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


1. 제로웨이스트와 ‘편의 비용’의 상관관계

현대인들은 편의를 위해 다양한 비용을 지불한다. 온라인 주문, 음식 배달, 일회용 포장재 사용 등을 통해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하지만, 그 편의 뒤에는 플라스틱 포장재나 배달용기처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부 비용’이 따라붙는다. 이때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라는 개념은 쓰레기를 완전히 ‘제로(0)’로 만드는 이상적 목표를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쓰레기를 가능한 한 최대한 줄이자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쉽게 말해, 우리가 편의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 중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환경적 부담과 경제적 비용을 동시에 절약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다양한 사례에서 확인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비 존슨(Bea Johnson)은 제로웨이스트 생활 습관을 도입한 이후, 가정의 생활비를 무려 40% 절감했다고 언급한다. 그녀가 밝힌 이유는 단순하다. 일회용품 대신 재사용 가능한 물품을 구매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생활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출을 억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제로웨이스트는 ‘환경 보호’라는 가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가계 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텀블러와 장바구니 사용, 재활용 소재 제품 구매 등을 인증하는 SNS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쓰레기 감축이 ‘개인의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일’로만 간주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이러한 실천이 경제적 절약과 이미지 제고(“친환경 실천가”)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환경부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회용품 사용량이 팬데믹 시기에 일시적으로 급증했으나, 2023년부터는 배달 앱을 통한 ‘일회용 수저 미제공’ 선택률이 전년 대비 약 25% 증가하여 서서히 감소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개인들이 일상 속에서 편의를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환경적·경제적 효용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제로웨이스트는 편의와 환경 보호 사이에서 개인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당장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그 대가로 향후 자원 절감과 쓰레기 처리 비용 감소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쓰레기를 처리하거나 매립지를 확충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 역시 언젠가는 우리가 모두 부담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제로웨이스트는 지금부터 ‘편의 비용’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2. 제로웨이스트의 경제적 효과: 생활비 절감과 자원 효율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환경 보호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가계나 개인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이점이 상당하다. 그 대표적 사례를 비 존슨(Bea Johnson)이 보여주고 있는데, 그녀는 쓰레기 없이 생활함으로써 가정의 월 지출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다.
이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첫째, 다회용품 사용을 통한 장기 절감 효과
대표적으로 물티슈 대신 손수건, 일회용 식기 대신 스테인리스나 도자기 재질의 다회용 식기, 종이컵 대신 텀블러 등을 사용하면 초기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해서 쓸 수 있어 추가 지출을 절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가족이 연간 물티슈를 100팩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이를 모두 구입하는 비용은 상당히 누적된다. 반면 손수건은 일정 개수만 구비해 세탁을 반복하면 되므로 길게 보면 지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 환경 부담도 덜어낸다.

둘째, 불필요한 소비 감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다 보면 ‘과연 이 물건이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게 된다. 무심코 사던 포장식품이나 충동구매를 자제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지출 항목이 축소된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에서 비 존슨은 이를 ‘라이프스타일 재정비’로 표현하며, 필요 이상의 물건을 사지 않음으로써 집 안 공간도 넓어지고 생활이 간소해지는 부수 효과도 얻었다고 주장한다.
2019년에 발표된 한 연구[출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CSU) 지속가능성센터]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습관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가계의 월평균 지출이 최대 10~15%까지 절약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주로 포장재, 배달비, 일회용 식기 구매 비용 등에서의 감소를 근거로 삼고 있는데, “한 번쓰기 문화”로 대표되는 현대 소비 패턴을 전환할 때 가장 큰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울러 제로웨이스트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자원 효율성을 높인다.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소각장, 매립지 조성, 재활용 설비 구축 등에는 막대한 인프라 비용이 필요한데, 근본적으로 쓰레기 발생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도 축소된다. 국내 환경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1인당 하루 배출하는 쓰레기는 2024년 기준 약 1.06kg 정도로, OECD 평균과 비교해 크게 높지는 않지만(약 1.2kg),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개인의 사소한 실천에서 시작되는 이유는, 이러한 작은 변화가 국가 전체 자원 관리 비용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제로웨이스트의 경제적 효과는 단순히 ‘동전 몇 푼 아낀다’는 차원을 넘어, 개인·가계·사회 모두에게 긍정적인 함의를 지닌다. 특히 배달음식이나 일회용품이 넘쳐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행동은 불편함을 감내하는 대신 현금 지출을 억제하고, 나아가 미래세대가 겪을 부담을 낮춰주는 선택이 될 수 있다.


3. 비건·제로웨이스트 실천 사례: 식비 지출과 건강까지 챙기기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는 것과 식습관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기사 본문에서 등장하는 김이든 씨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비건(채식 중심) 지향적 삶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배달음식과 가공식품을 줄였다. 처음에는 환경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를 보고 충격을 받았고,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게 된 후 행동으로 옮겼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배달음식을 끊고 직접 요리를 시작한 뒤부터 식비 지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달 플랫폼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발생하는 배달비, 일회용 포장 용기, 과도한 포장 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비건식으로 조리할 경우, 비싼 육류나 고가의 수입산 식재료 대신 제철 채소나 곡물 등 비교적 저렴한 식품을 활용하게 되어 비용 절감 효과가 두드러진다. 여기에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든다.
이는 단순히 “채식을 하니 돈을 아낀다”는 개념이 아니라, “음식 소비 전반을 계획적으로 바꾸니 쓰레기 발생과 비용이 함께 줄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채소의 뿌리나 줄기 같은 부분까지 알뜰하게 활용하면 식품 폐기물이 현저히 감소하고, 식비 지출도 줄어드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김이든 씨가 온라인 배송 대신 직접 마트를 찾으면서 과대포장을 피하고, 마트 포인트 혜택을 활용해 추가 절약까지 가능해진 사례도 흥미롭다. 온라인 주문은 편리하지만, 스티로폼 박스와 비닐 완충재, 불필요하게 큰 택배 상자 등 각종 쓰레기가 뒤따른다. 오프라인 장보기로 전환하면, 이러한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실제 식재료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 불필요한 구매를 방지할 수도 있다.

또한 가족이나 지인이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공급받는 것도 쓰레기 감축과 경제적 이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농장에서 바로 올라온 채소는 포장재가 최소화될 뿐 아니라 신선도도 높다.
지속 가능한 식습관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김이든 씨는 “지속 가능한 선”을 찾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를 통해 비건식이 너무 엄격해지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강박’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쓰레기 발생과 지출 비용이 동시에 줄어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고 추산한다. 이는 자동차·비행기·선박 등 운송 부문의 배출량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물과 사료(곡물) 그리고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결과적으로, 비건식 혹은 ‘채소 중심 식단’을 부분적으로라도 실천하면 기후 위기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쓰레기(특히 배달 포장재)나 생활비까지 절약하게 된다.


4. 기업과 개인의 협업: 트래쉬버스터즈 사례와 재사용 식기

기사에 소개된 ‘트래쉬버스터즈’는 제로웨이스트의 경제적 이점을 기업 차원에서도 증명하는 사례다. 이들은 일회용 식기 대신 대여 가능한 다회용 식기를 공급하고, 사용 후 세척과 수거까지 담당한다. 배달음식점이나 영화관, 행사장 등에서 쓰레기가 대량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목적이다. 이는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서 유령을 퇴치하듯, “일회용 쓰레기”라는 유령을 잡겠다는 발상에서 회사 이름을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서비스가 환경 보호는 물론 비용 측면에서도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행사를 진행할 때 일회용품을 다량 구입하고 폐기 처분하는 과정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실제로 미국 환경보호청(EPA) 연구(2023년 기준)에 따르면, 1회성 대규모 이벤트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처리·수거·매립하는 데 드는 비용이 행사의 5~10%에 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반면 다회용 식기를 대여·세척·재활용하는 모델을 도입하면, 초기에는 설비와 시스템 구비에 투자가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회용품 구매와 폐기 비용을 줄여 운영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소비자의 시각에서도, 다회용 식기가 위생적으로 처리된다면 음식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고 환경에도 기여한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환경부와 협업해 영화관에서 다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범 운영하는 등, 작은 규모의 ‘쓰레기 없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아래 표는 2024~2025년 현재 국내외 주요 ‘다회용기 서비스’ 또는 ‘재사용 식기 서비스’ 모델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서비스명지역주요 특징수익 모델
트래쉬버스터즈한국행사장·영화관·배달음식점 대상 다회용 식기 대여·세척·수거B2B·B2C 렌탈 및 세척 비용 수익
컵클럽(CupClub)영국대규모 오피스·공공장소에 리유즈 컵 제공, QR코드 추적 시스템구독형(월간)
리유즈티(ReUzeT)미국지역 축제·스포츠 경기장 대상 다회용 컵 대여 서비스이벤트 단위 계약
핸드프린트(Handprint)싱가포르카페·테이크아웃 매장 전용 스테인리스 용기 대여매장 파트너십 수수료

(표) 주요 다회용기·재사용 식기 서비스 사례 (2024~2025년)

표에서 보듯, 각 서비스는 지역과 규모, 제공 방식은 다르지만 “일회용품을 대체하겠다”는 목적이 같다. 이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재사용 식기가 한 번 도입되면 폐기물 발생량이 급격히 감소해 ‘환경적 이점’을 얻을 뿐 아니라, 여러 번 반복 사용으로 초기 비용을 회수해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제로웨이스트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5. 함께 만드는 제로웨이스트,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제로웨이스트는 개인의 작은 노력이 모여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내는 전형적인 사례다. 김이든 씨와 같은 개인의 식습관 변화, 트래쉬버스터즈처럼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참여, 거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뒷받침이 결합하면,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쓰레기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축적되면 장기적으로는 폐기물 매립지와 소각장의 부담이 감소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크게 절약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예를 들어, 기업의 생산 체계가 일회용 포장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가 여전히 다수다. 소비자들이 재사용 가능한 물건을 선호해도, 시장에서 그에 맞는 제품을 원활히 공급하지 않으면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확산되기 어렵다. 게다가 다회용기를 세척·회수하는 물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일회용품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또한 정책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일회용품 규제나 보증금 제도, 재활용 시설 투자, 기업 ESG 경영 장려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만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해외 선진 사례를 보면, 유럽연합(EU)은 2025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는 법·제도와 기업 혁신이 결합되어야만 실현 가능한 목표로, 제로웨이스트의 확산을 제도적 관점에서 견인하는 대표적 사례다.

결국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0으로 만들자”는 구호가 아니라, 경제적·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종합 전략이다. 개인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배달음식이나 과대포장을 줄이고, 기업은 다회용식기를 제공하거나 환경친화적 제품을 개발하며,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사회 전체가 쓰레기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편의 비용’을 조금씩 줄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비용 절감과 환경 보전을 실현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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