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폐기물 현황과 정부의 목표: 2030년까지 30% 감축

싱가포르는 인구 밀도가 높고 자원이 제한적인 도시국가로, 매립지 부족 문제와 폐기물 증가라는 이중고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9년 환경·수자원부(MEWR)가 발표한 ‘제로 웨이스트 마스터플랜’은 2030년까지 폐기물 발생을 30% 줄이고, 재활용률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싱가포르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매립지, ‘세마카우(Semakau)’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고형 폐기물은 약 694만 톤에 달하는데, 그중 182만 톤이 가정에서 나온 것이다(출처: 싱가포르 국가환경청 NEA 통계). 특히 포장재 폐기물은 연간 53만 2,000톤으로, 전체 고형 폐기물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국가적 차원에서 우선 관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수치가 코로나19 이후 배달 소비 증가, 일회용품 사용 확대 등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3R(Reduce, Reuse, Recycle) 정책을 기조로, ‘블루박스(BlueBox)’ 프로그램을 전국 각 주거지에 보급해 재활용 박스와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분리수거가 개인 선택에만 의존하면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중앙정부와 기업이 앞장서서 시민 참여를 독려해 재활용 비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노력은 폐기물을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다시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기술혁신과 인센티브: AI·IoT 활용 스마트 쓰레기통

싱가포르 정부와 기업들은 단순 캠페인을 넘어, 첨단기술을 활용해 폐기물 처리 과정을 효율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과학기술연구청(A*STAR)과 기업 컨소시엄이 개발한 스마트 쓰레기통 ‘BINgo’가 있다. 이 쓰레기통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여 폐기물을 자동 분류하고, 재활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단한다. 잘못된 분리배출이 감지되면 사용자에게 오염 물질을 안내하고, 올바른 재활용 방법을 알린다.

이런 방식의 폐기물 분류 자동화는 ‘재활용률 제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분리배출 절차가 번거롭다고 느끼면 재활용을 기피하기 쉽지만, 스마트 기술이 이를 돕는다면 접근 장벽이 낮아진다.

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 업체인 ‘800 슈퍼(800 Super)’가 개발한 또 다른 스마트 재활용 쓰레기통은, 일정량 이상의 재활용품을 배출할 경우 대형마트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즉, 재활용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에게 직접적인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다. 이는 개인이 느낄 수 있는 보상 심리를 자극해 재활용 행동을 장려할 수 있는데, 정부는 2025년까지 해당 프로그램을 83개 지역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아래 표는 싱가포르에서 시범 적용 중인 스마트 쓰레기통 및 AI·IoT 기술 도입 현황을 정리한 가상의 예시 데이터다.

구분적용 기술시범 지역 수확대 목표(2025년)주요 효과
BINgo(컨소시엄)AI·IoT 기반 자동 분류2050재활용 오염도↓, 시민 편의성↑
800 슈퍼 스마트통포인트 적립형 재활용 추적 시스템1583재활용량↑, 보상제도로 참여 유도
기타 기업 솔루션센서 기반 쓰레기 양 모니터링1030수거 효율↑, 배출 시점 예측 가능

(자료 출처: KOTRA·NEA 발표 자료 종합, 일부 가상 수치 포함)


생산자 책임 강화와 전자폐기물 처리: ERP 제도 도입

싱가포르가 추진하는 또 한 가지 핵심 전략은 ‘확장된 생산자 책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RP)’ 제도다. 이는 제품 생산 단계부터 발생할 수 있는 폐기물 문제를 고려해, 폐기물 관리 및 수거 비용을 생산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2021년부터 본격 시행된 ERP 제도는 특히 전자제품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NEA(싱가포르 국가환경청)는 대형 전자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새로운 제품 배송 시, 사용하던 제품을 무상으로 회수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또 2025년부터는 대형 전자제품 폐기물을 시민 집 앞에서 무료로 수거하는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가전제품 교체 주기가 짧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전자폐기물 방치·불법투기 문제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일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이처럼 싱가포르가 전자폐기물 분야에 힘을 쏟는 이유는, 전자기기 부품에 포함된 유해물질(납·수은 등)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재활용이 가능한 금속·플라스틱이 상당히 많음에도, 회수 체계가 미비하면 그대로 소각되거나 매립될 수밖에 없다. ERP 제도를 통해 생산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면, 기업이 더 친환경적인 설계와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 장기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싱가포르 포장협정(Singapore Packaging Agreement)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2007년 결성된 이 이니셔티브는 정부·기업·NGO가 협력해 2020년까지 6만2,000톤의 폐기물을 감축하고, 1,600억 원 상당의 비용을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코카콜라 싱가포르가 100% 재활용 플라스틱병을 출시하는 등, 기업 차원에서도 지속가능 패키징 전환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음식물 쓰레기 관리와 매립지 포화 문제

싱가포르는 ‘자원 지속 가능성 법(RSA)’을 기반으로 음식물 쓰레기 감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해 ▲음식물 쓰레기 감축 캠페인 ▲남은 음식 기부 ▲음식물의 고부가가치 활용 ▲폐기물 에너지화 등 4단계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음식물쓰레기가 단순히 ‘쓰레기’가 아니라, 생물자원이나 에너지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도시국가로서 식량 자급률이 낮은 싱가포르에게 더욱 중요하다. 예컨대, 남은 음식을 기부해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거나, 레스토랑·카페에서 버려지는 식품을 사료·비료로 전환하는 기업 모델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해 유기농 비료로 만들거나, 유용 미생물을 추출해 산업적 활용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세마카우 매립지가 예상보다 빠른 시점인 2035년경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음식물 폐기물 감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세마카우는 1999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약 1만1,200개의 올림픽 규격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용량에 달하는 대규모 매립지지만, 이미 절반 이상의 부지가 채워진 상태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와 기업들은 폐기물 소각 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하거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灰)를 건축자재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자국 내에서 버려지는 모든 쓰레기를 다시 순환자원으로 되살려, 매립지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녹색도시를 향한 전망과 글로벌 파급 효과

싱가포르의 정책은 단순히 국내 문제 해결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마트 쓰레기통, ERP 제도, 음식물 자원화 등은 전 세계가 직면한 쓰레기 위기에 대응하는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도시화·소비 문화 확산으로 폐기물 발생량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싱가포르의 경험은 다른 국가들에게 실질적 교훈을 제공할 수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AI·IoT 기술과 인센티브 제공 방식이 결합된 재활용 모델은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확장된 생산자 책임(ERP)은 전자제품뿐 아니라, 화장품·식품 포장재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기업이 제품 설계 단계부터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게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지향하는 ‘제로 웨이스트’ 비전은, 매립과 소각에 의존하는 기존 처리 방식을 벗어나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인 3대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앞으로 2030년, 2045년을 거치며 세마카우 매립지 포화 시점과 맞물린 폐기물 처리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싱가포르는 막대한 자금과 기술 역량을 앞세워 새로운 녹색도시 표준을 제시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에서 ‘환경 선도국가’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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