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의류 생산과 환경오염의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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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제품 산업에 이어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2023년 국제섬유산업협회(International Textile Manufacturers Federation, ITMF)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옷은 연간 약 1,000억 벌에 달하며(출처: ITMF), 이 중 상당수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짧은 기간 내에 폐기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의류 생산은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유해 화학물질 사용, 그리고 염색 공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등 다양한 환경적 문제를 수반한다. 이는 지구온난화와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환경단체 Greenpeace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확산은 단순히 의류 소비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과 폐기 과정 전반에 걸쳐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며, 그 결과 지구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인 위험 요인을 형성한다”고 지적했다(출처: Greenpeace). 특히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매 시즌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출시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부추기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옷이 실제 착용되는 횟수와 비교해 훨씬 빨리 시장에서 사장되도록 만든다.

패션기업들이 대량생산-대량소비 모델을 통해 높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한편,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섬유 폐기물은 연간 수천만 톤에 달하며 대부분이 소각 혹은 매립 처분된다. 소각 과정에서는 유해 대기오염물질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매립 과정에서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합성섬유가 수백 년 이상 토양에 남아 생태계를 교란한다. 또한 의류 생산에 사용되는 염색약, 화학처리제 등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이 섭취하는 식수와 식량까지 위협한다. 이러한 악순환 고리가 지속되는 한, 의류산업은 전 세계 환경오염의 중대한 원인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 가지면서,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도 재활용 소재 활용, 투명한 유통 과정 공개, 리사이클 패브릭(Recycled Fabric) 개발 등 다양한 지속가능성 전략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적 시도들이 여전히 의류산업 전반의 급증하는 규모를 상쇄할 만큼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 세계 의류 생산량과 소비량, 그리고 폐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헌옷 수출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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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헌 옷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는 2020년 기준 무역전문분석기관 OEC(Observatory of Economic Complexity)가 발표한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출처: OEC), 미국, 영국, 독일, 중국에 이어 5위를 기록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입지 않는 옷을 의류수거함에 넣으면서, 이 옷들이 대부분 재활용 혹은 재사용된다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내 의류 재활용 비율은 전체 배출량의 약 12%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다수는 해외 수출 혹은 폐기로 이어진다.

이처럼 헌 옷이 해외로 수출되는 것은 여러 요인과 결부되어 있다. 우선 국내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치 않고, 중고 의류 시장 역시 아직은 활성화 정도가 미흡하다. 또한 국내 의류 재활용 기술이 상업적으로 대규모 적용되기엔 연구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며, 소비자 인식과 시장 규모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반면에 개발도상국에서는 한국에서 수출되는 중고 의류가 비교적 저렴하게 유통될 수 있어 수요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 해외 수출 과정에서도 선별되지 못한 상태의 옷들이 현지에서 그대로 폐기되거나 소각되어, 전 지구적 차원에서 환경 부담이 전가된다는 점이다.

아래 표는 2020년 이후 한국 헌 옷 수출과 재활용 비율의 추정을 간략히 정리한 예시 자료이다. 실제 수치는 매해 변동 가능하나, 전반적인 추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구분20202021202220232024(추정)
한국 헌 옷 수출액(US$ 백만)220205210215220
재활용 비율(%)121313.51415
폐기·소각 비율(%)6058575655
해외 수출 비율(%)282929.53030

(본 표는 작성일 기준으로 수집한 다양한 언론 보도와 업계 추정치 등을 토대로 가상의 예시 수치를 활용하였음.)

표에서 보듯이 2020년 이후 재활용 비율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20%를 밑돌고 있다. 동시에 해외 수출 비율은 30% 선에서 유지되고 있어, 의류 폐기가 국내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국외로 이전되고 있는 구조가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수출 구조가 단기간에 크게 바뀌긴 어렵겠지만,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재활용 인프라 확대 및 헌 옷을 유용하게 재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 동시에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민 의식 제고와 관련 법·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의류순환 플랫폼과 소셜 이니셔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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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옷을 단순히 버리거나 수거함에 넣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유하고 교환하며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다양한 플랫폼과 소셜 이니셔티브가 최근 부상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옷을 기부하거나 저렴하게 판매·구매할 수 있는 중고 마켓이 늘어나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도 ‘교환 마켓’ 형태의 이벤트가 증가하는 추세다.

예컨대 ‘나눔옷장’은 국내 비영리 미디어 <뉴스펭귄>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로, 2,000여 벌의 옷을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무료로 교환해 실제 재사용이 일어나도록 유도했다(출처: 뉴스펭귄). 소비자들은 단순히 ‘옷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필요로 하는 다른 이에게 준다’는 착한 소비를 실천함으로써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었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옷이 ‘가치 있는 자원’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게 되었고, 덕분에 과거에는 쉽게 폐기했을 물건을 다시 살려 쓰는 경험을 했다.

또 다른 예시로,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가 운영하는 ‘21%랩(Lab)’은 의류 자원순환에 특화된 실험 공간이다. 옷장 속에서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옷의 평균 비율이 약 21%라는 통계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이미 세상에 나온 옷을 최대한 오래 입고 책임 있게 순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공간에서는 개인이 직접 의류수선을 배우거나, 다른 사람과 옷을 교환하는 커뮤니티에 참여해 ‘제로웨이스트’ 개념을 체감할 수 있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이유는 환경문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점차 사회적 요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어떤 소재를 사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의류를 생산하는지, 그리고 사용 후에 어떤 순환 과정을 제안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기업들도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데 주목하고 있으며,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친환경 플랫폼 및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의생활 문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

2025년 현재, 국내외 다수의 환경 단체와 사회적 기업, 그리고 정부 산하기관까지 나서서 의류산업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그중에서도 의류 순환을 촉진하고, 수선 문화를 확산하는 팝업 공간과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소셜혁신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과 다시입다연구소가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진행해온 ‘21%랩 팝업’은 서울숲 인근의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2주간 운영되었는데, 누구나 5개 이내의 옷을 가져오면 다른 옷으로 교환할 수 있고, 요일별로 간단한 수선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었다.

이처럼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일반 시민들이 좀 더 가볍게 방문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통적인 의류 매장의 경우는 ‘새 옷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팝업 행사는 ‘중고 옷을 교환하고, 수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는 공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용이하다. 특히 성수동은 팝업스토어가 즐비해 일회성 이벤트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지속가능한 팝업’을 표방하는 이번 행사는 독특한 사례로 부상했다. 소셜혁신연구소 안지훈 이사장은 “단발성으로 끝나는 팝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ESG 모델을 보여주는 선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해당 사업이 끝난 후에도 다양한 후속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최근 의류산업의 대안을 찾는 흐름은 다양해지고 있으나, 시장 전체가 친환경 방향으로 급격히 전환하기에는 아직 제약이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활용 및 순환체계를 갖추기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이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고 의류 사용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캠페인과 교육, 그리고 정책적 지원이 결합되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의류 폐기물 처리 비용을 기업과 소비자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의무분담금제’ 같은 제도를 도입하거나, 의류업체가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규정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ESG 실천과 데이터 기반 의류 정책

의류산업의 문제는 더 이상 특정 기업이나 소비자 그룹의 이슈가 아니다. 이미 전 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환경 문제의 일부이며, 공급망에 속한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는 자원순환 정책을 강화하고, 재활용 기술 연구와 관련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그린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의류 재활용 인프라 확충을 촉진하고, 기업들의 순환경제 전환을 위해 세제 혜택이나 투자 유치 등을 장려하고 있다.

소비자 역시 의류 구매 패턴을 바꾸는 것으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옷을 살 때 재생 섬유나 친환경 소재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중고 의류 구매나 교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 것을 사지 않아도 충분히 멋지고 기능적인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자연스럽게 옷의 생명 주기가 길어지고 폐기물도 줄어든다. 또한 소비자가 재사용 시장에 적극 참여할수록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의류 디자인부터 유통, 수거,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개선할 동기가 생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도 의류 업계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기 시작하면서,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단순한 캠페인이나 광고 차원의 활동이 아닌, 실제 생산 공정과 유통 전반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가 협력해 의류 산업 전반에 관한 데이터를 공유하고, 과학적 분석에 근거해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의류산업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소비-폐기-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각 주체가 책임감 있게 바라봐야 한다. 개인은 더 나은 소비를, 기업은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정부는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를 마련함으로써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무심코 버려지던 옷 한 벌이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회라면, 그 자체가 ESG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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