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소비 현황과 환경 영향

종이

최근 전 세계 종이 소비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제제지협회(International Paper Association)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4억 톤 이상의 종이가 사용된다11. 이는 온라인 문서 관리 시스템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확산되는 시대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이는 여러 산업에서 필수 재료로 쓰이며, 우리 일상에서도 문서, 포장재, 광고지, 영수증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된다. 문제는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종이가 올바르게 재활용되지 않거나,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섬유 원료로 주로 목재가 사용되는데, 이는 나무 벌목을 수반한다. 벌목되는 나무 중 상당 부분이 제지 산업을 위해 사용되며, 산림 파괴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전문가들이 꾸준히 경고하는 부분이다. 또한 종이 생산 과정에서는 대규모의 물과 에너지가 투입된다. 종이 한 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천 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이 물은 생산 공정에서 화학물질과 섞여 오염된 상태로 배출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배출된 폐수는 적절한 정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하천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종이가 폐기되는 방식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많은 사람이 종이는 ‘재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쓰레기 분리배출에 소홀해지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코팅된 종이컵, 영수증, 라미네이트 처리된 종이 등의 경우 재활용을 하기 어렵고, 매립되었을 때는 자연 분해 과정에서 메탄가스(CH4)를 발생시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기여한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지수가 훨씬 높은 강력한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는 개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제로 웨이스트란 원천적으로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발생한 쓰레기는 최대한 재활용이나 재사용을 통해 자원 순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종이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려면 완전히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극단적 방식도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디지털화와 효율적 사용을 통한 종이 수요 감소, 그리고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한 재활용률 제고가 핵심 과제가 된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종이 소비 감소 효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보급되면서, 과거에는 종이로만 처리하던 업무를 전자 문서와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2020년 전후로 페이퍼리스(Paperless) 업무 환경을 도입해 종이 사용량을 줄이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22. 예를 들어, 클라우드 기반 협업 툴(구글 드라이브, 마이크로소프트 원드라이브 등)과 전자 결재 시스템을 도입하면, 종이 문서를 출력·보관·우편 발송 등 복잡한 과정을 대거 줄일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문서 인쇄 비용과 보관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개인 차원에서도 태블릿, 전자책 리더기,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종이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예전에는 강의 노트와 보고서 등을 출력해서 읽었다면, 이제는 PDF로 변환된 파일을 태블릿으로 보거나 전자 펜을 활용해 필기를 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내용을 수정·보완할 수 있다. 또한, 전자책(eBook) 시장이 확대되면서, 종이책 대신 전자책으로 책을 읽는 독자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도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책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전체 도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종이를 절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료 보관의 용이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부수적 이점까지 제공한다. 문서가 전자 형태로 저장되면, 필요할 때마다 검색 기능을 통해 즉시 찾을 수 있고, 여러 명이 동시에 같은 문서에 접근하여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도 있다. 이는 물리적 문서의 한계인 공간 문제, 보안 문제, 시간 지연 문제를 대폭 줄이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전환이 종이 사용을 줄이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여전히 종이가 더 편리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은 종이 소비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불필요한 종이 사용’을 최대한 없애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전환은 효율성을 높이고 친환경적 가치를 지향하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핵심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효율적인 종이 사용 전략과 재활용 프로세스

종이 소비를 완전히 끊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지금 사용하는 종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종이 재활용률은 약 75% 정도로 상당히 높아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재활용 가능 종이류’만 대상으로 한 통계다33. 코팅지, 영수증, 혼합물(스티커, 플라스틱 필름 등) 등이 섞인 종이는 실제 재활용 공정에서 제외되거나, 오염으로 인해 폐기되는 사례가 많다.

때문에 종이를 분리배출할 때는 코팅 여부, 이물질 혼합 상태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는 편이 오히려 전체 재활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양면 인쇄, 이면지 활용, 스크랩 후 재사용 등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종이 사용 방법이 다양하다. 특히 양면 인쇄 기능을 프린터 기본 설정으로 바꿔두거나, 이미 출력된 종이의 뒷면을 메모 용지로 쓰는 습관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제지 재료를 채택하고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하는 것도 환경 보호 차원에서 중요하다. FSC 인증은 숲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된 목재임을 보증하는 인증이다. 이 인증을 받은 종이는 불법 벌목을 방지하고, 합법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관리되는 숲에서 생산된 원료만 사용한다. 따라서 FSC 인증을 받은 종이를 구매하면, 미약하나마 지구 산림 보호에 기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재활용 공정에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과 지자체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재료와 포장 방식을 도입해야 하며, 지자체는 효율적인 분리배출 시스템과 재활용 시설을 마련해 시민들이 올바르게 종이를 배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합쳐져야만 종이가 ‘쓸모가 다한 후에도’ 자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

아래 표는 2023년 기준 전 세계 종이 재활용율에 대한 추정 자료와, 한국·일본·독일 등의 주요국 재활용율을 비교한 예시다. 다양한 환경 단체와 국제기관의 추계치를 종합한 것으로, 각국의 분리배출 제도 및 제지 산업 구조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

구분전 세계 평균한국일본독일
재활용률(%)약 58%75%81%84%
특징분리수거 인프라 불균형지자체간 격차 존재엄격한 분리배출 제도고품질 재활용 기술
참고 출처FAO

표에서 볼 수 있듯, 국가별로 재활용률 격차가 존재한다. 독일과 일본은 분리수거 시스템과 주민 교육이 잘 갖춰져 있어 높은 재활용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속한다. 그러나 전 세계 평균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현실이다.


정책 및 기업 사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업

종이 제로 웨이스트 실현을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종이 생산과 소비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종이 사용량이 많은 공공기관에 대해 페이퍼리스 업무 환경 도입을 강력히 권고하고, 이를 실천한 기관에는 예산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 있다. 또한, 종이 재활용 인프라 확대와 효율적인 분리배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종이와 플라스틱 등 주요 폐기물 재활용률을 75%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적 목표를 수립하고, 회원국들이 이를 달성하도록 법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44.

기업들도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면서, 종이 사용 절감과 재활용률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에서는 택배 상자 사이즈를 자동으로 계산해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기술을 도입했고, 일부 소매업체는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 영수증 발급 시스템을 구축해 큰 폭의 종이 절감을 이뤄냈다. 또한, 국내외 제지 회사들은 대체 소재(밀짚, 사탕수수 등)를 활용해 생분해성 패키징 제품을 개발하고, 업사이클링 디자인 기업과 협업해 폐지를 새로운 생활 소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정책과 기업, 그리고 개인의 노력이 맞물릴 때 종이 제로 웨이스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와 지원,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 도입, 그리고 개인의 습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종이 소비의 전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단순히 종이를 덜 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용하는 종이는 최대한 재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하며, 나아가 종이가 아닌 다른 대체 소재 활용까지 확대하는 것이 종이 제로 웨이스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결론

종이는 우리 사회와 산업에서 오랜 시간 핵심적인 자재로 활용되어 왔으며, 지속적으로 높은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증가하는 종이 사용량과 낮은 재활용 효율은 온실가스 배출, 산림 파괴, 자원 낭비 등 다방면에서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제로 웨이스트 관점에서 종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종이 사용 절감, 개인과 기업 차원에서의 효율적 사용 및 적극적인 재활용, 그리고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늘날 이미 많은 기관과 기업, 개인들이 전자 문서를 활용하고, 양면 인쇄와 이면지 재사용을 습관화하며,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이는 분명 고무적인 변화이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가와 기업은 종이 제로 웨이스트로 가기엔 갈 길이 멀다. 국제 환경 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종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더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는 핵심”이라고 강조한다55.

자원이 순환되는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작은 실천은 개인의 손에서 시작된다. 이메일을 사용해 영수증을 받는 것, 광고 전단 수신을 거부하는 것,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등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당장 실천 가능한 방법들이 많다. 또한, 기업과 정부의 제도적·기술적 지원이 확대된다면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종이 제로 웨이스트는 현실적으로 당장 100%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 수 있으나, 함께 노력한다면 점진적으로 그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 결국 분석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종이 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이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측면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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