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쇼핑의 개념과 중요성

최근 사회 전반에서 기후 위기와 환경 보호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제로 웨이스트 쇼핑(Zero Waste Shopping)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쇼핑이란 말 그대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소비’에 초점을 맞추어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 가능한 용기나 다회용 가방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쇼핑 방식을 의미한다. 2023년 기준 국내 생활폐기물량 통계(출처: 환경부)에 따르면, 가정·상업 시설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 중 포장재와 일회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어, 제로 웨이스트 쇼핑 실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이유로 온라인 쇼핑이나 대형 마트에서 제공하는 과도한 포장재를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일회용 포장재가 단 한 번 사용된 뒤 곧바로 폐기물로 전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택배 상자, 비닐, 플라스틱 랩 등은 모두 환경부하를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한국처럼 배달과 택배 문화가 발달한 환경에서는, 이로 인한 쓰레기 양이 점차 급증하고 있으며 재활용 인프라가 제때 따라주지 못할 경우 결국 소각 또는 매립이라는 처리 방식을 택해야 한다.
물론 제로 웨이스트 쇼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불편함’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감수가 필요하다. 포장재가 없는 제품을 구매하려면 직접 장바구니, 용기 등을 챙겨야 하고, 다른 대안이 없으면 리필 스테이션이나 벌크 푸드 매장을 찾느라 이동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쓰레기를 대폭 줄이고, 환경적·사회적 비용까지 아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또한 대형 브랜드나 유통업체 역시 최근 들어 친환경 포장재나 제로 웨이스트 전략을 내놓고 있으므로, 소비자들의 지속적 관심과 적극적 선택이 이어진다면 정책과 시장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장 없는 마트와 리필 스테이션: 국내외 동향
포장 없는 매장이나 리필 스테이션은 제로 웨이스트 쇼핑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벌크 푸드 스토어와 리필 스테이션 매장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이 직접 통이나 병, 에코백 등 재사용 용기를 가지고 방문하여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예컨대 세제, 샴푸, 바디워시 등 액체류는 리필 스테이션에서 g 단위나 mL 단위로 구매가 가능하며, 곡물·견과류·차 등은 벌크 존에서 원하는 양을 덜어 담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영국·독일·캐나다 등의 대도시에서는 벌크 푸드 전문 체인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리필 스테이션은 다양한 제품군을 다루기 시작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심지어 화장품과 세탁세제, 반려동물 사료 등까지 담아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순환경제(Action Plan for the Circular Economy)’ 전략의 일환으로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포장 없는 쇼핑 문화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받고 있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포장 없는 매장 혹은 리필 스테이션으로는 알맹상점(서울), 더 피커(성수동), 지구샵(온라인) 등이 알려져 있다. 이들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용기를 지양하고, 대신 유리병, 스테인리스, 천 주머니 등을 적극 권장한다. 대형마트 일부 지점 역시 ‘친환경 구역’ 혹은 ‘에코 존’을 마련하여 별도의 벌크 코너를 시범 운영하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포장 없는 매장이 균일하게 분포하지는 않아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으나,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온라인 쇼핑에서의 현실적 실천 방안
포장 없는 매장은 제로 웨이스트 쇼핑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에 고르게 분포해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을 이용할 때에도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대형마트를 방문할 때는 장바구니나 에코백을 지참하는 것은 기본이다. 육류·생선 구매 시에는 스테인리스나 유리 밀폐 용기를 직접 가져가 담아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최근 일부 지역 마트에서는 이런 방식의 구매를 거부하지 않고,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포인트 적립 등 보상정책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가공식품이나 간편식을 선택할 때는 ‘낱개 포장’을 최대한 피하고, 하나의 큰 포장 단위 안에 여러 개가 들어 있는 제품보다는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종이, 금속 등)를 사용한 상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온라인 쇼핑의 경우 불필요한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한 소비자 옵션이 점차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포장 간소화’ 요청란이 존재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직접 “불필요한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여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완벽하게 포장을 없앨 수는 없어도, 상자 안에 또 다른 비닐포장 등의 이중·삼중 패키징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생분해 가능한 플라스틱 필름이나 재활용 소재 종이테이프 등을 사용하는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쓰레기 부담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다.
아래 표는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제공하는 친환경 옵션 여부를 간단히 요약한 것이다.
구분 | 친환경 포장 옵션 | 리필 서비스 | 예시 브랜드/매장 |
---|---|---|---|
대형마트 | 일부 지점 | 제한적 | 이마트 에코존, 롯데마트 친환경 코너 |
리필 스테이션 | 포장 없음 | O | 알맹상점, 더 피커 |
온라인 쇼핑몰 | ‘포장 최소화’ 요청 가능 | 일부 | 지구샵, 프롬에이, 대형 온라인몰(선택제) |
데이터로 본 제로 웨이스트 쇼핑 효과와 전망
제로 웨이스트 쇼핑이 실제로 얼마나 환경에 기여하는지 수치로 확인해보면, 쓰레기 감축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컨대 2022년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통계를 살펴보면(출처: 서울특별시),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류가 전체 생활폐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 정도다. 그러나 매장 내 벌크 코너나 리필 스테이션을 주로 이용하는 가구는 해당 비중을 최대 30~5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포장재를 여러 겹으로 사용하는 식품·생필품의 특성상, 한 번의 쇼핑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배출량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제로 웨이스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친환경 패키징 라인업을 출시하거나 재활용 소재 비중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80% 이상 감축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2023년 6월 발표)했으며, 각국 정부에도 일회용품 규제와 재활용 의무화를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기조에 힘입어, 한국 역시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예컨대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 대형마트 범위를 확대하거나, 배달음식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 등이 논의 중이다.
제로 웨이스트 쇼핑은 단순히 ‘소비자가 얼마나 불편함을 감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적으로는 상품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종합 솔루션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와 정책이 뒷받침되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제로 웨이스트 쇼핑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되며, 관련 시장 규모 또한 점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제로 웨이스트 쇼핑, 일상으로 스며드는 방법
실생활에서 제로 웨이스트 쇼핑을 꾸준히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내지 않고, 작은 습관부터 조금씩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주말 장보기를 하는 날에는 반드시 에코백과 재사용 용기를 미리 챙기는 습관을 들이고, 온라인 주문 시에도 늘 ‘과대 포장 자제 요청’을 체크하는 단계를 거치는 식이다.
소비 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도전하는 방법이 상당히 유용하다. 서로 무엇을 어떻게 구매했는지, 어떤 제품이 불필요한 포장을 많이 동반했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개선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 큰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 또한 SNS나 블로그 등에 실천 과정을 기록해두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알릴 수 있다. 최근에는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라는 해시태그를 활용해, 개인이 실천한 경험담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나 기업에서 진행하는 각종 리워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볼 수 있다. 다회용기 반납 시 일정 금액을 적립해 주거나, 리필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들이 실제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혜택을 누리면서 자연스럽게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으므로, 단순한 ‘친환경 활동’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제로 웨이스트 쇼핑이 사회 전반에 안착할 때,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는 물론이고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속 가능한 시장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 및 키워드
제로 웨이스트 쇼핑은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을 위한 단순한 ‘캠페인’에서 벗어나, 개인과 사회, 나아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소비 패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활용하며, 기업과 정부 역시 이를 적극 지원한다면 폐기물 감축은 물론이고 새로운 산업 기회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해외 선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러한 착한 소비는 ‘불편함’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실제 데이터로도 높은 감축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일상의 작은 실천이 모여, 궁극적으로는 커다란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