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른 쓰레기: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유엔(UN)은 2022년 12월 14일 열린 제77차 총회에서, 매년 3월 30일을 **‘국제 제로 웨이스트의 날(International Day of Zero Waste)’**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터키가 제안하고 105개국이 지지한 이 결의안은, 이미 2022년 3월 2일 유엔 환경 총회에서 채택된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도구를 향하여” 등을 비롯한 일련의 폐기물 관련 결의안들과 맥을 같이한다. 이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 쓰레기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글로벌 과제로 공식 선언한 의미를 지닌다.

(1) 글로벌 폐기물 증가와 심각성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4년 보고서 *<2024년 글로벌 폐기물 관리 전망>*에 따르면, 해마다 약 2억 톤 이상의 도시 고형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 쓰레기를 적재한 컨테이너를 일렬로 줄 세우면, 달과 지구 사이를 왕복하고도 남는 양이라는 비유가 나올 정도다. 농업 부산물, 산업 폐기물, 건축 자재, 의료 폐기물 등 그 종류도 다양한데, 한 번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 뒤에는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땅과 바다, 그리고 대기에 잔존한다.

(2) 삼중적 지구 위기: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환경보건

  • 기후변화: 쓰레기를 운반하고 처리·소각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특히 메탄과 블랙 카본)가 다량 배출된다. 매립된 유기성 폐기물은 분해 과정에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며, 블랙 카본은 빙하 표면에 달라붙어 해빙을 촉진하는 등 심각한 기후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 생물다양성: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는 유해 화학물질을 토양과 수역·대기로 흘려보낸다. 이러한 오염은 지역 생태계를 교란해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며,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환경보건: 매립지나 불법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병원균 및 중금속, 내분비 교란물질 등은 식수와 토양을 오염시키며, 인간에게는 심장병·암·호흡기 질환 등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연간 40~100만 명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폐기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는 추산도 있다.

이렇듯 쓰레기 문제는 단지 환경 보호를 넘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그리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복합적 위기다. 국제 제로 웨이스트의 날 지정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환기시키고, 국제사회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 폐기물 증가 추세: 지금 그대로라면 2050년엔 어떻게 될까

UNEP은 앞서 언급한 <2024년 글로벌 폐기물 관리 전망> 보고서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2050년 전 세계 연간 폐기물 배출량이 3.78억 톤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2020년 약 2.12억 톤 대비 50% 이상의 증가치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을 고려했을 때, 선형경제(Linear Economy) 체제에 갇힌 현재 방식으로는 폐기물 발생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1) 급성장 국가의 폐기물 폭증

보고서는 특히 빠른 경제 성장을 경험하는 신흥국을 주시한다. 이들 국가는 인프라와 제도가 미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가 폭증해, 폐기물 처리 능력을 초과하는 쓰레기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 과정을 방치하면, 2100년경에는 달이 아니라 태양에 왕복할 수 있을 만큼의 쓰레기가 쌓일 것이라는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제시된다.

(2) 경제성장과 자원소비·폐기물 배출의 분리 필요성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쓰레기가 늘어나는 ‘선형경제’ 패턴을 깨뜨리기 위해, UNEP와 여러 국제기구는 ‘자원 소비와 폐기물 배출을 줄이면서도 경제 발전을 실현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전환을 강조한다. 즉, ‘폐기물 관리’ 단계에서의 기술·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기업의 생산 공정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UNEP 예측 자료: 폐기물 배출량 증가 그래프 요약]

  • 하늘색: 현재 폐기물(10억 톤 단위)
  • 짙은 파란색: GDP 성장에 따른 추가량
  • 주황색: 인구 증가에 따른 추가량
  • 보라색: 경제성장·인구 증대를 합친 총합 예측치(2050년)

3. 제로 웨이스트: 단순 관리가 아닌 ‘원천 예방’이 핵심

그러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란 무엇을 의미할까? 많은 사람이 쓰레기 분리배출이나 재활용을 떠올리지만, 사실 제로 웨이스트는 그보다 한 단계 앞선 개념이다. 즉, 폐기물을 ‘관리’하기보다는, 애초에 발생량을 줄이고(원천 예방), 나아가 제품과 포장재, 자재를 책임 있는 방식으로 생산·소비·재사용·회수함으로써 자원 소비 자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1) 생산·소비 구조를 바꾼다

대부분의 현대 사회는 ‘버리는 경제(Throwaway Economy)’라고도 불리는 선형경제를 기반으로 한다. 자원을 채취해 상품을 만들고, 사용 후 폐기한다는 단순 구조다. 제로 웨이스트는 이 과정에서 폐기물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설계를 도입한다. 예컨대:

  • 재활용·재사용 쉽게 하는 제품 디자인
  • 리필·소분 판매 등 포장재 사용 최소화
  • 업사이클링으로 폐자원을 또 다른 가치로 재탄생

이런 접근법은 곧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 이어진다. 사용한 자원을 다시 고품질로 회수해 제품 생산에 재투입함으로써, 쓰레기를 0에 가깝게 관리할 수 있다.

(2) “재활용만으론 부족하다”

물론 재활용은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재활용 과정에도 에너지·물 등이 소비되고,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재활용 가능 품목이라도 섞여 버리면 실제 재활용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근본적 해법은 여전히 **‘최대한 발생량을 줄이기’**라는 결론이다. 국제 자원 패널(International Resource Panel)은 2019년 보고서에서 “생물다양성 감소의 90%는 자원 소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생산·소비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시사했다.

따라서 제로 웨이스트란, 더 이상 ‘생산·소비·폐기’라는 일방통행 구조가 아닌, 생산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을 절약하고, 쓰레기가 생겨도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순환 고리를 만드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4. 순환경제의 길: 자원순환 촉진법과 지방정부의 역할

한국 정부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자원순환기본법’**을 전부 개정해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을 마련했다. 이로써 기존의 “폐기물 발생 억제, 재활용, 처분”이라는 관점에서 나아가, 생산소비유통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정책 프레임워크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이 법률은 생산자 책임 강화,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자원 효율 고려, 소비·유통 과정에서의 낭비 최소화, 재사용 촉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순환경제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중앙정부·지방정부·사업자·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2) 지방정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

한편, 실제 생활 속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과 주민 니즈를 가장 가까이서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반영한 ‘자원순환센터’, ‘리필 스테이션 지원’ 등을 추진할 수 있다.

  • 예시: 광주광역시 동구 ‘동구라미 자원순환센터’
    • 이 센터는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 스마트 재활용 거점, 목공소와 수리수선실 등을 갖추고 있어, 주민들이 실제로 자원순환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해당 포인트로 지역화폐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처럼 지방정부가 적극적 플랫폼을 마련하면, 시민들은 편리하면서도 실질적인 혜택을 얻어 참여 동기가 커진다. 이는 곧 “환경 보호는 고통이 아니라 생활 편의와 경제적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지역사회에 각인시킨다.


5. 글로벌 관점: 국제 제로 웨이스트의 날과 우리의 과제

매년 3월 30일, **‘국제 제로 웨이스트의 날’**은 지구촌에 “쓰레기 없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던진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유엔 해비타트(UN-Habitat)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11과 12 달성을 위해 이 날을 적극 활용해, 전 세계 각 지역에서 폐기물 절감 캠페인과 순환경제 정책을 소개하고, 시민단체 및 기업의 참여를 독려한다.

(1) 시민참여와 인식제고

아무리 정부와 국제기구가 정책을 내놓아도, 실제 실행 주체는 개개인이다. 일상에서의 분리배출, 일회용품 사용 자제, 재사용 습관은 작은 행동처럼 보이지만, 누적되면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다. 국제 제로 웨이스트의 날을 전후해 각종 SNS와 지방자치단체 행사에서는 “한 달 동안 플라스틱 줄여보기”, “텀블러·장바구니 챙기기” 같은 챌린지를 진행하기도 한다.

(2) 기업과 산업계의 전환

기업 역시 대규모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감축, 재생 가능 소재 연구,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예: 용기 보증금 제도 등)을 추진함으로써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대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플라스틱 줄이기와 재활용 원료 도입 목표를 발표하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들도 무라벨 생수, 재활용 포장재 등의 사업을 확장 중이다.

(3) 남은 과제: 구조적 장벽과 정책 공백

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개인 노력만으로 해결이 어렵다. 예를 들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 해도 특정 처리시설이 부족하면 실제 재활용이 어렵다. 플라스틱 분리배출에 대한 소비자 교육과 인센티브가 미흡하면, 올바른 재활용 인프라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유엔이나 각국 정부가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기업이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디자인’을 채택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통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제 제로 웨이스트의 날은 이러한 거시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2024년 3월 30일, 전 세계 수많은 도시에서 열리는 시민 워크숍과 기업 컨퍼런스, 지자체 주최 행사들은 모두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행동”이라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재차 강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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