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비닐봉투 없는 날과 화장품 업계의 책임
‘세계 비닐봉투 없는 날’은 2008년 국제환경단체 ‘가이아(GAIA)’가 제안하여 시작된 기념일로, 매년 7월 3일 하루 동안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자제함으로써 환경 보호를 실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념일이 아직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친환경 활동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내 화장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다. 대한화장품협회가 2024년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0조 원을 상회하며, 매해 꾸준한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출처: 대한화장품협회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이 같은 성장 이면에는 과도한 포장재 사용과 용기 폐기 문제가 뒤따른다. 실제로 환경부가 2023년에 공개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추이’에 따르면, 화장품 분야는 식음료 용기와 더불어 국내 플라스틱 소비의 주요 배출원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비닐봉투 없는 날’을 계기로, 화장품 업계에서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용기 소재를 교체하거나, 리필 스테이션 및 재활용 캠페인을 도입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화장품의 경우 용기 외에도 뚜껑, 펌프, 튜브 등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PCR(Post-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이나 메탈프리 펌프 같은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여 조금씩이라도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브랜드뿐 아니라 중소규모 신생 브랜드들까지 환경과 윤리적 가치를 강조하는 제품군을 선보이며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뚜렷해진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단순히 마케팅을 넘어 지속가능한 생산 공정을 어떻게 구축하고 실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타가(TAGA)’와 비케이브로스의 친환경 사례
이런 흐름 속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바로 ‘비케이브로스(BK Bros)’다. 비케이브로스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 ‘타가(TAGA)’를 전개하며, 7월 3일 ‘세계 비닐봉투 없는 날’을 기념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발표했다. 타가는 플라스틱 배출량 절감을 목표로 용기 소재의 재활용, 고체 형태 제품 출시, 친환경 포장지 도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먼저, 타가의 튜브형 제품 용기는 모두 PCR 재활용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여행용 미니 제품의 경우 친환경 종이 튜브로 대체해 버려지는 플라스틱 양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처럼 재활용 소재를 이용하면 생산 비용이 다소 높아지지만, 타가는 환경적 가치 실현을 위해 이를 감수하고 있다. 또한 용기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메탈프리 펌프’를 적용했다. 일반 펌프에서 금속 부품이 섞여 있으면 분리배출 과정이 복잡해지는데, 메탈프리 펌프는 자원 재활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타가는 최근 2년 연속 UN SDGs(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협회가 선정하는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100’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또 2023년 4월에는 가수 션(‘기부왕’으로도 잘 알려짐)을 홍보대사로 선정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 메시지를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특히 7월 3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하는 이번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은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은 고체 형태 제품”에 주목한다. 타가는 자사의 ‘제로 블루 트리트먼트바’와 ‘샴푸바’ 등 고체 제품군을 최대 70% 할인된 특가로 제공해,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경험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씨솔트와 아이슬란드 빙하수를 함유해 두피를 건강하게 유지해 주며, 프랑스 이브비건(EVE Vegan) 인증까지 획득해 품질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충족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이터로 보는 화장품 업계 플라스틱 사용과 변화 동향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정확히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 각 브랜드별로 명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아 구체적인 수치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환경부와 대한화장품협회 등의 통계를 종합하면, 연간 수십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용기가 화장품 산업에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래 표는 가상의 예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국내 화장품 업계의 플라스틱 사용량 추이를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구분 | 2021년 | 2022년 | 2023년 | 2024년(추정) |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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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시장 규모(조 원) | 9.5 | 9.8 | 10.2 | 10.5 | 대한화장품협회, 2024년 초 발표자료 |
플라스틱 사용량(만 톤) | 35 | 37 | 38.5 | 40.0 | 환경부·업계 추정치 |
재활용 비율(%) | 28 | 30 | 32 | 35 | 한국자원순환협회 자체 조사 |
PCR 소재 도입률(%) | 5 | 7 | 10 | 12 | 일부 브랜드(비건·친환경) 사례 참조 |
위 표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플라스틱 사용량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재활용 비율은 여전히 30~3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PCR 소재 적용률 또한 소수의 친환경 브랜드를 중심으로 확산될 뿐, 전체로 보면 아직 미미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환경 규제와 소비자 인식이 동시에 개선되지 않으면 대다수 화장품 기업이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타가’처럼 메탈프리 펌프 등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면, 업계 전체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데 큰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도 최근 대형 화장품 브랜드도 환경 보호를 위해 리필 스테이션을 설치하거나, 신제품에 PCR 소재를 적용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캠페인과 소비자 행동의 의미
비케이브로스가 진행하는 이번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대안을 직접 체험해보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고체 형태의 트리트먼트바·샴푸바는 플라스틱 용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므로,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중 하나다. 더불어 제품 포장지에도 친환경 재생지를 도입함으로써 포장재 폐기량까지 최소화했다.
캠페인은 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환경심리학 전문가들은 “실제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그렇지 않은 소비자에 비해 향후 지속적으로 환경적 가치를 고려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즉, 이러한 할인 행사나 체험 이벤트가 단순한 ‘프로모션’을 넘어, 소비자들이 ‘가치소비’를 실천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도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트렌드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친환경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이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 기관과 컨설팅 기업들은 기업 평가 시 환경적 요소에 대한 가중치를 점차 높이는 추세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소비자 참여 캠페인이 업계 전반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대형 브랜드가 소비자 반응을 주시하다가 ‘이 정도 친환경 정책이면 사업적으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더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진행될수록, 친환경 소재 개발과 플라스틱 절감을 위한 산업 생태계가 확장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미래 과제와 전망
비건 화장품 브랜드 ‘타가(TAGA)’의 사례는 화장품 업계가 플라스틱 감축에 진지하게 나서야 함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은 소수 브랜드의 적극적인 노력과 소비자 운동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패키징 기술 개발,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확대, 소비자 대상 캠페인 등을 한층 체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메탈프리 펌프 같은 기술이 상용화되어도 대량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하면, 많은 브랜드가 적용하기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친환경 용기 제조사’에 기술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대형 화장품 기업이 협력사를 통해 공동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한 소비자 참여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제로웨이스트 제품 구매 시 적립금 혜택이나 할인 쿠폰 제공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
향후에는 현재의 ‘단발성 캠페인’을 넘어, 장기적으로 ‘플라스틱 중립(Plastic Neutral)’을 선언하는 화장품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탄소 중립과 유사하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사용량만큼을 재활용·회수 사업에 투자하거나 재생 소재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화장품뿐 아니라 식음료, 생활용품 등 다양한 업종에서 플라스틱 중립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 기업이나 한 소비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그럼에도 ‘세계 비닐봉투 없는 날’을 계기로, 타가를 비롯한 친환경 브랜드들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냄으로써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앞으로 국내 화장품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친환경’과 ‘미용’이라는 가치가 상충하지 않고도 공존할 수 있는 시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