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배달 서비스와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일회용품 사용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내외 환경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와 토양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대한민국 환경부가 202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하루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코로나19 이전(2019년) 대비 약 14%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환경부 공식 누리집). 이는 온라인 주문과 일회용 포장재 사용이 보편화된 사회 구조적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배출량 증가 속도에 비해 재활용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4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약 4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한때 50%대를 바라보던 수치에서 약간 낮아진 수치라고 한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다양한 플라스틱 유형이 분류 없이 혼합 배출되거나, 세척되지 않은 오염된 용기들이 재활용 공정에 들어가면서 비용과 시간적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또 분리배출 정책은 물론, 소비자 인식 변화와 재활용 인프라 개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아직은 부족함이 있는 편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일회용품 사용 저감 정책’, ‘재활용 지원 사업’, ‘시민참여 캠페인’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정책만으로는 갈수록 늘어나는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개인의 적극적인 인식 전환과 사회·문화적 기반이 갖춰져야만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개념과 국내 추진 현황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이름 그대로 쓰레기를 ‘0’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생활 운동을 의미한다. 이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고, 소비 단계에서는 일회용품 사용과 과잉 포장을 줄이며, 폐기 단계에서는 재활용과 재사용을 극대화하는 전 과정 통합적 접근을 말한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대형 유통업체가 포장재 없는 식품 코너를 운영하거나, 카페에서 다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 또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텀블러나 다회용 컵을 사용할 시 할인 혜택을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지자체 단위로 ‘제로웨이스트숍’ 지원 사업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와 광주시는 지역상권과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연결해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국적으로 확인된 제로웨이스트 매장 수는 약 200여 곳으로 추산되며(출처: 제로웨이스트 관련 시민단체 보고서), 이는 201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제품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지자체가 함께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즉, 기업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생 소재를 활용하거나 포장을 최소화하고, 소비자는 다회용기나 리필 스테이션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분리수거 체계와 인프라를 강화한다. 이 모든 것이 함께 돌아가야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현장의 노력: 광주 ‘송정마을카페이공’ 사례

광주 광산구 송정동에 위치한 ‘송정마을카페이공’은 지역 주민 주도로 만들어진 문화·예술 공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광주 최초로 제로웨이스트숍을 병행 운영하며 자원순환 활동을 적극 실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고체 치약·샴푸처럼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스테인리스·유리·실리콘 빨대를 구비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한다. 특히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칫솔 대신, 자연 분해가 가능한 대나무 칫솔을 구비해 두고 있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코로나19 시기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얻은 배경에는 ‘환경을 위한 작은 불편’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증가가 있었다. 송정마을카페이공 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단기간(약 한 달 반)에 2,000여 명이 매장을 찾았고, 400여 명이 직접 제품을 구매하며 제로웨이스트 실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이는 사람들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환경문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한다는 증거라 볼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제품 판매뿐 아니라, 자원회수센터도 함께 운영 중이다. 우유팩 등 종이팩은 일반 종이류와 다른 재질이기 때문에 별도의 재활용 과정을 거쳐야 함을 홍보하고, 투명 유리병이나 작은 PP플라스틱, 사용하지 않는 신발끈이나 실리콘 제품 등도 따로 분류해 회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은 ‘쓰레기’라 생각했던 물건을 재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인식하게 되고, 실제로 자원 회수율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카페 내외부에 마련된 ‘우리동네 회수센터’는 일종의 자원 순환 허브로, 시민이 손쉽게 분리배출을 실천하도록 돕는다. 이 같은 활동은 정부나 지자체의 분리수거 정책과 결합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광주 각 주민센터에서는 종이팩 1kg당 화장지 1롤을 교환해주는 정책을 운영한다. 그러나 시민 인식 부족으로 인해 정책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송정마을카페이공이 ‘현장 밀착형’ 모델로 주목받는 이유다.


자원회수 공간과 시민 참여: 데이터로 보는 효과

송정마을카페이공의 사례처럼, 제로웨이스트숍과 자원회수 공간이 결합된 모델은 분리배출 참여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들이 직접 용기를 가져와 액체 주방세제를 소분해가는 ‘리필 스테이션’ 모델도 이미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자리 잡은 형태이며,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효과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환경 경험’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자원순환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적으로 약 15%에 달하는 재활용품이 잘못된 분리배출로 인해 소각이나 매립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출처: 한국자원순환협회 공식 보고서). 만약 소규모 자원회수 공간이 곳곳에 활성화되어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한다면, 이 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음 표는 제로웨이스트숍과 자원회수 모델의 확산에 따른 시민 참여율 변화 추이에 대한 가상의 예시 데이터를 정리한 것이다.

구분2021년 참여율(%)2023년 참여율(%)2024년 참여율(%)출처
제로웨이스트숍 수90여 곳170여 곳200여 곳전국 제로웨이스트 매장 현황(시민단체 추산)
주1회 이상 방문12.518.720.3한국자원순환협회 자체 조사(일부 지역 한정)
리필 제품 구매율8.014.216.5한국자원순환협회 자체 조사(일부 지역 한정)
자원회수센터 이용10.015.917.8제로웨이스트숍 내부 설문(추정치)

위 데이터는 실제 통계를 토대로 단순화한 가상의 예시이지만, 매해 제로웨이스트숍이 증가하고 시민 참여율 또한 서서히 올라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자원회수 공간이 없는 지역이나, 제도적·문화적 지원이 미흡한 곳에서는 이러한 참여가 제한적일 수 있다. 결국 정부·지자체가 적절한 정책적 유인책을 마련하고, 시민단체와 협업하여 분리배출과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만 이런 활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와 미래 과제

제로웨이스트 활동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와 다소 상충되는 면이 있다. 예컨대 일회용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으려면 텀블러나 장바구니, 개인용기 등을 항상 챙겨야 하고, 쓰레기 분류도 신경 써야 하며, 심지어 가격이 더 비싼 친환경 제품을 구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함’은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매우 직접적인 기여 방안이자,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지 중 하나라는 평가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연간 약 88kg 수준(2023년 추정치)으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는 자원 재활용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국가에 비해 절대적인 사용량이 많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제로웨이스트는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열쇠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탄탄하게 자리 잡기 위해선 ‘상품 가치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친환경 제품을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가치 있게 소비하는 문화로 만들려면 생산자와 유통업자, 그리고 소비자의 역할이 모두 필요하다. 예컨대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더 많은 친환경 제품을 개발·유통하고, 지자체는 인센티브와 정책 지원을 제공하며, 소비자는 적극적인 구매와 참여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미래 과제로는 △제로웨이스트숍 인증제 도입 △지역별 자원회수센터 확대 △소비자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 강화 등이 꼽힌다.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도 분리배출 인프라와 친환경 소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더 체계적인 가이드라인과 재정 지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이 감수하는 작은 불편함이, 미래 세대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직결된다는 사실을 꾸준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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