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1. 제로웨이스트 확산과 사회적 영향

최근 포르투갈 전역에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움직임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리스본 아우발라드(Alvalade) 인근에 위치한 식료품 전문점 ‘마리아 그라넬(Maria Granel)’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매장은 일회용 포장재 없이 고객이 직접 가져온 용기나 기증받은 유리병·통조림 캔 등을 활용해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을 운영 중이다. 이때 소비자들은 각자의 용기 무게를 미리 측정한 뒤 필요한 양만큼만 제품을 담아간다. 이로써 포장재로 인한 폐기물을 줄이고 식품 폐기물까지 최소화하는 효과가 크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매장이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단순히 “쓰레기를 덜 배출하기 위한 가게” 정도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매장을 찾는 이들은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목적 외에도 ‘환경·건강·경제성’이라는 다각적인 면에서 제로웨이스트 구매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예컨대 벌크 형태의 식자재 구매는 불필요한 과잉 소비를 예방함으로써 가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폐기물을 자연스럽게 낮추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제로웨이스트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포르투갈의 다양한 마트 체인들도 ‘리필(Refill) 스팟’을 마련하고 일부 제품에 대한 무포장 판매를 시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 체인점 콘티넨테(Continente)는 고객들이 세제, 곡물, 견과류 등 여러 제품을 재사용 용기에 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더 나아가 포르투갈 정부 역시 2021년부터 플라스틱 포장재 감축 법안을 시행하면서,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중소형 매장에도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 옵션을 의무화했다(출처: EU 순환경제 행동계획). 이는 정책 차원에서 제도적 지원이 더해졌기에, 앞으로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더욱 탄탄하게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은 더 큰 그림에서 ‘순환 경제’라는 개념과 연계된다. 유럽연합(EU)에서 강조하는 순환 경제란, 자원의 사용과 폐기를 최소화하고 재활용·재사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경제체제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세금 부과(㎏당 0.8유로) 등의 제재 조치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대안을 모색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2023~2024년 들어서는 코로나19 이후 환경 이슈가 다시 주목받으며 유럽 각국에서 이 같은 정책과 매장 운영 방식이 강화되고 있다.


2. 데이터로 본 포르투갈의 환경 정책 성과

포르투갈의 환경 정책은 EU 전체의 순환 경제 로드맵과 맞물려 빠르게 제도화되고 있다. 2020년 기준, 포르투갈의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약 29% 수준이었으나, 2022년 집계에서는 32.5%로 상승했다(출처: Eurostat 통계). 아직 북유럽 국가들(재활용률 40~50%대)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증가 추이가 가파른 편이고,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와 리필 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추가적인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정책의 영향력을 가늠하기 위해 아래 표를 살펴보자. 표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포르투갈과 주변 EU 국가들의 생활폐기물 재활용률 추이를 가상의 예시 수치로 정리했다. 표는 지역 간 비교뿐 아니라 연도별 변화 양상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독성을 높이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연도포르투갈 재활용률(%)스페인 재활용률(%)프랑스 재활용률(%)독일 재활용률(%)
202029.032.538.045.0
202130.533.239.046.0
202232.534.040.047.0
202334.035.541.048.0
202435.536.842.049.0

(참고: 위 수치는 실제 통계를 바탕으로 한 예시이며, 정확한 최신 통계는 Eurostat포르투갈 환경청(APA)에서 확인할 수 있음)

이 표에서 보듯, EU 가입국들은 순환 경제 정책과 더불어 재활용 및 폐기물 감축 정책을 잇달아 도입해 오면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4년까지 포르투갈 재활용률이 35% 이상을 달성한다면, 이는 4년 사이 약 6% 이상 개선된 수치다. 정책만으로 이룰 수 없는 부분은 물론이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생산·소비·폐기 전 단계에서 친환경적 선택을 해야만 지표가 개선된다. 제로웨이스트 매장, 리필 스테이션 등 민간 차원의 자발적 참여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3. 사회 문화적 변화와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

제로웨이스트 매장 ‘마리아 그라넬’이 흥미로운 지점은, ‘소비자들의 습관 개선’을 매장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 에우니시 마이아(Eunice Maia)는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환경친화적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한다. 매장에서는 정기적으로 재활용 워크숍, 환경 강연 등을 진행하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문화적 접근은 고객에게 ‘환경 보호’가 무겁고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도록 만들고, 일상생활에서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공동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다. 예컨대 시민들은 사용하지 않는 통조림 캔이나 유리병을 매장에 기증할 수 있고, 이 기증품은 다른 사람이 식료품을 담을 때 재활용된다. 게다가 일회용 비닐봉투나 포장재가 사라진 만큼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구매하는 방식이 정착돼, 과소비와 식품 폐기물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흐름을 ‘실제로 체감’한 소비자들의 후기가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면서, 제로웨이스트가 ‘특정 계층의 유행’이 아니라 대중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늘어난다. 한편, 포르투갈의 사례는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국내에도 알맹상점, 아로마티카, 셉틱탱크 등 무포장·리필 콘셉트의 가게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사회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대량 구입하는 대신, 지역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농산물·가공품을 구입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자-소비자-지역 상권’ 사이에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환경적 측면에서도 ‘장거리 수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 감소’를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4. 제도·시장·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포르투갈 정부는 플라스틱 포장재 감축 법안 이외에도 재사용 가능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 및 친환경 인증 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기업들이 신소재 개발과 생산 공정 개선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며, 동시에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에 폭넓은 옵션을 제공한다. 예컨대, 생분해성 비닐봉투나 재활용지로 만든 패키지 등은 과거보다 실제 시장 진입이 훨씬 수월해졌다.

동시에,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매장들은 시장경쟁력 제고를 위해 ‘친환경 포장’이나 ‘무포장 코너’에 투자를 확대한다. 포르투갈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 다른 EU 국가들도 자국 내 제로웨이스트 매장이나 리필 코너의 확대를 독려하고 있으며, 정책 차원에서는 플라스틱 세금 부과와 함께 재활용 인프라 구축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24년부터는 여러 EU 회원국에서 리필 포장 사용량을 늘리는 목표치를 설정하고, 기업별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출처: EU 환경위원회).

한편, 소비자들은 정보 공유와 사회적 압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SNS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노하우가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제품을 사느니, 조금 더 번거로워도 무포장점에서 장을 보겠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기업들에게 ‘친환경 옵션을 제공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 작용하고, 매장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친환경 정책에 호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국 제도·시장·소비자가 함께 움직여야 제로웨이스트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포르투갈의 사례는 제로웨이스트가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이며, 더 많은 나라와 지역이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된다.


5.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제로웨이스트 문화는 이미 여러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첫째, 플라스틱 등 일회용 포장재 감소로 인한 환경 오염 억제 효과가 있으며, 둘째로 개인·가정 단위에서의 식품 폐기물 감소를 유도한다. 셋째로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유통 구조의 혁신에 기여해, 지역 상권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넷째로, 교육·문화 영역에서 시민들이 환경문제를 체감하고 학습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도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여전히 도전 과제도 있다. 먼저, 소비자 인식 개선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용기를 세척해 가져가야 하고, 대형마트보다 매장이 적은 탓에 이동 거리가 길어질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리필 스팟이나 무포장 매장에 대한 접근성이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또한 기업 측면에서는 친환경 포장재 도입이나 무포장 인프라 구축에 대한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자영업자의 경우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제도적·문화적·시장적 측면에서 동시에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 번 시장이 방향을 잡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포르투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정부 지원책과 시민 참여가 동시에 가동될 때 리필 문화와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지역사회 전반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이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가 커진 2025년 이후에도, 더욱 가속화할 흐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환경을 지키는 소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제로웨이스트 매장의 발전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구체화하고 실천에 옮기는 촉매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포르투갈의 제로웨이스트 혁신은 사회 전체가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에 접근하는 데 있어 ‘실증적 사례’이자 ‘장기적 목표’를 보여주는 모델로, 앞으로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벤치마킹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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