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1. 지구 온도 상승,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국도 이제는 봄과 가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기상청이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기온은 100년 전에 비해 약 1.8℃나 상승했다. 한낮 기온이 빠르게 올라 이미 초여름 더위를 느끼는 일이 잦아졌고, 폭염 일수 또한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이런 현상은 지구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동시에 지구 곳곳에서 전례 없는 기상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폭염, 가뭄, 폭우 같은 극단적 기후 현상이 빈번해져 농작물 생산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양 생태계 교란이 심각해진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최신 보고서(2023년 말)에서는 “기후변화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그 원인을 따져보면 이산화탄소(CO₂)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지만, 쓰레기 문제 역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특히 일회용품 남용과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대기·토양·해양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플라스틱은 분해에만 수백 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생물을 위협할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우리 식탁까지 침투하기도 한다. 우리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단순한 “좋은 일”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실질적 과제인 셈이다.


2. 변화의 움직임: 서울시의 쓰레기 절감 캠페인과 제로웨이스트 상점

서울시는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치구별로 다양한 정책을 시도 중이다. 대표적으로 플라스틱 제로 운동이나 제로웨이스트 상점, 아나바다 가게 운영 지원이 그 예다.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이미 생산된 물건을 재사용·재활용해 쓰레기 매립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 목표다.

  • 플라스틱 제로 운동: 일부 구에서는 ‘용기 내 챌린지’나 ‘다회용 컵 사용 캠페인’을 실시하며, 카페나 음식점에서 플라스틱 빨대·컵을 줄이고 대체 제품을 권장한다. 2024년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캠페인 덕분에 특정 자치구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량이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했다.
  • 제로웨이스트 가게: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개인이 직접 가져온 용기에 세제나 식품을 소분해 가는 리필 문화를 실천하는 곳이다. 스테인리스 수세미,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등 친환경 제품을 구비해두고, 고객이 쉽게 ‘쓰레기 없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아나바다 가게: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의미를 담은 이곳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거나 기증받아 재유통한다. 가격이 저렴하거나 심지어 무료로 주고받을 수 있어, 소비자는 필요한 물건을 부담 없이 구할 수 있고, 자원 낭비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아직 대중적이라고 하기엔 부족할 수 있지만, 조금씩 확산되며 “과연 쓰레기를 줄이는 소비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관련해서 환경부가 2023년 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배달 문화가 정착되면서 하루 평균 약 9,000톤의 플라스틱이 발생하고 있지만, 동시에 개인용기를 사용하거나 일회용품을 사양하는 소비자가 2021년 대비 약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시민들의 ‘가치 소비’ 의식도 함께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3. 자원 순환의 중요성과 다양한 참여 방법

지자체나 시민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실천방안들은 다음과 같다.

  1. 쓰레기 종량제 사용: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는 대신, 분리배출 규정을 지키고 종량제 봉투를 철저히 사용하면, 매립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2. 일회용품 사용 억제: 플라스틱 컵·빨대·비닐봉지 대신 텀블러나 장바구니를 챙기고, 배달 주문 시 “일회용품 필요 없습니다” 옵션을 선택한다.
  3.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필요한 만큼만 구매·조리해 음식물 낭비를 막는다. 남은 식재료는 재활용(퇴비화)하거나, 나눔·공유를 통해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한다.
  4. 리필제품·빈 용기 보증금 제도 활용: 세제·샴푸·바디워시 등을 리필 형태로 구매하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부 업체는 빈 용기 보증금 제도를 시행해, 고객이 빈 병을 반납하면 일정 금액을 환불해주기도 한다.
  5. 아나바다·제로웨이스트 가게 이용: 새 제품을 구입하기보다는 지역 아나바다 가게나 중고 장터, 제로웨이스트 숍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는 습관을 들이면 자원 순환에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동참한다면 거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는 시민 1인당 하루 플라스틱 배출량을 50% 줄이겠다는 목표 아래, 리필 스테이션 확대 정책을 도입해 1년 만에 도시 전체에서 약 3,200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한 사례가 있다. 이는 “지속가능성은 개인의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시스템을 바꾸는 힘을 발휘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4. 데이터로 본 쓰레기 문제와 대안적 소비의 가능성

쓰레기 문제와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보다 명확히 보기 위해, 국내외 주요 통계를 표로 정리했다. 2024년 기준 최신 자료를 참고해 작성했다.

구분수치/현황출처
국내 일회용품 발생량약 14만 톤/월 (2024년 추정치)환경부 (http://www.me.go.kr)
코로나19 이후 배달 음식 증가율2019년 대비 약 40%↑ (2023년)배달 앱·통계청 자료 종합
일회용품 거절·개인용기 사용 소비자 비율2021년 15% → 2023년 21%한국환경연구원 설문 (2024년 발표)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연간 4억 톤 이상 (2023년 기준)UNEP, Plastic Pollution Report
재활용률(국내)49% (2022년)한국환경공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 플라스틱 감축 사례리필 스테이션 도입으로 연간 3,200톤 감축 달성암스테르담 시청 공식 보고서 (2023년)

(표) 쓰레기 및 일회용품 문제 관련 국내외 통계 (2023~2024년)

표에서 보듯 국내 일회용품 발생량은 코로나19 이후 배달문화가 확산하면서 큰 폭으로 늘었지만, 동시에 개인용기 사용 등 자발적 감축 노력도 서서히 상승 추세에 있다. 세계적으로는 연간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고, 재활용 비율은 여전히 낮아 대량의 폐플라스틱이 매립지와 해양에 쌓이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쓰레기 없는 세상”이 단순히 캠페인 구호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안적 소비가 실제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기업, 정부가 함께 손을 맞잡고, 리필 스테이션 확대나 규제 강화 같은 구조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5. ‘용기를 내서’ 용기를 내밀자: 작은 행동이 만든 큰 변화

“가방에 장바구니가 있으신가요?”라고 묻는 어느 매장의 멘트처럼, 주변에서 플라스틱 봉투 대신 다회용 가방이나 텀블러를 사용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 2024년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2021년에 비해 2023년 텀블러·에코백 판매량이 약 35% 증가했다.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실제 매출 통계로 확인되는 것이다.

이러한 ‘용기내 챌린지’ 혹은 ‘일회용품 거절 운동’은 SNS를 통해 폭넓게 전개되었다.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도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 변화를 시도 중이며,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불편함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친환경적 전환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아나바다 가게에서 누군가가 기증한 물건을 다른 사람이 ‘득템’하며, 둘 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은 자원 재순환의 좋은 예시다.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도,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주면서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장터나 다양한 중고 마켓, 온라인 플랫폼 등이 활발해지면 질수록, 개인이 버리는 물건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노력은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자원 순환 구조가 확립되면 폐기물 매립지 문제나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완화되고, 도시 환경이 쾌적해진다. 동시에 재사용·재활용 산업이 새로운 일자리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구를 위해, 나를 위해, 미래세대를 위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지금 당장 이 변화를 시작하는 건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되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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