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수소 에너지 협력의 배경

일본 도쿠시마현과 제주도의 교류는 단순한 행정적·정치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수소 생태계 구축과 자원순환 정책을 중심으로 다각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한다는 데서 큰 의의를 갖는다. 특히 양 지역 모두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로 부상한 수소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실질 제로(0)’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국제사회 전반에서 2050년 전후를 목표 시점으로 설정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데, 그중에서도 수소는 화석연료 대체재로서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 여러 에너지원 가운데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높은 열효율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기에너지가 어떻게 생성되느냐에 따라 친환경성의 정도가 달라지지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면 ‘그린수소’를 만들어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도쿠시마현은 이러한 수소경제 체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2016년부터 이동식 수소충전소를 운영해 왔다. 이어 2022년 4월에는 일본 최초로 제조와 공급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고정식 시설인 ‘토아고세이(TOAGOSEI) 수소충전소’를 개소함으로써, 탄소중립 실현 속도를 더욱 높였다. 제주도 역시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정책 등을 통해 지역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 주력해 왔으며, 최근에는 그린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와 도쿠시마현이 협력하게 된 배경은 명확하다. 양 지역 모두 수소의 활용 범위를 자동차 연료뿐 아니라 주택용, 상업용, 산업용 등 사회 전반으로 확장해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번 교류를 통해 각 지역이 쌓아 온 정책 경험과 기술 노하우, 그리고 제도적 지원 사례 등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제 유가 변동성,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등 다양한 이슈가 겹치고 있기 때문에, 수소에너지 도입과 자원순환 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양 지역 간 교류는 향후 탄소중립을 위한 지역 주도형 에너지 모델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도쿠시마현 수소충전소 운영 현황

도쿠시마현은 일본 내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수소에 주목해 정책적으로 지원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토아고세이 수소충전소’이며, 이곳은 수소를 직접 제조하고 공급까지 담당하는 온사이트(On-site)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가성소다(苛性ソー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정제해 곧바로 공급함으로써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적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하루 약 50대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만큼 인프라 확충 속도도 주목할 만하다.

다음은 도쿠시마현 토아고세이 수소충전소의 주요 특징과 규모를 간략히 정리한 표다.

구분내용출처
운영 방식제조·공급 일체형(온사이트)TOAGOSEI 공식 사이트
연간 운영 시작2022년 4월(일본 최초 고정식 시설)도쿠시마현 현지 보도자료
수소 생산 원료가성소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도쿠시마현 지역 기업 보고서
최대 충전량시간당 27㎏, 하루 약 50대 규모 충전 가능토아고세이 자체 보고서
디자인 특징건축가 모리시타 오사무 설계, 자연과 조화되는 구름 형상일본 건축 전문 매거진 <건축저널>

이 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온사이트 방식이 무탄소 공급망 실현에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소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탱크로리나 파이프라인이 필요해,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토아고세이 시설은 ‘원료 생산-가공-충전-판매’가 한곳에서 이뤄지기에, 이송 과정의 탄소발자국(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불필요한 이동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여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 형성이 가능하다.

이러한 운영 시스템은 제주도가 추진하는 그린수소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제주도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만들고, 이를 자동차 연료는 물론 산업 전반과 주택용 에너지원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 중이다. 도쿠시마현의 온사이트 운영 방식과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생산 모델이 결합한다면, 향후 대규모 수소 경제권 형성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제주의 그린수소 전략과 목표

제주도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을 표방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수소경제 체계 도입에 상당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왔다. 풍력·태양광 발전 비중을 크게 늘렸고, 이를 기반으로 수소를 생산해 도내 수소차와 버스 등에 공급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도내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해 수소 저장 기술 및 인프라 관련 연구를 강화해 오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 시작된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을 통해 세계 각지의 전문가들이 제주에 모여 수소경제와 재생에너지의 융합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는 제주가 국내외 수소허브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제주도는 이 포럼에서 다양한 국제 파트너와의 협력을 모색하며, 수소 정책의 제도적·기술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해당 포럼이 개최되었으며, 2025년까지 이어지는 후속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중장기적 안목에서 수소 생태계 확장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수소 생산량을 연동해 안정적인 에너지 믹스를 구현하는 것이 제주가 당면한 과제 중 하나다. 전력 공급이 자연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풍력·태양광 특성상, 전력 공급이 남을 때는 수소 생산으로 전환하고, 전력이 부족할 때는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해 전기를 다시 공급하는 ‘양방향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전통적 화력발전이 지니던 안정적 공급 방식을 대체하는 데에 필수적인 운영 전략이다.

한편, 제주도의 장기 목표인 ‘2040 플라스틱 제로’ 정책 역시 자원순환 측면에서 수소 경제와 맞물린다. 화석연료 기반 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자원 사용 효율을 높이는 정책은 탄소 배출량 저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즉, 수소 에너지를 활용해 플라스틱 생산과 관련된 공정을 보완하거나 대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연 순환형 경제체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기술적 연결 고리를 강화하는 것이 제주가 지향하는 미래 에너지 사회의 핵심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자원순환 정책 교류: 가미카츠 제로웨이스트센터 사례

이번 교류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분야는 ‘자원순환 정책’이다. 제주도 방문단이 찾은 도쿠시마현 가미카츠 마을의 제로웨이스트센터는 쓰레기 최소화와 자원 재활용의 모범사례로 유명하다. 가미카츠 마을은 ‘쓰레기 제로’를 목표로 2002년부터 주민들과 협력해 분리배출·재활용 방식을 체계적으로 확립했으며, 그 결과 일본 전역은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는 친환경 지역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제로웨이스트센터는 쓰레기 분류를 45가지 이상으로 구분할 만큼 세밀한 정책을 운영한다. 이러한 체계적 분류 작업을 통해 재활용될 수 있는 소재를 최대한 회수하고, 소각이나 매립으로 이어지는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선진적인 폐기물 관리 사례로 손꼽히며, 이곳의 운영 경험을 배우고자 하는 지자체와 연구기관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제주도 역시 2040년까지 플라스틱 제로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를 운영해 생활쓰레기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지역 특성상 관광객 유입이 많은 만큼 발생하는 쓰레기양도 상당히 많다. 따라서 일반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포괄하는 자원순환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쓰레기 배출 원천을 줄이는 ‘감축 정책’을 펼쳐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가미카츠 제로웨이스트센터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2023 생활폐기물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 재활용률은 59%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제주도의 재활용률은 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개선 여지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미카츠 마을은 현재 80~90% 이상의 재활용률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주민 참여와 세분화된 분류 시스템, 그리고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결합된 결과다. 제주도 또한 주민·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자원순환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가미카츠 마을과 비슷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협력의 전망과 향후 과제

이번 도쿠시마현과 제주도의 교류는 수소와 자원순환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놓고 본격적인 협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화석연료 대체 에너지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생산·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의 이동과 폐기물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라는 이슈도 함께 다뤄야 한다. 도쿠시마현의 온사이트 수소충전소와 가미카츠의 제로웨이스트센터는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선진 사례로서, 이를 제주도 환경 정책과 결합시키면 지역 특성에 맞춘 맞춤형 탄소중립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23년 말부터는 국제 사회 전반에서 ‘RE100(Renewable Energy 100%)’ 참여 기업과 지자체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만으로 100% 전력 수급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수소 역시 중요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제주도가 도쿠시마현과의 교류를 통해 수소 충전소 운영 기술, 제로웨이스트 정책 실행 노하우 등을 흡수한다면, 향후 국내외 투자 유치와 협력 사업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다.

물론 양 지역 간 협력에는 현실적인 과제도 존재한다. 먼저 인프라 확충 비용과 규제 문제가 뒤따른다.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원순환 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의 예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제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하며,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 수립도 요구된다. 또, 주민 인식 개선과 교육, 관련 업계의 협력 체계 구축 등이 필수적이다. 수소경제나 자원순환 정책은 실제 현장에서 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며, 기술과 제도를 넘어 사회·문화적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복합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번 교류에서 양측은 단순 행사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제주에서 열리는 ‘제3회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등 공식 행사를 매개로 인적 교류와 정책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쿠시마현 역시 “제주와의 협력이 수소 활용 확대의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으며, 온사이트 수소 생산·공급 모델을 더 많은 곳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긍정적인 움직임이 이어진다면, 향후에는 양 지역이 단순 교류를 넘어 공동 연구개발(R&D) 사업이나 기업 합작 프로젝트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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