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철학과 역사

사일로(Silo)는 음식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폐기물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2014년 브라이튼에서 문을 열었으며, 2019년 이스트 런던 해크니 위크(Hackney Wick)로 이전해 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은 ‘쓰레기통 없는 레스토랑’을 모토로, 식자재 낭비를 없애기 위해 메뉴 전 과정을 역설계(backwards design)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예를 들어, 구운 빵의 딱딱한 부분은 후식용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로 재탄생시키고, 일반 식당에서는 버려질 채소 껍질·뿌리·잎사귀 등은 모두 수집해 소스나 발효 재료로 활용한다. 가공되지 않은 곡물을 자체 밀로 제분해 빵을 만들고, 유제품도 직접 버터로 만들며 ‘뿌리부터 잎까지(root-to-leaf)’ 철학을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은 식자재 본연의 맛과 영양을 온전히 보존하는 동시에, 식품 체인 전반의 탄소 배출량과 운영 비용을 크게 줄인다.


공급망 혁신 및 운영 모델

사일로의 제로 웨이스트 운영 모델은 직접 거래(direct trade)를 중심으로 한다. 모든 식자재는 소규모 농가 및 제로 웨이스트 철학을 공유하는 공급자로부터 친환경 재사용 용기(crates, pails, urns)에 담겨 배송된다. 이를 통해 일회용 포장재와 장거리 운송에 따른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

또한, 2024년 9월에는 해크니 위크에 ‘발효 팩토리(Fermentation Factory)’를 개장하여,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채소 다듬기 부산물·치즈 껍질·유제품 잔여물 등을 활용해 미소, 가룸(fermented fish sauce 유사) 등 고부가가치 발효 재료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 시설은 크레이트 브루어리(Crate Brewery)의 맥아박(beer spent grains)을 활용한 미소 제조 등 혁신적 프로젝트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으로 전환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사회적·환경적 효과 분석

영국 레스토랑 업계는 연간 약 2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며, 이는 전체 식품 구입량의 4~10%에 해당한다. 이로 인한 손실 가치는 약 6억 8,200만 파운드에 이르며, 식품 서비스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000만 톤 이상의 CO₂eq로 추정된다. 반면 사일로는 ‘제로 웨이스트’ 표준을 유지함으로써 직접 매립지로 향하는 유의미한 폐기물을 완전히 제거했다.

이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식량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지역 주민·방문객에게 지속가능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며, 사회적 책임(CSR)을 실행하는 상업 모델로서의 가치도 높다. 최근 런던 내 친환경 외식 트렌드는 연간 소비자 60% 이상이 지속가능 레스토랑을 ‘중요 고려 요인’으로 꼽는 등 소비자 행동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성과 비교: Silo vs 일반 UK 레스토랑

사일로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항목사일로 (Silo)일반 UK 레스토랑
연간 음식물 폐기물량0톤 (매립지로 이동하는 폐기물 ‘제로’)약 200,000톤
구매 식자재 대비 폐기율0%4~10%
포장재 재사용·재활용 비율100% 재사용 용기 활용약 73% (유리·포장재 기준)
발효 및 업사이클링 시설 운영 여부자체 발효 팩토리(2024년 개장) 운영미미 또는 없음
지속가능성 인증 및 수상미쉐린 그린 스타, 업계 혁신상 등 다수해당 없음 또는 비슷한 수준의 개별 인증

위 비교는 사일로의 폐기물 관리·업사이클링·공급망 혁신 전략이 업계 평균 대비 월등히 우수함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확산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

사일로 모델은 사회·환경적 가치 창출이 가능한 상업적 지속가능성 모델로, 국내외 정책 수립에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식품 서비스 산업에 대한 ‘제로 웨이스트 인증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친환경 외식 브랜드를 육성하고 소비자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지역 농가 및 공급업체와의 직접 거래를 장려하는 ‘친환경 공급망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발효 팩토리와 같은 업사이클링 시설 구축을 위한 정부·지자체 지원(공장 부지 제공·세제 혜택 등)을 확대해 음식물 자원의 순환경제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식업 폐기물 관리 표준을 강화해 모든 레스토랑이 음식물 쓰레기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분기별 보고를 의무화함으로써 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사일로와 같은 혁신적 사업 모델이 국내에서도 조속히 도입되고 확산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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