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웨이스트


1. 제로 웨이스트와 레스 웨이스트: 환경을 위한 현실적 접근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소비 패턴으로 주목받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는다’는 이상적인 목표를 지향한다. 이는 생산·소비·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자원을 최대한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여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가는 쓰레기를 사실상 제로(0)에 가깝게 만들자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쉽게 재활용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져 있어, 현실적으로 모든 물건을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큰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목받는 또 다른 개념이 바로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다. 제로 웨이스트처럼 극단적으로 폐기물을 ‘0’에 가깝게 줄이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하자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예를 들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모든 생활용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단번에 교체하기는 쉽지 않지만, 다회용품 사용을 늘리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아예 사지 않는 등 일상에서 ‘조금씩’ 실천하는 형태라면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환경부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3년 조사[출처: 환경부 (http://www.me.go.kr)]에서도, “일회용품·과대 포장 제품 사용을 줄이는 레스 웨이스트 방식이 실제로 쓰레기 감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특히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와 연계되어 레스 웨이스트가 확산되는 추세도 눈길을 끈다. 불필요한 소유욕을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을 사용함으로써 소비 지출 자체를 줄이는 한편, 동시에 쓰레기 배출량도 낮춘다는 점에서 경제적·환경적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 완벽하게 쓰레기를 없애는 제로 웨이스트가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레스 웨이스트를 시작점 삼아, 조금씩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 나가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제로 웨이스트에 가까워지는 접근이 훨씬 실천적이고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2. 데이터로 살펴본 쓰레기 배출 현황

쓰레기 감축 운동에 대한 필요성은 통계 지표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What a Waste 2.0’ 보고서(2022년 개정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약 20억 톤에 이르며, 2050년에는 도시화와 인구 증가 등으로 34억 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역시 1인당 연평균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400kg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속한다. 더욱이 팬데믹 기간 동안 음식 배달·포장 문화가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비닐 등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아래 표는 2023년 기준 주요 국가들의 생활폐기물 배출 현황과 재활용률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각국이 쓰레기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과 성과는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률 제고가 세계적 추세임을 엿볼 수 있다.

구분1인당 연간 폐기물 배출량(kg)재활용률(%)주요 특징출처
한국약 40045분리배출 활성화,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의무화환경부 (http://www.me.go.kr)
일본약 36050편의점 비닐봉투 유료화, 재활용 PET 보급 확대일본 환경성 (https://www.env.go.jp)
독일약 60067‘그린 닷(Green Dot)’ 제도로 포장재 비용 전가독일 연방환경청 (https://www.umweltbundesamt.de)
미국(캘리포니아)약 70035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대체 소재 연구 활발캘리포니아 주정부 공식자료
스웨덴약 45070바이오 플라스틱 보급 및 소각열 에너지 활용스웨덴 환경청 (https://www.naturvardsverket.se)

(표 1) 생활폐기물 배출 현황 및 재활용률 (2023년 기준)

표에서 보듯이 독일의 경우 1인당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기업이 포장재 처리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그린 닷’ 제도를 통해 재활용률을 60%대 후반까지 끌어올렸다. 스웨덴은 소각 열을 난방에 활용하는 등 자원 회수율을 극대화해 폐기물 관리 선도국으로 손꼽힌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는 적극적인 규제를 펼치고 있지만, 넓은 영토와 각 지역 간 제도 차이로 인해 재활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고전하는 실정이다. 한국은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의무화 정책으로 상당한 수준의 감축 효과를 거뒀으나, 여전히 포장재나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이 많아 개선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결국 데이터는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단순한 개인 선택을 넘어 국가·지역 차원의 제도와 인프라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개개인이 레스 웨이스트 혹은 제로 웨이스트 개념을 실천해 나가는 일상적 노력이야말로 공공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동력이라는 점이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3. 일상에서 시작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 TIP

제로 웨이스트와 레스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처음에는 가벼운 습관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적용해 볼 만한 6가지 팁을 소개한다. 각 팁은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도 쓰레기 발생량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로 구성되어 있다.

3-1. 외출 전에 필요한 물건 챙기기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장바구니나 에코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새로운 비닐봉지를 받을 필요 없이, 튼튼한 장바구니 하나면 충분하다. 여기에 개인 텀블러다회용 용기를 함께 챙기면, 카페에서 음료를 살 때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음식을 포장할 때도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 환경부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한 해 제공되는 비닐봉지 수가 약 20억 장에 달한다고 한다. 개인이 에코백을 꾸준히 사용하기만 해도 연간 수십~수백 장의 비닐봉지를 절감하는 셈이다. 이는 식품 포장재 감소로도 이어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쓰레기 처리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3-2. 리필할 수 있는 제품 사용하기

샴푸, 린스, 주방세제 등은 최근 들어 리필형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본품 가격과 비교하면 리필 제품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고, 플라스틱 용기도 반복해서 재사용할 수 있어 쓰레기 발생을 대폭 줄일 수 있다. 2024년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수도권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대표 리필 제품(샴푸, 세탁 세제 등)은 기존 제품 대비 가격이 평균 15~20%가량 저렴했다. 이는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재활용 공정에서도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는 효과가 있어 환경·경제 양 측면에서 가치가 높다.

3-3. 생분해성·천연 소재 제품 구매 고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천연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회용 컵, 빨대, 포장재 등을 옥수수 전분 등으로 만든 PLA(Polylactic Acid) 소재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다. 물론 생분해성 제품이라 해서 어느 상황에서나 자동으로 분해되는 것은 아니나,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분해 속도가 빠르고 환경 오염을 크게 줄인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생분해성 제품을 찾기 어렵다면, 최소한 종이·목재·대나무·면(코튼) 등 자연 소재로 만든 대체품을 우선 고려해 보는 것도 제로 웨이스트에 기여하는 중요한 습관이다.

3-4. 질 좋은 물건 사기

패스트패션이나 저가 의류가 편리하긴 하지만, 쉽게 사고 쉽게 버려지는 문화가 자원 낭비를 가속화한다. 국제패션협회(IAF)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 해 버려지는 의류는 약 9200만 톤에 달하며, 그중 상당수가 소각 또는 매립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응해 여러 의류 브랜드가 비건 가죽, 리사이클 원단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소비자 스스로 질 좋은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조금 높아도 내구성이 뛰어난 옷이나 신발을 구입해 오래 입으면, 결과적으로 쓰레기를 만드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장기적 비용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3-5. 손수건 이용하기

물티슈에는 플라스틱 섬유가 포함되어 있어 썩지 않고 남아 환경을 오염시킨다. 최근 들어 친환경 물티슈도 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물티슈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습관을 바꿔 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손수건 사용이다. 땀을 닦거나, 물기를 제거하거나, 흘린 음식을 닦을 때도 손수건을 활용한다면 하루에 몇 장씩 쓰고 버리던 물티슈나 휴지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시민단체 ‘녹색소비자연대’가 2023년 실시한 시범 프로젝트 결과, 참여자들이 2주간 손수건을 사용했을 때 가정 내 휴지 사용량이 평균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3-6. 거절하기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핵심 중 하나인 ‘거절하기(Refuse)’는 일상에서 무심코 받게 되는 일회용품을 사양함으로써 쓰레기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이다. 카페에서 빨대 거절, 배달 앱에서 “수저·포크 안 받기” 옵션 선택, 비닐봉지 제공 거절 등 일상의 작은 행동만으로도 폐기물 발생량이 줄어든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점차 많은 사람이 이 같은 행동을 당연한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어 거절하기 습관을 들이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불필요한 물건이 쌓이지 않게 하는 습관은 결과적으로 집 안 환경도 깔끔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4. 지속 가능 소비의 미래와 과제

제로 웨이스트와 레스 웨이스트 운동은 단순한 ‘개인적 취향’이 아니라, 이미 글로벌 차원에서 중요한 환경·사회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4년 발표된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SCP: Sustainable Consumption and Production)이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 고갈 문제 해결의 핵심 전략”이라고 지목했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전 세계 기업들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면서,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이고 재활용 소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노력이 점점 가속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생분해성·친환경 소재가 실제로 효과적으로 분해·재활용되려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PLA(옥수수 전분 플라스틱)는 특정 온도·습도 조건에서만 분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매립지 환경에서 그대로 버려지면 오히려 재활용이 어려워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분리수거 체계와 처리 시설을 확충하고, 소비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정보 제공과 인센티브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비자 인식 제고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외 여러 조사에서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비싸다”는 점을 이유로 구매를 망설인다는 결과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기업 측에서도 대규모로 생산해야 원가를 낮출 수 있는데, 초기 시장 규모가 충분치 않아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런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함께 소비자들이 ‘가치 소비(value consumption)’에 관심을 가지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제로 웨이스트나 레스 웨이스트 운동은 개인의 작은 실천에서 출발하지만, 사회적·제도적 차원으로 확대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쓰레기 매립지를 늘리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하고 있고, 바다에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갈수록 심화되는 만큼,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환경 보호에 동참해야 한다. 작은 에코백 하나, 텀블러 하나가 만드는 변화가 당장은 미미해 보여도, 수많은 개인의 행동이 모여 대규모 쓰레기 감축과 자원 절약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과 참여는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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