 저감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포장재를 안 쓰는 것만 의미할까요? 실제로는 생산부터 소비, 처리까지 쓰레기가 발생하는 전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을 지향합니다. 예컨대 독일에선 라떼를 만드는 과정에서 남은 우유 거품으로 치즈를 만들어 식재료 낭비를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이 남는 식품 재료를 제로웨이스트 방식으로 재구성해 제공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감축했습니다.
이렇듯 각 나라의 사례는 “최소한으로 줄이자(Zero Waste)”를 넘어 “처음부터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라는 움직임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 환경적 부작용, 그리고 자원 낭비 등을 줄일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사회·경제적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기업 및 정부의 역할과 정책 동향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 개입은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안정적으로 확산되기 위한 핵심 요소입니다. 개인이 장바구니를 사용하거나 다회용 용기를 활용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대규모로 물류와 제품 생산 과정을 담당하는 기업에서 포장재 절감과 재활용에 관심을 기울이면 즉각적인 효과가 수백만~수천만 배로 증폭될 수 있습니다.
국내 한 유통 대기업은 2023년 이후 친환경 패키징 전담 팀을 구성해 자사의 PB(Private Brand) 상품부터 비닐 포장 대신 종이와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해당 시범사업으로 연간 약 2,500톤의 비닐 쓰레기가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이는 단일 기업 한 곳의 노력만으로도 소비자 개개인이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효과와 맞먹는 수준이며, 다른 기업들이 동참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훨씬 커질 전망입니다.
정부 역시 규제를 통해 쓰레기 절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 확대 방안’에 따라 전국 식당과 카페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시 추가 부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참고: 환경부, https://www.me.go.kr). 2025년 말까지 단계별로 적용 대상 업종이 확대되어, 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업체까지 규제 범위가 넓어질 예정입니다. 이런 규제는 시민 생활에 직결된 만큼 초기에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사회 전반에 정착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정부 기관과 지자체가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 체험 행사’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학교·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을 전개하고, 경기도는 중소상공인을 위한 무포장 상품 판매 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적 지원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소규모 상권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생태계 전반에 제로웨이스트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소비자 행동 변화와 현장 사례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재래시장을 활용하여 필요한 만큼만 식재료를 구입하는 ‘소분 구매’, 카페에서 텀블러와 개인용 빨대를 사용하는 ‘다회용 생활화’, 샴푸·세제·커피 등을 용기에 덜어서 파는 ‘제로웨이스트 숍’을 이용하는 활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무포장 슈퍼마켓’과 비슷한 개념의 매장뿐 아니라, 일회용 플라스틱을 완전히 배제한 욕실 용품 전문점, 메이크업 제품 리필숍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포장재가 줄어든 상품은 품질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 달리 국내외 여러 사례에서 무포장 판매가 오히려 신선도를 높인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재사용 가능한 소재(유리병, 스테인리스 용기 등)에 식자재를 보관하면 공기 차단이 더 확실하게 이뤄져 식품 부패를 예방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2024년 한 환경단체와 시민 참여단 32명이 함께 진행한 “플라스틱 없이 장보기” 실험 결과, 일상적으로 소량 포장된 과일·채소보다 무포장 제품을 구입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식품을 낭비하지 않게 되므로 경제성이 뛰어났다는 조사도 있습니다(참고: 그린피스, https://www.greenpeace.org/korea [2024년 실험 결과]). 예를 들어 포장된 채소를 한꺼번에 다 사놓고 일부 상하게 되면 결국 식품 폐기율이 올라가는데, 무포장으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면 이런 낭비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환경 보호에 좋다”는 관념적인 가치만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편 SNS에서도 ‘#용기내챌린지’ 같은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한데, 이는 개인 용기를 사용해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용기(Courage)’와 ‘용기(Container)’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캠페인입니다. 현장 사례들을 보면, 개인 소비자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에서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신 데이터로 살펴본 제로웨이스트 시장 전망
2025년 2월 기준, 국내 제로웨이스트 관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그린 컨슈머(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자)와 MZ세대, 그리고 부모세대까지 폭넓은 계층이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와 한국소비자원이 공동 발표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확산 보고서(2025)’에 따르면, “제로웨이스트 숍과 카페 등 무포장 매장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수도권 기준 28%, 광역시·도 기준 17%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불과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시장 전망도 밝은 편입니다. 다만 ‘제로(0)’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 때문에 완벽한 쓰레기 ‘0’을 실현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최대치로 감축하자”는 방향성이 정부 정책과 기업 마케팅 전략에 반영되면서, 2026년 이후에도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연구기관들은 제로웨이스트 산업의 하위 분야 중 특히 재사용 컨테이너, 리필 스테이션, 무포장 배송 서비스 등과 같은 ‘소비자 편의성 강화’가 핵심이 될 것으로 분석합니다.
아래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제로웨이스트 숍의 증가 추이를 간략히 정리한 표입니다. (숫자는 추정치이며, 환경단체와 지자체 자료를 종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연도 | 매장 수(추정) | 비고 |
---|---|---|
2018 | 20 | 수도권 중심, 초창기 무포장 가게 등장 |
2019 | 45 | 배우·인플루언서 SNS 소개로 관심 확산 |
2020 | 80 | 친환경 관련 정부 보조금 프로그램 증가 |
2021 | 120 | 지방 주요 도시에도 속속 등장 |
2022 | 160 | 온라인 무포장 배송 서비스 확대 |
2023 | 210 | 대형 마트 무포장 코너 시범 운영 시작 |
2024 | 280 | 지자체 주도 제로웨이스트 사업 확대 |
표에서 보듯, 매장 수가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최근에는 일반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도 무포장 코너나 리필 스테이션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제로웨이스트가 더 이상 소수의 환경 애호가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시민 대다수가 참여하는 사회운동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로웨이스트 소비문화 확산을 위한 과제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덜 버리자’는 차원을 넘어, 전 지구적 자원 순환의 핵심 전략으로도 간주됩니다. 장기적인 기후 위기 대응과 자원 절약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첫째, 인프라 확충 문제입니다. 무포장 상품을 구매하려면 기업과 유통망이 해당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판매자와 소비자 양측 모두가 재사용 용기나 친환경 소재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협조가 필요합니다. 둘째, 시민 인식 개선입니다. 현재 일부 소비자는 여전히 편의성을 선호해 일회용품과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셋째, 제도적 장벽입니다. 예컨대 식품위생법이나 안전기준 등으로 인해 재사용 용기 사용에 대한 규제가 복잡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게 운영자나 기업이 무포장 제품을 취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발적인 행동, 기업의 책임 있는 생산·유통 전략, 그리고 정부의 제도 정비가 삼위일체로 작동해야 합니다. 최근 지자체 차원에서 무포장 매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재활용 기기를 확충해 쓰레기 회수율을 높이는 정책적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입니다(참고: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자료, http://gov.seoul.go.kr [2025년 1월 기준]).
더 나아가, 제로웨이스트가 기존 소비문화를 전면 대체하기보다는, “필요한 곳에는 적정한 포장을, 불필요한 곳에는 포장을 줄이거나 없애는” 합리적 균형을 찾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과 정부가 앞장서고, 소비자들이 적극 호응하면서 함께 개선을 만들어가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제로웨이스트는 그 이름 그대로 “진정한 0에 가까운 폐기물”을 실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