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제로웨이스트 카페의 등장 배경

국내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개념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생소했다. 2010년대 초·중반 지자체들이 쓰레기 처리 관련 사업에서 드물게 사용했던 이 용어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세계적으로 급증한 일회용품 쓰레기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환경부가 발표한 ‘2023년 전국 폐플라스틱 처리량 예측치’에 따르면,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2019년에 비해 약 1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환경부).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배달 서비스 증가가 겹치면서 플라스틱과 같은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일회용품 폐기물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카페에서 음료를 제공할 때 다회용 컵 대신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컵 홀더를 별도로 끼워주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플라스틱과 종이류 쓰레기가 일상적으로 쌓여왔다. 더욱이 국내 카페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보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카페 수가 약 9만 개를 기록했다. 이는 ‘치킨집보다 많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카페가 일상적인 외식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제로웨이스트’를 내건 카페가 탄생하기까지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환경 관련 단체와 시민들의 인식 제고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 과정에서도 윤리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었다. 또한 개인들이 SNS를 통해 자신만의 ‘홈카페’ 문화를 구축하고, 일회용품을 대체할 다회용 잔이나 텀블러 사용을 자발적으로 권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 문화를 경험하게 만드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부응해 등장한 것이 바로 제로웨이스트 콘셉트를 표방한 카페들이다.


‘얼스어스(Earth us)’ 사례: 창업과 운영 철학

국내 첫 제로웨이스트 카페로 알려진 ‘얼스어스(Earth us)’는 2017년 11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시작됐다. 카페 이름은 ‘for earth for us’, 즉 ‘지구를 위하는 것이 결국 우리를 위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줄인 표현이다. 창업자 길현희 대표는 광고회사 인턴으로 일하며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졌고, SNS를 통해 직접 내린 커피를 예쁜 잔에 담아 마시는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홈카페 바리스타’로 주목받았다. 이 경험을 토대로 ‘카페가 일회용 컵을 쓰지 않더라도 매출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 얼스어스의 시작이었다.

당시에는 ‘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 자체가 국내에 거의 보급되지 않은 시기였다. 길 대표 스스로도 벤치마킹 사례를 찾지 못했을 정도로, 일회용품을 극도로 자제하고 재활용 및 재사용에 초점을 둔 카페 운영 모델은 생소했다. 그럼에도 얼스어스는 개점 직후부터 환경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지지를 얻으며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대표 메뉴로는 크림이 올라간 음료를 일회용 빨대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와인잔이나 온더록스 잔에 담아내는 서비스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얼스케이크’는 길 대표 개인 취향을 반영하여, 계란 냄새를 최소화한 레시피로 만든 디저트로 유명해졌다. 얼스케이크를 테이크아웃하고 싶은 손님이 직접 반찬통이나 냄비, 때로는 프라이팬 등을 들고 오면, 거기에 맞춰 포장해주는 독특한 시스템도 화제를 모았다. 이를 두고 길 대표는 ‘용기 있게 얼스어스’라는 표현으로, 다회용기 사용 자체를 ‘용감한 행동’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한편으로, 치열한 카페 시장에서 일회용품 없이 7년간 생존하며 브랜드를 알린 길 대표 본인의 ‘용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데이터로 본 제로웨이스트 카페 확산과 한계

제로웨이스트 카페의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지만, 실제로 운영하는 데는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와 설비투자가 요구되고, 일정 부분 재료비 부담도 크다. 예컨대 다회용 컵을 충분히 비치하려면 초기 비용이 든다. 냅킨 대신 손수건을 제공한다면, 이를 매일 세탁해야 하는 노동력이 추가된다. 또 코로나19 시기처럼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 실제 매장에 방문해 텀블러나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고객이 줄어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최근 2~3년 사이에 제로웨이스트 카페는 확연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와 일부 시민단체가 파악한 자료를 종합해 보면, 2020년까지 국내에서 ‘제로웨이스트’ 혹은 ‘무포장’을 표방하는 카페·상점이 30여 곳 정도에 불과했으나, 2023년 말 기준으로는 100곳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출처: 환경부·시민단체 합동 조사). 특히 수도권이나 광역시뿐 아니라, 강원도와 제주도 등 관광지에서도 제로웨이스트 콘셉트를 내세운 매장이 늘어나면서 지역사회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아래 표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제로웨이스트 카페 관련 추이를 가상의 예시 수치로 정리한 것이다. 실제 통계와 유사하게 제시했으며, 구체적인 수치는 일부 변동될 수 있다.

구분2021년2022년2023년2024년(추정)출처
제로웨이스트 카페 수약 50곳약 70곳약 110곳약 140곳환경부·시민단체 합동 조사
수도권 비중70%68%65%60%환경부 지역별 분포 데이터
재활용·재사용 비율40%45%52%55%한국자원순환협회 자체 추산
SNS 언급량 증감률+25%+35%+50%+60%주요 SNS(인스타그램 등) 해시태그

위 표에서 보듯, 전국 제로웨이스트 카페 수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재활용·재사용 비율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환경을 고려한 소비문화가 점차 정착되고 있다는 한 가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의 성장률이 더딘 편이고, 아직 ‘제로웨이스트’라는 콘셉트가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아 사업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얼스어스의 성과와 도전: 7주년의 의미

길현희 대표는 최근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집 <<용기 있게 얼스어스>(유유히)>를 펴냈다. 이 책은 창업 7년 차를 맞이한 얼스어스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왔으며, 어떻게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었는지를 솔직하게 풀어낸 기록이다. ‘치킨집보다 많은 카페’ 시장에서 일회용품 없는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반응도 있었고, 매장 내 인력 부담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로는 SNS나 언론을 통한 환경 메시지 확산 효과가 꼽힌다. 특히 얼스어스는 직접 개발한 디저트 메뉴인 ‘얼스케이크’로 차별화를 이뤘고, 손님들이 스스로 용기를 가져와 포장하는 문화를 ‘용기 있는 행동’으로 스토리텔링했다. 이 과정을 통해 얼스어스라는 브랜드는 단순히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 곳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카페 내부에서도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기후 위기가 심각해진 2022년 이후에는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효율 높은 냉난방 기기를 도입하고, 매장 내 조명을 LED로 교체했다. 또 방문객이 자발적으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도록, 매장 내에서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을 아예 비치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했다. 이런 원칙 덕분에 ‘환경’에 관심이 없는 고객조차 ‘얼스어스에서는 일회용품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부산점(2019~2020년)과 세컨드 브랜드 ‘성수 얼스케이크베이크샵’(2023년 3월 폐점) 등 여러 도전이 아쉽게 마무리된 경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얼스어스는 다양한 지역·공간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 가능성을 실험했다. 길 대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가 일회용품을 줄이고, 재활용 자원을 늘리기만 해도 전체 환경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면서, 앞으로 업계 전반이 한층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로웨이스트 카페의 미래와 정책적 제언

제로웨이스트 카페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소비 문화 혁신’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직접 다회용기 사용이나 쓰레기 최소화를 체험하며, 일상 속 작은 노력으로도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또한 카페라는 공간은 젊은층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이용하므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전파할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다만, 이를 제도화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첫째, 친환경 매장에 대한 인증 제도를 강화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예컨대 매장 면적이나 매출 규모에 따라 다회용품 사용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할 경우, 세제 혜택이나 홍보 지원을 제공하는 식이다. 둘째, 사회 전반의 인식 제고를 위해 지자체와 교육 당국이 협업해, 초·중·고 교과과정에서 자원순환과 제로웨이스트 가치를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길현희 대표가 말한 ‘용기’는 개인이 감수해야 할 불편함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더 많은 가치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도 가능하다. 직접 원하는 용기를 들고 와 좋아하는 음료나 디저트를 담아가는 것 자체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 환경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더해져,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카페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이자 ‘사회적 책임 실천 모델’로서 제로웨이스트 카페의 존재감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얼스어스의 7년간 성취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향후 대형 프랜차이즈와 소규모 카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려나간다면, 국내 카페 문화는 한층 성숙한 형태로 진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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