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DC 연구 확산: 2025년 현황
2025년 6월 기준, 전 세계 134개국 (전 세계 GDP의 98%)이 CBDC를 연구·개발 중이다. 2020년 5월 35개국에 불과하던 수치가 불과 5년 만에 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66개국은 시제품 개발·파일럿·출시 단계에 들어섰고, G20 국가 대부분이 이미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러한 폭발적 확산은 중앙은행 간 정보 공유 체계인 BIS 이노베이션 허브, IMF, 세계은행 등이 지원하는 공동 실험 공간(mBridge, Mariana 등)에서 확인된다. 독립 연구기관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추적 결과에 따르면 “CBDC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표 1 주요 국가 CBDC 개발 단계 (2025. 06)
국가/지역 | CBDC 형태 | 단계(2025.6) | 특징 | 개인 보유 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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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 범용(디지털 유로) | 파일럿 설계 완료 | eID·오프라인 결제 지원 | €3,000 제안 |
영국 | 범용(디지털 파운드) | 설계(‘디지털 파운드 랩’) | 개인정보 보호 모듈 탑재 | £10,000–£20,000 제안 |
한국 | 기관용(프로젝트 한강) | 실거래 파일럿(4–6월) | 최대 10만 명·20개 가맹점 참여 | 해당 없음 |
중국 | 범용·기관혼합(e-CNY) | 대도시 확대·국경 간 시범 | 국제 e-CNY 운영센터 설립 | 미공개(지갑 등급제) |
브라질 | 기관혼합(Drex) | 기관 파일럿(‘도전적’) | 자산 토큰화·DeFi 테스트 | 미정 |
싱가포르 | 기관용(Ubin+) | 교차국가 결제 MVP | mBridge·Mariana 동시 참여 | 해당 없음 |
범용 CBDC 보유 한도 논의
범용(리테일) CBDC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얼마나 많이 보유할 수 있느냐”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 개인당 보유 한도를 €3,000 안팎으로 제시해 민간예금 유출 우려를 최소화하려 했다. 해당 연구는 3,000유로 상한이 도입될 경우 가계 유동자산의 2~9%만 CBDC로 이동할 것이라는 모형 결과를 제시했다.
영국 또한 2024년 말 발표한 ‘디지털 파운드’ 설계 보고서에서 £10,000–£20,000 한도를 예고했다. 영국 금융업계는 “한도가 3–5천 파운드로 더 낮아야 예금 유출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잉글랜드은행(BoE)은 “소비자 효용을 고려하면 상한을 더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보유 한도는 ‘금융안정(예금 이탈 방지)’과 ‘소비자 편익(충분한 잔액)’ 사이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상한 설정·계층화(티어드 모델), 거래 금액 캡, 오프라인 결제 제한 등을 조합해 다층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화하고 있다.
기관용 CBDC 핵심: 상호운용성과 프로그래머빌리티
도매(기관용) CBDC는 소매형과 달리 결제 인프라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BIS 주도의 mBridge 프로젝트는 2024년 MVP 단계에 도달해 중국·홍콩·태국·UAE 중앙은행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실시간 외환결제·증권결제를 시연했다. 또한 스위스·프랑스·싱가포르가 참여한 Project Mariana는 자동화된 마켓메이커(AMM)를 활용해 외환 스왑을 성공적으로 체결, “CBDC 기반 효율적 유동성 공급”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관용 CBDC 설계의 두 축은 ① 상호운용성(자국 RTGS·타국 RTGS·대체결제망 간 연결)과 ② 프로그래머빌리티(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조건부 결제)다. 다국간 프로젝트 경험은 “공통 DLT 네트워크 + API 표준화”가 가장 현실적인 구조임을 시사한다. 여기서 AML/KYC·송금 한도·FX 규정을 어떻게 코드화하느냐가 정책·기술 과제의 핵심이다.
한국은행 ‘프로젝트 한강’: 국내 기관형 CBDC 파일럿
한국은행은 2022년 소매형 CBDC 2단계 모의실험을 마친 뒤, 2023년부터 기관용(도매) CBDC로 무게를 이동했다. 2025년 3월 공식 발표된 ‘프로젝트 한강’은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100,000명의 국민·20개 기업이 참여해 실제 상거래를 수행하는 국내 최초의 ‘실물경제 결합’ CBDC 테스트다. 한은은 “시중은행·카드사·금융결제원·빅테크와 공동으로 API 연동, 프로그램 결제(예: 정산 자동화) 시나리오를 검증”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프로젝트 한강’은 ▲연계 토큰자산 결제(증권형 토큰·전자어음) ▲지역화폐 통합 ▲P2P 소액 FX 결제 등을 병행 테스트한다. 이는 스위스 Project Helvetia 2.0, 일본 BOJ의 Project Stellar과 유사한 ‘금융시장 인프라 재설계’ 성격으로, 아시아 교차국가 결제 허브 역할을 겨냥한다는 평가다.
미래 전망: 통화정책과 결제 인프라의 재편
e-CNY(디지털 위안)는 2025년 6월 상하이에 국제 e-CNY 운영센터를 설립하며 “탈(脫)달러 결제망” 구상을 가속화했다. 브라질 Drex 파일럿도 “도전적이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중앙은행 평과 함께 자산토큰화·DeFi 통합 테스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기관용 CBDC → 자산 토큰화 → 글로벌 DLT 결제망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금융 삼각 편대’가 형성되고 있다.
향후 과제는 △국제표준(ISO 20022 연계) △사이버 보안 △데이터 거버넌스 △사생활 보호(HTLC·제로지식증명 활용)이다. 또한 중앙은행은 CBDC 발행량·이자정책을 통해 유동성 조절 수단을 확보할 수 있으나, 이는 기존 MMF·은행 예금 시장 구조까지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CBDC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기반 토대’로 자리매김하며, 스테이블코인·암호화폐와 경쟁이 아닌 보완적 공존을 통한 다층적 화폐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