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박 재활용의 등장 배경과 의미

커피박

최근 커피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커피박(커피찌꺼기)’의 효율적 재활용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커피박을 대규모로 수거하여 재활용하는 사례는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흐름이다. 일반적으로 커피박은 매립되거나 소각되어 처리 비용은 물론 환경에도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커피 특성상 다량의 찌꺼기가 매일 배출되는데, 이러한 부산물이 쓰레기에 그치지 않고 재자원화될 수 있다면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커피박 재활용 사업은 가장 먼저 유럽 일부 지역에서 본격화되었다. 가령 영국 런던에서는 스타트업이 커피박을 활용해 친환경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기존 목질계 바이오매스보다 불순물 함량이 적어 효율성이 높다는 점이 알려졌다. 이후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스타트업이 커피박을 활용한 비료, 퇴비, 고형연료, 심지어 화장품 원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소극적 목표를 넘어 새로운 자원 창출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커피박에는 질소 함량이 풍부해 자연 분해가 용이하며, 냄새 흡착력과 흡수력이 뛰어나 방향제나 탈취제로도 활용 가능하다. 게다가 커피박을 매립·소각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처럼 커피박 재활용은 자원관리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아직 모든 커피전문점이 참여하지 않아 확대 여지가 큰 과제이기도 하다.


강남구 사례 분석: 540톤 수거와 그 이상의 가능성

서울시 내에서도 가장 인구가 밀집된 지역 중 하나인 강남구는 커피소비가 전국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에 따라 배출되는 커피박 양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2022년 강남구에서만 약 540톤의 커피박이 수거되었으며, 이는 당시 서울시 전체 수거량인 2405톤 중 22%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서울시 커피박 재자원화 사업에 참여하는 18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양이다.

강남구가 이처럼 주목할 만한 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민·관 협력이 원활했기 때문이다. 관내 커피전문점 1,400여 곳을 대상으로 재활용 참여를 홍보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매장이 간단한 서류만 제출하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가 커피박을 별도로 수거해 재활용 기업에 전달한다. 이렇게 모인 커피박은 고형연료나 퇴비로 재가공되어 쓰레기의 최종 매립·소각량을 줄이게 된다.

또한 강남구에서는 2023년 들어서도 이 사업을 한층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참여 카페 수를 늘리고, 카페 측에서 커피박을 별도로 분류·보관하기 용이하도록 홍보 자료를 배포하며, 재활용 기업과의 소통 창구를 더욱 단순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최근 체결된 강남구와 재활용 기업 ㈜천일에너지 간 업무협약 갱신은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한다. 이는 단지 관 주도의 형식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참여 매장에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이익’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점에서 평가가 좋다.

강남구 사례가 보여주듯, 커피박 재활용 사업은 배출자(카페)와 수거·재활용 기업, 그리고 행정기관이 서로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환경정책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도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커피박이라는 가치 있는 자원을 한층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자원순환의 환경·예산 효과: 객관적 수치로 본 가치

환경부 자료(2023년 기준)에 따르면, 커피박 1톤을 매립하거나 소각 처리할 경우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평균 약 338kg에 달한다. 이는 일반 생활쓰레기보다 다소 높은 편으로, 커피박을 별도로 모아 재활용한다면 이 배출량만큼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매립 및 소각에는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데, 커피박을 대규모로 재활용할 경우 자원관리 비용 절감 효과가 두드러진다.

강남구의 경우 커피박 540톤을 재활용함으로써 약 18만 2,520kg(540톤 × 338kg)의 탄소배출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절감량은 소나무 수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서울시 전체 기준으로 보면 2022년 2405톤이 재활용되어 약 81만 3,290kg의 온실가스가 저감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예산 절감도 두드러진다.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장에서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톤당 약 10만~15만 원 수준(지자체별 차이 존재)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재활용 과정에도 비용이 들지만, 자원화 제품(퇴비, 고형연료 등)을 통해 일정 부분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커피박을 재활용하는 과정은 기술적으로 까다롭지 않으며, 이미 관련 장비나 공정이 구축된 재활용 기업도 등장했다. 중요한 점은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카페에서 배출되는 커피박이 꾸준히 수거되어야 효율적인 재활용 공정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참여 업소 간 긴밀한 정보 교류, 수거 스케줄 조율, 그리고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데이터로 본 커피박 재활용 성과와 향후 과제

아래 표는 2022~2023년 강남구와 서울시의 커피박 재활용 추이를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2023년 수치는 연말 확정 집계 전까지는 예측치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결과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구분연도서울시 커피박 수거량(톤)강남구 커피박 수거량(톤)강남구 비중(%)비고
실제 통계치20222,405540약 22%최종 확정치
예측 통계치(추정)20232,700590약 22%연말 확정 예정

이 표에서 알 수 있듯 강남구는 서울시 커피박 재활용에서 꾸준히 20% 이상의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서울시 전체 수거량이 전년도 대비 약 295톤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강남구 역시 재활용량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과제로는 우선 사업 참여 매장의 확대가 중요하다. 강남구의 경우 1,443개 매장 중 어느 정도 비율이 실제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지 통계가 필요하며, 참여하지 않는 매장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인센티브나 홍보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재활용 제품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품질 관리 및 유통 다각화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고형연료를 사용하는 업체와의 공급 계약 확대나, 퇴비 품질 기준 제도화 등을 통해 재활용 제품의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재활용 기업의 역량 강화 역시 중요한 요소다. 커피박 재활용 공정은 상대적으로 간단하지만, 수거부터 운반, 저장, 가공 등 일련의 과정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전문 장비와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이 논의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바이오매스 연료업체에 대한 보조금을 제공해 기술 발전과 시장 안착을 도왔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된다면, 커피박 재활용의 경제성과 안정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