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미닝 아웃과 가치 소비, 왜 제로 웨이스트를 선택했나
최근 20~30 MZ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가 확산되면서, **“미닝 아웃(Meaning Out)”**이라는 표현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소비 형태에 적극 반영한다는 의미로, 환경보호·동물복지·공정무역 등과 같은 이슈에 집중하는 소비자 행동을 말한다. 단지 상품을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 소비가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까지 고려하는 태도이다.
2024년 국내 시장조사 업체 ‘글로우’가 928명의 MZ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가 스스로를 ‘가치 소비자’라고 답했다. 이들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 중 어떤 분야에 가장 관심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환경’**이라고 응답했으며, 실제로 리사이클링, 플라스틱 프리,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비건, 플로깅 등 다양한 활동을 실천한다고 밝혔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활동 중 2개 이상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45%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MZ세대가 단순히 “의식 높은 척”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습관으로 친환경 실천을 이어간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중 특히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은 “쓰레기 배출량을 0에 가깝게 줄이자”는 구호와 함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 자체는 이미 1990년대부터 환경운동 단체와 정부 정책에서 간간이 사용되어 왔으나, 대중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8년 4월, 수도권 일부 공공주택 단지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 거부 사태가 발생하면서부터,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쓰레기가 정말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의문과, ‘쓰레기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각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MZ세대가 주도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는 “지구를 위한 친환경 행동이 곧 힙(hip)한 일”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SNS에서는 고체 치약·샴푸바 사용기나 제로 웨이스트 숍 방문기 같은 콘텐츠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내가 쓰레기를 얼마나 줄였는지”를 자랑하는 ‘인증샷’ 문화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가치 소비가 개인의 신념을 표현하는 미닝 아웃이 되면서, 제로 웨이스트는 환경 보호를 넘어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2. 제로 웨이스트,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까
제로 웨이스트란 단어 그대로 **‘쓰레기가 전혀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쓰레기를 0으로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이 강조하는 바는 우리 일상에서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0’에 최대한 가까워지자는 목표다. 결국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애초에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고, 자원 낭비를 막자는 근본적 철학을 담고 있다.
(1) 업사이클링(Upcycling)과 플로깅(Plogging)의 인기
- 업사이클링: 재활용(recycle)에 ‘가치 상승(upgrade)’ 개념이 결합된 것으로, 버려지는 물건이나 소재를 예술적·환경적 가치가 높은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예컨대, 낡은 현수막을 가방으로 만드는 브랜드나, 폐페트병 섬유로 만든 옷 등이 대표적 사례다.
- 플로깅: 스웨덴어 ‘Plocka upp(줍다)’와 ‘Jogging(조깅)’을 합성한 말로, 조깅을 하면서 길거리 쓰레기를 함께 줍는 활동이다. 단순히 환경 정화 효과뿐 아니라, 본인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 사이에서 매우 인기다.
(2) 2018년 ‘쓰레기 대란’이 남긴 교훈
2018년 4월,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비용 문제를 이유로 플라스틱과 비닐 수거를 거부한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불과 며칠간의 수거 거부로 아파트 단지와 길거리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고, 언론과 SNS에서 “쓰레기 대란”이라 불릴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그 전까지는 무심코 버렸던 일회용품의 양과, 실제 재활용 인프라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계기였다. 이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고,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3) 모두에게 정답은 다르다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이는 카페에서 빨대·컵·홀더를 거절하는 습관부터 시작하고, 또 다른 이는 업사이클링 DIY를 즐긴다. 중요한 건,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이다. 불필요한 비닐봉지 하나를 덜 쓰는 행위도 환경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MZ세대 사이에서 제로 웨이스트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처럼 “작은 행동 하나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3. 데이터로 보는 MZ세대의 친환경 가치 소비
MZ세대는 환경·사회적 가치에 큰 관심을 두는 소비자층으로, 다양한 설문과 통계를 통해 그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표는 2024년 기준으로 국내외에서 발표된 주요 조사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구분 | 조사 내용 | 수치/결과 | 출처 |
---|---|---|---|
MZ세대 가치 소비 비율 | “자신을 가치 소비자라 생각하나?” | 약 79%가 ‘그렇다’ 응답 | 글로우, 2024년 조사 |
MZ세대 친환경 활동 선호도 | 리사이클링, 플라스틱 프리, 제로 웨이스트 등 복수 응답 | 45%가 2개 이상 활동 병행, 대부분 친환경에 긍정 | 글로우, 2024년 조사 |
제로 웨이스트 인지도 | ‘제로 웨이스트’ 용어 인지·관심도 | 2018년 전후로 인지도 급상승, 현재 약 85% 인지 | 환경부·SNS 분석 (2023~24) |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 | 국내 업사이클링 제품 시장 연평균 성장률 | 약 25% (2021년 대비 2024년 추정치) | 코트라, 무역협회 보고서 |
플로깅 참여률 | ‘플로깅 경험 있다’고 답한 20~30대 비율 | 32% (2024년 상반기) | 국민체육진흥공단 |
(표) MZ세대 친환경 가치 소비 관련 주요 통계 (2023~2024년 종합)
표를 보면, 단순히 재활용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제로 웨이스트”**라는 개념에 상당히 높은 관심과 실천 의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18년 쓰레기 대란 이후, SNS와 언론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가 주목받으면서 인지도와 참여도가 급상승했다. 업사이클링과 플로깅 같은 활동은 “힙한 문화”로 자리 잡아, 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 추세다.
이는 단지 환경 문제가 심각해져서가 아니라, **“환경 보호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4. 제로 웨이스트, ‘완벽’보다 ‘가능성’을 찾는 접근
쓰레기를 완전히 만들지 않는 삶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제로 웨이스트가 M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조금씩 줄여가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100명의 사람이 어설프게라도 실천하는 것이, 1명의 완벽한 실천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낳는다”는 환경운동 속담과도 맥을 같이한다.
(1) 현실적인 실천 아이디어
- 장바구니·텀블러 챙기기: 배달이나 포장 시 ‘일회용품 거절’ 옵션을 선택하고, 카페에서는 개인 컵을 사용하는 등 작은 행동으로도 플라스틱·비닐봉지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리필 스테이션·제로 웨이스트 숍 활용: 샴푸, 세제, 화장품 등을 소분해 구매하고, 다회용기에 보관하면 포장재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인다.
- 업사이클링 체험: 천연 소재나 폐기물을 이용해 나만의 DIY 물건을 만들어보는 것은 재미와 성취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 플로깅·쓰담달리기 참여: 운동과 환경 보호를 결합한 활동으로, ‘조깅 + 쓰레기 줍기’가 대표 예시다. 지역 모임이나 SNS 챌린지를 통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2) 세대 간 공감과 영향력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MZ세대에서 시작됐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은 세대 구분 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한 활동이다.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가족·친구·직장동료’들과 함께 챌린지를 진행하거나, 지역 축제에서 업사이클링 부스를 열어 많은 이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은 가치 소비를 즐기는 젊은 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내가 버리는 쓰레기는 결국 어디로 가는가?”라는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며,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
(3) 기업과 사회 구조 변화의 필요성
한편,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제품 자체가 재활용이 어렵게 설계되거나, 생분해성 포장재를 처리할 인프라가 부족하면 소비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친환경 설계를 도입하고, 정부는 재활용 시설 확충과 보조금 제도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 쉽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정부·개인의 삼각 협력이 이뤄지면,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시일 내에도 플라스틱·비닐 쓰레기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마무리: MZ세대의 ‘제로 웨이스트’, 작은 변화를 위한 큰 첫걸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쓰레기 없는 삶”은 너무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목표로 보였다. 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SNS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이 공유되면서, ‘불편을 감수하는 환경 보호’가 아닌 ‘힙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플로깅이나 업사이클링 같은 새롭고 재밌는 실천법이 등장해, 취미활동과 친환경 실천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록 제로 웨이스트라는 표현 그대로 ‘0’에 도달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중요한 건 쓰레기를 줄이려는 시도 그 자체에 있다. 배달 음식 주문 시 일회용품을 거절하는 습관, 에코백을 챙기는 습관, 재활용에 맞게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는 습관 등 일상 속 작은 행동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삶에 서서히 변화를 줄 수 있다. 그 힘이 모여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킨다면, 기업의 생산·포장 방식을 개선하거나, 정부 정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충분히 기대 가능하다.
실제로 MZ세대는 가치소비와 미닝 아웃을 통해, **“돈보다 가치”**를 우선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환경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전 세대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며,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