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모델의 경제적·환경적 잠재력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매년 3억 톤 이상 발생하며, 이 중 약 80%가 매립·소각 또는 자연계로 누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재사용(reuse) 모델을 도입할 경우, 2040년까지 연간 플라스틱 누출량을 20% 이상 저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단기적으로 전환 비율을 20% 수준으로만 이루어져도 약 1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수치는 재사용 시스템이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시장 차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재사용 모델은 단일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온라인 쇼핑 배송 용기, 축제·행사장용 컵·접시, 기성 소비재 포장재, 심지어 노점상에서 사용하는 파우치까지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하다. 특히 포장 산업은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대체 효과가 가장 크다. 재사용 용기를 도입한 유통업체들은 초기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반복 사용으로 인한 구매 비용 절감, 브랜드 이미지 향상, 소비자 충성도 제고 등의 복합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재사용 정책 비교

아시아 국가별 재사용 정책 사례를 비교하면, 제도 설계와 현장 적용 간 격차가 뚜렷하다. 아래 표는 일본, 대한민국, 인도네시아, 홍콩의 주요 재사용 이니셔티브와 법적 규제를 정리한 것이다.

국가주요 재사용 이니셔티브법적 규제재사용 채택률(추정)
일본리필 스테이션(Refill Station) 전국 확산플라스틱 용기 재활용법 강화 (2022년 개정)약 25% (용기당)
대한민국다회용 컵 보증금제 시범 도입일회용 컵·식기 사용 제한·과태료 부과 (2023년)일회용 컵 사용 32% 감소 (2019년 대비)
인도네시아Taksu Reuse, 재사용 파우치 도입 행사지방정부별 플라스틱 봉투 금지 조례비공식 시장 약 15% 수준
홍콩We Use 캠페인 (이벤트 재사용 용기)‘플라스틱 택배박스 회수 의무제’ 시범 운영이벤트에서 20~30% 재사용 달성

위 데이터를 보면, 법제화를 통한 규제 설정과 동시에 민간 주도의 시범 사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재사용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제 협약과 규제: 플라스틱 협약의 현황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나이로비(Nairobi)에서 채택된 ‘초국가적 플라스틱 협약’은 2025년 공식 발효를 목표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협약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수출·수입 전 과정에 걸쳐 엄격한 제한과 보고 의무를 부과하며, 위반 시 국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강력한 체계를 마련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 협약에 동참하여 자국의 일회용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 또는 규제하기 위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는 2024년까지 ‘플라스틱 사용 보고서’를 기업 의무 보고제에 포함시켰고, 2026년부터 단계적 판매 금지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국제 협약은 재사용 모델이 시장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연구·비즈니스·소비자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재사용을 일상화하려면, 반드시 일회용 금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사용 모델 확장을 위한 비즈니스·연구 역할

재사용 시스템을 ‘스케일 업(scale-up)’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연구개발(R&D)이 핵심 요소다. 유통·제조 기업은 다회용 용기를 회수·세척·재배포하는 ‘서비스형 모델(Products-as-a-Service)’을 도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트래킹 기술(예: QR 코드·RFID)을 활용하면 용기 회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한편, 학계 및 연구기관은 재사용 용기의 소재·위생·유통 최적화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핵심 기술인 내구성 강화 코팅, 세척 공정 자동화 로봇, 물류 경로 최적화 알고리즘 등은 운영 비용을 단축시키고, 소비자 수용성을 높여 시장 확산을 가속화한다.

또한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초기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공유경제 플랫폼과 연계하여 용기 보증금 시스템을 구동하거나, 이벤트 주최사와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대규모 시범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재사용 모델 검증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정책적 과제와 개선 방향

재사용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는 ‘초기 비용’, ‘행정 지원 부족’, ‘소비자 인식 미흡’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선형 경제(일회용 구매·폐기)가 재사용보다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어, 금융·세제 지원이 시급하다. 정부는 재사용 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 보증금 운영 보조금, 연구개발 지원금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행정 차원에서는 재사용 관련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표준 세척·위생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기업 부담을 낮춰야 한다. 소비자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재사용 용기 사용 방법, 보증금 환급 절차, 환경·경제적 효과 등을 체계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재사용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

끝으로, 재사용 컨소시움(consortium)과 같은 민간 협의체를 활성화하여, 사례 공유·공동 연구·정책 건의를 상시화해야 한다. 이미 아시아 재사용 컨소시움이 설립되어 활동 중이며, 향후 더 많은 시민단체·기업·지자체가 참여할수록 재사용 모델이 주류 시장으로 자리잡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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