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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토큰 개념과 글로벌 동향

예금토큰(deposit token)은 상업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상에서 1:1로 토큰화한 디지털 머니다. 발행 주체가 규제 하에 있는 은행이라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보다 신뢰도가 높고,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소유하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도 구별된다. 2023년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프로젝트 가디언(Project Guardian) 과 JP모건 온익스(ONYX)의 다국적 실험은 예금토큰이 스마트계약·자본시장 결제에서 즉시 결제·자산토큰 교차결제(cross-asset payment)를 실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결제은행(BIS)이 2025년 발간한 ‘토큰화 보고서’는 “예금토큰이 레거시 금융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으면서도 프로그램화 가능성(programmability)을 확보한다”는 점을 가장 큰 강점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행은 ‘프로젝트 한강’이라 명명된 3단계 CBDC 실증 로드맵에 예금토큰을 결제 매개로 포함했다. 상업은행이 실명계좌를 기반으로 토큰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은 실시간 정산(Real-Time Gross Settlement)망을 통해 자금 결제를 보증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된 설계다.


프로젝트 한강: 부산 시범사업 주요 데이터

한국형 예금토큰 시범사업은 2025년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3개월간 진행된다. 최대 10만 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부산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 등 3개 은행이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븐일레븐, 교보문고, 하나로마트, 이디야커피 등 오프라인 매장과 현대홈쇼핑, COSMO, 땡겨요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예금토큰 결제가 가능하다.

항목세부 내용
파일럿 기간2025-04-01 ~ 2025-06-30 (3개월)
참여 인원최대 100,000명
오프라인 가맹점세븐일레븐, 교보문고, 하나로마트, 이디야커피
온라인 가맹점현대홈쇼핑, COSMO, 땡겨요
가맹점 수수료0 %
소비자 혜택세븐일레븐 10 % 즉시 할인 등
정산 속도D+0(즉시 입금)

표 1. 프로젝트 한강 핵심 지표

세븐일레븐의 경우 전 품목 10 % 상시 할인을 병행하며 초기 트래픽을 끌어올리고 있다. 결제 건수는 시행 첫 달(4월) 기준 하루 평균 3,500건으로, 동일 기간 간편결제(삼성페이) 대비 2.4 % 수준이지만 가맹점 당 객단가는 18 % 높았다. 이는 할인 인센티브가 ‘체리 피커’를 넘어 실질적 장바구니 증대 효과를 낳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맹점·소비자 인센티브 설계의 쟁점

가맹점 입장에선 ‘수수료 0 %·즉시 정산’이라는 두 가지 가치 제안이 명확하다. 카드결제 평균 수수료(1.96 %)와 전표 입금일(D+2~3)을 감안하면 현금흐름 개선 효과는 월평균 2.2일, 수수료 절감 효과는 연 240만 원(연매출 5억 원 편의점 기준) 으로 추산된다. 반면 소비자는 이미 삼성·네이버·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UX에 익숙하다. “지역화폐 동백전과 연동되지 않으면 쓸 이유가 없다”는 부산 시민 반응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한국은행은 ▲가맹점별 상시 할인, ▲디지털 바우처 지급, ▲포인트 마일리지 이식 세 가지를 병행한다. 실제로 대구시 교육바우처, 서울시 청년문화패스 등을 예금토큰으로 지급하는 추가 프로그램이 4월 말부터 순차 적용됐고, 백화점·홈쇼핑 업계는 ‘토큰 전용 적립’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인센티브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예산과 마케팅 ROI(투자 대비 효과)에 달려 있다.


기술·규제 통합 과제 및 리스크

가장 큰 허들은 동백전과 같은 기존 지역화폐·포인트 인프라와의 통합 이다. 부산은행 CBDC 담당자는 “법적 성격과 결제망 구조가 달라 단순한 API 연동이 어렵다”고 말한다. 결제 속도와 프론트 UX는 충분히 확보됐지만, 뒤에서는 ▲계좌 기반 자금세탁방지(AML) 모듈, ▲CBDC 원장과 은행 원장 간 분산원장 상호 운용성, ▲트래블 룰 준수 데이터 동기화 등 복합 과제가 남아 있다.

또 한은의 RTGS(실시간 총액결제) 운영 규칙상 예금토큰 이중 지불(Double-Spend) 방지 로직을 중앙은행 노드가 검증하게 되어 있는데, 과연 민간은행 3곳이 실제 결제량을 견딜 만큼 TPS(초당 처리건수)를 확보했는지 검증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FSB(금융안정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DLT 기반 토큰화 시스템은 초기 6~12개월 내 처리량 병목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시장 전망과 투자자 체크리스트

국내 결제 시장은 카드가맹점 317만 개, 간편결제 MAU 약 4,800만 명으로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예금토큰이 존재감을 확보하려면 결제 수익성(가맹점)과 디지털 자산 활용도(소비자) 두 축에서 차별화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다자간 자동화마켓메이커(AMM) 기반의 ‘예금토큰↔원화 스테이블코인 유동성 풀’ 출시 가능성을 주시한다. 이 경우 크로스체인·자본시장 결제(예: 토큰화 채권)를 하나의 월렛에서 처리할 수 있어 핀테크·증권사 제휴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관점에서 체크해야 할 포인트는 ▲한은‧금융위 ‘디지털자산 기본법’ 내 예금토큰 정의‧예치보험 범위, ▲시범사업 TPS‧실패율 등 기술 성능 지표 공개 일정, ▲가맹점 인센티브 예산 지속 가능성, ▲신규 참여 은행·핀테크 확대 계획이다. ‘특정 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2026년부터 시범운영 체계를 정식 제도화할 예정이어서, 이번 3개월 파일럿의 KPI(결제 건수·재사용률)가 향후 법제도 설계에 바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 결과가 확인되면, 코스닥 상장 PG사·QR 결제 단말기 제조사 등이 2025년 하반기 ‘토큰 결제’ 특화 솔루션으로 새로운 레버리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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