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확산 배경

지구 환경을 보전하려는 전 세계적인 노력은 이미 오랜 시간 이어져 왔지만, 최근 몇 년 새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는 구체적이고도 실천적인 기치가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간 음식물 쓰레기는 산업·경제 분야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만큼이나 심각한 환경적 부작용을 초래해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생산되는 식품 중 약 3분의 1가량이 소비되지 못한 채 폐기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약 28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지목되는데, 이러한 기후 변화 문제가 현실화됨에 따라 외식업 전반에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2025년 4월 기준, 국제기구 및 학계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45%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출처: https://www.unep.org/). 음식물 쓰레기 감축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게 되면서, ‘음식을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탄소발자국, 로컬 소싱, 비건(Vegan) 문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외식업계가 이를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반영하려는 흐름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제로 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인다’는 차원을 넘어, 식자재의 시작부터 폐기까지 모든 단계를 친환경적으로 설계하고자 하는 종합적인 개념이다. 이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가 친환경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뜻이며, 로컬 생산자와의 협업, 재생 가능 자원 사용, 제품 포장재의 최소화, 업사이클링(Upcycling) 기법 등이 그 주요 사례로 꼽힌다. 예컨대 버려질 뻔한 채소 껍질을 육수나 소스로 재활용하거나, 남은 빵 부스러기로 디저트를 만든다. 더 나아가 손님들이 남긴 음식물을 퇴비로 만들어 다시 농가에 보낸 뒤, 그 농가에서 재배한 식자재를 식당에서 사용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방식도 눈길을 끈다. 이런 배경에서 제로 웨이스트 트렌드는 이미 유럽·북미 등 선진시장 곳곳에 안착했고, 아시아 지역 역시 뒤이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쓰레기 없는 레스토랑 사례
현재 제로 웨이스트 전략을 실천하는 레스토랑들은 ‘쓰레기통 없는 식당’을 표방하며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2014년 영국 런던에서 문을 연 ‘사일로(Silo)’는 세계 최초의 ‘쓰레기통 없는 레스토랑’을 내세우면서 주목받았다. 또한 독일 베를린의 ‘프레아(Frea)’는 100% 비건 레스토랑으로서, 식자재 공급망까지 친환경으로 구축하여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식문화 방향을 제시한다. 미국 워싱턴의 ‘시아(SHIA)’는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며, 서울 청담동의 ‘제스트(ZEST)’나 압구정동의 ‘파인앤코(Fine & Co)’ 등도 업사이클링을 활용한 메뉴 개발이나 소모품 재활용 등으로 국내외 미식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래 표는 세계 각지의 대표적인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또는 바)을 간략하게 비교해 보여준다. 각 업장마다 환경친화적인 접근 방식은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낭비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레스토랑/바 | 위치 | 주요 실천방안 |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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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로(Silo) | 런던(영국) | – 모든 식자재 100% 활용 <br /> – 남은 재료 퇴비 및 발효 재활용 | 세계 최초 ‘쓰레기통 없는 레스토랑’ |
프레아(Frea) | 베를린(독일) | – 100% 비건 메뉴 <br /> – 가까운 지역 농가와 협업 | 비건 식단으로 탄소발자국 최소화 |
시아(SHIA) | 워싱턴(미국) | – 플라스틱 제로 <br /> – 가스 없는 주방(전기만 사용) | NO GAS·NO PLASTIC·NO WASTE 모토 |
제스트(ZEST) | 서울 청담동(한국) | – 토닉워터 등 음료 직접 제조 <br /> – 허브·식용꽃 직접 수확 | 알루미늄캔·페트병 쓰레기 최소화 |
파인앤코(Fine & Co) | 서울 압구정동(한국) | – 마스크 등 제조 공정에서 남은 원단 재활용 <br /> – 폐식자재 업사이클 | 시그니처 칵테일과 친환경 메시지 결합 |
표에서 보듯 레스토랑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과정과 규모,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그 중심에는 반드시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핵심 가치가 자리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대부분 퇴비나 소스로 재활용되며, 남은 재료가 전혀 없도록 메뉴를 구성하거나 시즌별로 식자재를 수급하는 로컬 소싱(local sourcing) 기법이 적극 도입되는 사례가 많다. 특히 국내에서도 외식업계가 점차 친환경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어, 비록 현재까지는 유럽·미주 지역에 비해 규모가 작더라도 머지않아 더 빠른 속도로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로 살펴본 제로 웨이스트 효과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은 단순히 환경 보호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 효율 및 소비자 만족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예컨대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식당들은 같은 양의 식자재로 더 많은 메뉴를 창출하거나, 필요 이상의 재고를 쌓지 않음으로써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영국의 한 연구기관인 WRAP(Waste and Resources Action Programme)은 2024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식량 폐기량을 1톤 줄일 때마다 외식업체가 기대할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가 최대 1,000~2,000달러(USD)에 달한다”고 밝혔다(출처: https://wrap.org.uk/).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치소비, 윤리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식당 선택 시 환경 친화적인 운영 방식을 고려하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레스토랑협회(NRA)의 ‘2025 인기 요리 트렌드 전망’에서도 ‘지속 가능성’과 ‘로컬 소싱’이 외식업계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이처럼 친환경 운영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은 미래 경영 모델의 선도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고물가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는 ‘투굿투고(Too Good To Go)’ 같은 앱의 등장도 흥미롭다. 2025년 3월 기준으로, 이 앱은 미국, 영국, 유럽 주요국을 포함해 18개국 이상에서 운영되며 이용자가 약 8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된다. 이처럼 남은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성장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음식을 구매하고, 식당은 버려질 자원을 재활용해 매출을 확보하며, 환경 측면에서도 쓰레기 양을 줄이는 ‘3중 이익(Triple Win)’을 실현하고 있다.
국내 외식업계의 환경친화적 도전
한편 국내에서는 제로 웨이스트와 같은 적극적인 환경 이슈 대응이 아직은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다소 더딘 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이 시행되고는 있으나, 다회용기 세척·관리 비용 부담이나 건물 구조적인 제한, 소비자 인식 부족 등 여러 현실적인 장벽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칵테일 바 제스트(ZEST), 파인앤코(Fine & Co) 등에서 보이는 움직임을 비롯해 일부 친환경 레스토랑·카페에서 점차 시도하는 실험들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서울 청담동의 ‘제스트’는 바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캔, 페트병 등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칵테일 재료나 탄산 음료 등을 손수 만들어 쓴다. 압구정동의 ‘파인앤코’는 마스크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원단 폐기물을 코스터(컵받침)로 재활용하는 등, 늘어나는 생활쓰레기를 예술적 감각으로 해결하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셰프와 바텐더들이 의기투합해 ‘제로 웨이스트 아이디어 경연 대회’를 열기도 하며, 이들은 원두 찌꺼기를 발효시켜 새 식재료를 만들거나, 과일 껍질로 천연 색소를 추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등 관련 부처들이 자원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나 인프라 확충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국내 외식업계가 제로 웨이스트 방향으로 나아갈 기반이 더욱 튼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로컬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식재료 포장재 폐기물을 줄이는 레스토랑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도 일부 매장에서 ‘탄소 중립 매장 운영’을 시범 적용하는 등 시장 전반에서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과제와 전망
제로 웨이스트를 포함한 지속 가능성의 실천은 외식업계가 단일 업종 차원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레스토랑·카페·바 등이 협력업체·지자체·소비자와 함께 공급망 전체를 친환경적으로 설계해야만, 실질적인 쓰레기 감소와 탄소발자국 축소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재료를 로컬에서 조달하더라도 운송 체계가 비효율적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수 있고, 업장 내에서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더라도 소비자가 분리배출이나 재활용 등에 무관심하면 효과가 제한된다.
따라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업계 전반의 거버넌스 구축, 소비자 인식 개선, 관련 법·제도 정비 등 복합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절반 이상 줄이기 위한 규제와 재정적 지원을 병행하기로 했다. 미국 일부 주(州)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매립 제한, 퇴비화 시설 확충 같은 정책적 대응을 모색 중이다. 국내 역시 산업 전반의 친환경 전환이 예견되는 만큼, 외식업계에서도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제로 웨이스트 모델을 적용한 레스토랑과 카페, 바가 소비자에게 단순 ‘음식 제공’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면서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하는 선순환도 예상된다. 이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을 위한 추가 지불 의향(Willingness to Pay)’이 상승하고 있고, 이러한 사회적 가치와 결합된 업장 운영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이미지와 수익 창출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가 ‘맛’과 ‘서비스’라는 기본을 지키면서도 미래 지구를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무대가 활짝 열렸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