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토큰

CBDC 예금토큰이란? 등장 배경과 기술적 구조

CBDC 예금토큰(Deposit Token)은 사용자가 상업은행 앱에서 자신의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전환해 실시간 결제에 활용하도록 설계된 ‘은행계 디지털화폐’다. 한국은행은 2025년 4~6월 10만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분산원장(프라이빗 블록체인)·스마트 계약·토큰화 기술을 결합해 통화 공급 정책과 민간 결제 인프라 사이의 ‘브리지’ 역할을 검증하고 있다.

예금토큰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유통하는 리테일 CBDC와 달리 은행 예금을 담보로 해 기존 예금보험·유동성 관리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D+0(당일) 결제, 조건부 지급, 자동 정산 기능을 제공한다. 은행권 내부망과 외부 결제망을 상호 운용하도록 설계돼 RTGS(실시간 총액결제) 시스템과도 호환성이 높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토큰당 가치가 예금 1원과 1:1로 고정돼 가치 변동성이 사실상 0%이며, 자금세탁·보안 규제도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범위 안에서 통제할 수 있다.


사용자 경험(UX) 분석: 복잡한 인증 vs 간편 QR 결제

실험 참여자는 은행 앱 내 ‘예금토큰 지갑’을 설치한 뒤 전용 PIN을 등록하고, 결제 시 생성되는 일회용 QR를 키오스크·POS 단말에 스캔해 결제를 완료한다. QR 스캔부터 승인까지 평균 10초에 불과해 직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① 전용 비밀번호 입력, ② 지갑 전환 절차, ③ QR 유효시간(15 초) 제한 탓에 무인 매장이나 교통 결제에서는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간편 인증 앱’이 아닌 페이워드 방식이어서 지갑 내 잔액이 남아 있어도 지갑 잠금 해제 → QR 생성 → 스캔 3단계를 거쳐야 해 고령층·외국인 이용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결제 수수료가 ‘0 원’이고, 가맹점 정산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편의점·카페 등 소액 다빈도 매장에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실험 기간 전 품목 10% 할인을 병행해 결제 건수를 3주 만에 4배 늘렸다.


스마트 계약 기반 행정 혁신: 할인·정산·바우처 자동화

CBDC 예금토큰이 가진 가장 큰 차별성은 ‘조건부 지급(conditional payment)’ 기능이다. 스마트 계약에 ▲결제 시 즉시 할인 ▲구매 시 포인트 적립 ▲정산 시 회계 코드 자동 분류 등을 삽입해, 카드사·PG사가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로열티 프로그램과 청구·정산 프로세스를 완전 자동화할 수 있다.

실제 실험에서 출장비·지원금을 ‘정책 코드’와 연동해 사용 용도를 자동 검증했고, 도시락 바우처는 시간·품목·가맹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결제가 승인되도록 구현했다. 행정기관은 지급 이후 집행 결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부정 수급을 차단했고, 회계팀은 월말 일괄 정산 업무 시간을 70% 단축했다. 이러한 ‘스마트 바우처’ 모델은 사회보장·R&D 지원·지역화폐 등 다품목·다조건 보조금 정책에 즉시 확장 가능하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부산시·부산은행 바우처 실증 사례: 지역 경제와의 시너지

부산시는 부산은행·신라대학교와 함께 ‘대학생 식비·문화 바우처’를 발행해 교내·인근 소상공인 매출 활성화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지급 대상 학생은 1인당 30만 원을 예금토큰 형태로 수령해 지정 가맹점(학내 서점·카페·편의점·서면 상권 일부)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초기 4주간 사용률 92%, 평균 단가 8,700 원으로 집계돼 전통 종이상품권(사용률 55%) 대비 경제적 회수율이 1.7배 높았다.

가맹 소상공인은 ‘0 수수료·D+0 정산’ 덕분에 카드 결제 대비 영업이익이 평균 3.8% 포인트 상승했고, 지역 상권 매출 증대 효과(전월 대비 +11.3%)도 확인됐다. 부산은행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까지 청년 전월세·교통비 지원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부산형 디지털 지역화폐와 통합해 페이먼트·금융·행정 데이터를 원스톱 분석하는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다.


CBDC 상용화 로드맵: 보안·법제·사용 인센티브 과제

5-1. 보안·사이버 레질리언스

예금토큰은 은행 계좌 실명 기반이므로 KYC/AML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토큰 전송 경로·스마트 계약 버그를 악용한 해킹 리스크가 남아 있다. 한국은행은 합의 알고리즘(비잔틴 BFT) 2중화, 하드웨어 HSM 암호키 분산 저장 등 기술적 통제를 도입하고, 금융보안원과 공동으로 레드팀 모의해킹을 연 2회 실시할 계획이다.

5-2. 법·제도 정비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예금증서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토큰 소유권 이전·채권추심 절차가 불명확하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하반기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칭)’ 개정안에 예금토큰·토큰증권 정의, 스마트 계약 무효·해제 규정, 소비자 보호 조항을 포함할 예정이다.

5-3. 사용 유인·생태계 확장

사용자가 삼성페이·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에 익숙한 만큼, 예금토큰을 멀티월렛으로 연동해 토큰 잔액을 자동 호출하도록 UX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결제 할인·캐시백 외에도 디파이·마일리지 스왑‘토큰-퍼스트’ 혜택을 설계해 네트워크 효과를 가속화해야 한다. 한은은 올해 말까지 지자체·기업·핀테크 80곳을 대상으로 SDK 공개 베타를 시행해, 2027년 소매 결제 점유율 5% 달성을 목표로 한다.

표 1. CBDC 예금토큰 vs 기존 카드 결제 비교

구분결제 승인 속도수수료(가맹점)정산 주기할인/포인트 처리행정 활용성
예금토큰평균 10 초0 원실시간(D+0)스마트 계약 자동 적용바우처·지원금 조건부 지급
신용·체크카드3–5 초1.5–3.0%T+1~2전표 매입 후 일괄 처리수작업 정산·사후 환급

자료: 한국은행, 카드사 공시, 부산시 실증 데이터 종합


결론: 디지털 결제의 퀀텀 점프, 예금토큰

CBDC 예금토큰 시범사업은 비용 절감(가맹점)·행정 효율화(정부)·편의성(소비자)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가능성을 입증했다. 다만 ‘전용 PIN 입력’ 같은 UX 허들을 낮추고,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 자금세탁·파산 절차 등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춰야 상용화를 향한 마지막 퍼즐이 완성될 것이다. 2025년 부산 바우처 성공 모델은 중앙정부 정책·민간 로열티 생태계까지 확장될 잠재력이 크다. 결제 혁신 경쟁이 가속화되는 지금, 예금토큰은 현금·카드·간편결제가 차례로 거쳐 온 진화 계단의 다음 단계를 대표하며, 한국형 CBDC가 글로벌 레퍼런스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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