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e-CNY: 상용화를 향한 가속 페달
중국 인민은행(PBoC)은 e-CNY를 ‘디지털 탄화권’으로 육성하며 2025년 6월 기준 누적 거래액 7조 위안(약 9,900억 달러), 개인 지갑 1억 8,000만 개를 돌파했다. 이는 1년 전보다 거래 규모가 네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샤먼·충칭 등 신규 8개 성·시에 파일럿이 확장됐고, 춘절 소비쿠폰·통행료 결제·공공요금 등 일상 결제 영역으로 파고들었다. 중국은 또한 BIS mBridge의 핵심 기술 파트너로 참여해 위안화-바트, 디르함 등 실시간 P2P FX 결제를 실험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조건부 지불’(programmable payments) API를 공개해 핀테크·대형 커머스 플랫폼을 호출하는 구조를 마련, 민간 혁신을 유도하면서도 중앙은행이 데이터 흐름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통화정책 전송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속도는 지급결제 시장의 네트워크 효과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2026년 아시안게임·국유기업 수출환전 등에 e-CNY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의 ‘No CBDC’ 선언: 달러 패권 방어 전략
2025년 1월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CBDC는 개인 프라이버시와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행정명령 〈Strengthening American Leadership in Digital Financial Technology〉를 발동, 연방기관의 CBDC 연구·예산을 전면 중단시켰다. 동시에 민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규제 명확성 안에서 육성하고, ‘Project Agorá’ 같은 홀세일 다국간 CBDC 연구에는 한 발 참여해 달러 유통망을 유지하려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이 결정은 국제 결제 네트워크에서 e-CNY·mBridge의 부상에 대응해 ‘민간-공공 구조’를 통해 달러 유용성을 높이고, 자본시장 규율로 글로벌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에서는 FedNow 인스턴트 결제망과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가상 달러’ 역할을 부분 대체하며, CBDC 공백을 보완하고 있다.
유럽·영국: 단계적 준비 속 ‘개방형 플랫폼’ 경쟁
유럽중앙은행(ECB)은 2023년 11월부터 디지털 유로 준비 단계를 가동해 백엔드 인프라 업체 선정을 진행 중이다. 2026년 EU 의회가 최종 입법을 마무리해야 발행 여부가 결정되지만, ECB는 ‘높은 오프라인 프라이버시’와 ‘무료 소액 결제’ 모델을 제안하며 빅테크 결제 의존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영국은 2025년 1월 ‘디지털 파운드 진척 보고서’를 통해 2027년까지 설계·규제 로드맵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Bank of England는 ‘공공 인프라 + 민간 지갑(PIP)’의 공개 API 생태계를 설계 중이며, 오프라인 결제·프로그래머블 머니 실험을 병행한다. EU와 영국 모두 현금 접근성 보호·민간 혁신 촉진을 양대 목표로 삼지만, 데이터 보호 규범(GDPR vs UK GDPR)과 민간 역할 배분 방식에서 차이를 보여 역내 결제주권을 둘러싼 전략적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아시아의 실험실: 한국·홍콩·싱가포르
- 한국 : 프로젝트 한강에서 wCBDC 기반 토큰화 예금과 은행-공동 스테이블코인이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한국은행은 6대 은행·100,000명의 소비자가 참여하는 실거래 시범을 통해 토큰화 예금 vs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효율·신용창출 영향도를 측정, 2026년 상용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홍콩 : 2024년 출범한 e-HKD 파일럿 2단계는 ‘원 클릭 증권 결제’, ‘여행자 프로그램 가능한 환전권’ 등 11개 유스케이스를 테스트 중이다. Project Ensemble 샌드박스를 통해 wCBDC·토큰화 예금·스테이블코인 상호 운용성을 검증한다.
- 싱가포르 : MAS Project Orchid는 2024년 SGD Testnet을 공개, OCBC·Grab 등과 ‘목적 제한 지불(PBM)’, Web3 디지털 자산 결제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MAS는 2025년 하반기 ‘디지털 SGD 로드맵’을 발표해 NFT·증권 토큰 결제 시범을 통합할 계획이다.
세 국가는 공통적으로 민간 토큰·스테이블코인과의 공존 방식을 적극 검토하며, ‘프로그래머블 머니’가 가져올 데이터/규제 샌드박스 경쟁력으로 글로벌 금융 허브 지위를 강화하려 한다.
Cross-Border 결제: mBridge·Agorá가 여는 다극 통화체제
BIS Innovation Hub는 2024년 Project mBridge를 MVP 단계로 끌어올려 중국·홍콩·태국·UAE·사우디 등 6개국 중앙은행이 실시간 외환(PvP) 결제를 실행했다. 2025년 BIS가 프로젝트 운영권을 참여국에 이관하면서, 러시아 제재 리스크·SWIFT 인터페이스 연계 여부를 둘러싸고 지정학적 논쟁이 첨예하다. 한편 미국·한국·EU 등 7개국은 Project Agorá로 ‘홀세일-CBDC + 코리스폰던트 모델’의 하이브리드 방식을 모색 중이다.
이는 달러·유로 등 기축통화의 네트워크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mBridge식 직접 결제의 비용 절감 효과를 일부 흡수하려는 ‘타협형 설계’로 평가된다. 2025년 하반기 두 프로젝트가 서로 인터페이스 표준(ISO 20022 on-DLT) 협상을 시작하면서, 국제 결제 시장은 ‘다극 디지털 통화체제’ 초입에 들어섰다.
결론
2025년 상반기 기준, CBDC의 방향성은 국가별 정치·지급결제 구조·금융산업 전략에 따라 세 갈래로 구분된다. ▲중국형 ‘속도·규모 우선 리테일 CBDC’, ▲EU·영국형 ‘공공 플랫폼 + 민간 혁신’, ▲미국·한국형 ‘스테이블코인·토큰화 예금 결합 모델’이 그것이다.
여기에 mBridge·Agorá 같은 다국간 인프라가 가세하면서 글로벌 결제 질서는 단일 표준이 아닌 다중 레이어 생태계로 재편 중이다. 국내외 투자자·핀테크 사업자는 각국 규제 호환성, 프라이버시 모델, 오프라인 결제 솔루션, 스마트컨트랙트 프레임워크를 면밀히 분석해 기술·비즈니스 진입 시점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