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


1. 친환경 소비의 핵심 거점,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등장 배경

최근 들어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증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전 세계가 기후위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회용품을 최소화하거나 재활용 비중을 극대화하여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지향하는 새로운 소비 문화가 바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다. 제로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쓰레기 0%’를 궁극적 목표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완벽하게 쓰레기를 없애는 것보다는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재활용과 재사용을 최대화하자는 방향으로 실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제로웨이스트 상점들이다. 이곳에서는 일회용 포장재 없이 세제나 목욕용품 등을 “리필” 형태로 판매하거나, 재활용 가능한 소재(스테인리스·대나무 등)로 만든 생활용품(칫솔, 수세미 등)을 판매한다. 또한 직접 만든 수제 비누, 고체 치약처럼 환경에 해로운 화학 성분을 배제하고, 쓰레기 발생도 최소화하는 제품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2021년~2022년 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급증했으며, 지역사회와 협력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폐기물 분리배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소통 거점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사례로는 ‘꽃삼월’ 공방이 있다. 수제 비누나 대체 치약·칫솔 등 친환경 상품을 진열해 놓은 이곳은, 손님들이 가져온 용기에 세탁 세제나 목욕 세제, 샴푸 등을 리필해 갈 수 있도록 ‘충전 매대’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인 송민서 씨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이의 피부 알레르리를 겪은 후 화학성분의 위험성을 실감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 후 독학과 평생교육 강의를 통해 기후위기·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2021년 7월, 더욱 많은 사람이 환경 활동에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공방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작은 공방 형태로 수제 비누 제작 강의를 열기도 하고, 기후위기 문제를 공유하는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얼핏 보면 기업 가치보다는 ‘가치 소비’와 ‘공동체 참여’에 더욱 초점을 맞춘 형태라, 기존 유통업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목적만으로 운영되기엔 현실적인 경영상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 실험과 도전 사이: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경영상 어려움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 보람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여러 상점들이 “도모도모” 같은 연합체를 결성해, 한 해 동안 줄인 쓰레기량을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환산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도모도모”는 2021년 10월 220여 명의 회원이 모여 발족했으며, 2022년 전국 43개 제로웨이스트 매장에서 리필 판매·자원 순환 등을 통해 **연간 41.2~50.04톤(t)**의 이산화탄소를 줄였다고 보고했다. 이는 축구장 5~6개에 해당하는 약 0.71헥타르(ha) 면적의 숲을 조성한 것과 비슷한 효과라고 추정된다.

그러나 이런 의미 있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점 운영은 녹록지 않다. “꽃삼월”의 송 대표는 하루에 방문객이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날이 많고, 때로는 손님이 단 한 명도 오지 않는 날도 있다고 전한다. 설령 방문객이 오더라도, 제로웨이스트 제품은 일반 유통 제품보다 단가가 높거나, 가치 소비 개념이 강해 간단한 물건 몇 개만 사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가게 매출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영이 쉽지 않아, 외부 교육 활동을 병행하거나 가족의 금전적 지원에 의존하는 사례가 흔하다.

이 문제는 “꽃삼월”만의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 2023년 1월, 한 언론사가 서울 시내 제로웨이스트 상점 91곳의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그중 10곳은 이미 문을 닫거나 휴업 상태였다. 인근 지역에서 폐업을 준비 중인 제로웨이스트 매장도 여러 곳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높은 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 지출이 줄어든 점이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이상적 목표와 시장 현실의 간극이 이들 상점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어려움을 만든다는 분석이다.

송 대표는 “제로웨이스트 상품은 합리적 소비보다는 가치 소비의 성격이 강한데, 최근 높은 물가 인상률이 이 분야의 구매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돈이 넉넉하지 않은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단가가 높은 친환경 제품을 살 이유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잊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송 대표는, 두 아이가 살아갈 환경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원동력이지만, 느린 변화를 보며 회의감을 느끼는 순간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3. 제로웨이스트 시장 동향과 운영 실태: 표로 보는 현황

아래 표는 2023~2024년에 걸쳐 발표된 국내외 주요 자료를 바탕으로, 제로웨이스트 상점 관련 일부 통계를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실제 시장 흐름과 어려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구분내용/지표출처
전국 제로웨이스트 상점 수 (추정)약 200여 곳 (2023년 말 기준)국내 환경단체·온라인 커뮤니티 조사치(2024)
서울 시내 제로웨이스트 상점 조사91곳 중 10곳 휴·폐업 (2023년 1월)한겨레 신문, 현장 조사
주요 단체/연합체도모도모 (2021년 10월 결성, 전국 220명 회원)‘도모도모’ 공식 자료
도모도모 온실가스 감축 추산연간 41.2~50.04톤 CO₂ (2022년, 43개 매장 기준)도모도모 자체 분석
고객 방문 빈도일평균 5~10명 미만 (소규모 매장 기준)‘꽃삼월’ 등 현장 인터뷰
시장 성장 요인가치 소비 트렌드 확산, 기후위기 인식 증대국내외 친환경소비 연구자료
시장 제약 요인높은 물가·단가 부담, 일반 소비자 접근성 부족, 홍보 미흡관련 매장 사업주 설문 및 전문가 분석(2024)

(표) 국내 제로웨이스트 상점 시장 동향 및 운영 실태 (2023~2024년)

표에서 보듯,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어나기는 했지만, 일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반면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만큼, 가치 소비 트렌드가 계속 이어진다면 상점 수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실제로 “가치 소비”를 내세운 매장이 안정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식 제고와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4. ‘나만의 기준’으로 이어가기: 완벽주의 대신 지속 가능한 목표

제로웨이스트 상점 운영이나 일상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어려움은 “완벽주의에 빠질 위험”이다. 플라스틱과 포장재가 일상화된 시대에 살면서, 완벽하게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송 대표 또한 이 점을 인정하며, 오히려 “일상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내가 설정한 기준선을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과도한 환경주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꾸준히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은 무엇일까? 전문가들과 실천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제시된다.

  1. 작게 시작하기
    고체 치약, 대나무 칫솔, 샴푸바 등 간단한 아이템부터 교체해 본다. 갑작스럽게 모든 물건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려 하면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커서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2. 가까운 제로웨이스트 상점 찾기
    직접 가게를 방문해 제품을 만져보고, 운영자와 이야기를 나누면 더 오래 동기 부여가 유지된다. 주변에 없더라도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자.
  3. 경제적 한계를 인정하기
    가치 소비가 중요하지만, 생활비 부담이 커질 경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스스로 “이 정도 금액까지는 친환경 소비를 지원한다”는 예산 한도를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4. 이웃·가족에게 강요하지 않기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상대방이 강요로 느끼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오히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부터 공유하고, 천천히 확장해 나가는 태도”가 효과적이다.
  5. 완벽주의 대신 ‘지속가능성’ 추구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100% 배제하지 못한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일회용품 사용을 10%만 줄여도 의미가 있다. 이를 계기로 조금씩 더 줄이려 노력하면, 장기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송 대표는 “두 아들에게 책임 있는 미래를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조금이라도 쓰레기와 온실가스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또한, 혼자서는 쉽지 않지만 다른 제로웨이스트 상점 운영자와 연대해 ‘도모도모’ 등의 모임을 꾸리는 과정을 통해 서로 응원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큰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결국 완벽한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꾸준히 나아가는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라는 점이 그녀가 강조하는 요지다.


마무리: 더욱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

제로웨이스트 상점과 공방은 이제 막 우리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소비자들 역시 플라스틱 폐기물과 환경 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예전보다 친환경 소비 행태가 늘어나는 흐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사람에게는 가격이나 접근성, 인지도 등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따라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대형 유통사와의 협업 등이 필요하다. 리필 스테이션 도입 확대, 소비자 인센티브(할인 쿠폰, 보증금 제도 등) 제공,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강화가 대표적인 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SNS를 통한 홍보와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 더 많은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를 접하게 될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개개인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거대 담론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일상 속 아주 작은 선택과 습관 변화에서 시작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단지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사는 취미”일 수 있지만, 그 작은 행동들이 모여 사회 전반에서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송 대표가 느끼는 보람과 고충을 함께 고려할 때, 더 많은 이들의 참여와 지지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결실은 결국 현재와 미래의 지구,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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