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리브라가 촉발한 규제 드라이브

2019년 6월 메타(당시 페이스북)가 ‘리브라’(후에 디엠) 계획을 공개하자마자 주요 7개국(G7)은 전격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응에 착수했다. 같은 해 10월 G7 보고서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GSC)이 기존 통화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뒤이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국제기준 수립을 촉구했다. 이에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20년 10가지 고위급 권고안을 발표해 “GSC 유통은 각국 규제·감독 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허용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

이후 메타는 프로젝트를 접었지만, 리브라의 파급력은 각국 중앙은행에 “디지털 통화 체제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줬다. 결과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 경쟁은 동전의 양면처럼 가속화됐다.


2,500억 달러 돌파—2025년 스테이블코인 시장 스냅샷

2025년 6월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503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연동형이 2,455억 달러(98%)를 차지하며 여전히 시장을 지배한다. 선두는 테더(USDT) 1,550억 달러, 뒤를 잇는 서클의 USD 코인(USDC)이 613억 달러다. 두 코인의 합계가 전체의 86%를 점유한다.

눈에 띄는 변화는 기관자금 유입이다. 서클이 2025년 6월 5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직후 주가가 80% 급등하면서 ‘안정적·규제친화적 자산’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 이미지가 강화됐다. 또한 결제 네트워크 대기업(비자·마스터카드)과 글로벌 리테일러(월마트)까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인프라에 통합하면서 실물 결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 시가총액 상위 2대 스테이블코인 지표 (2025.6)

구분시가총액(달러)YTD 성장률일평균 거래량보유 지갑 수시장점유율
USDT155 B+13.6%20.5 B5.8 M61.5%
USDC61 B+40.4%5.3 B2.2 M24.1%

자료: CoinGecko, Messari


규제 패러다임의 진화—GENIUS Act vs. MiCA

3-1. 미국: ‘연방 단일 틀’로 선회

미 의회는 2025년 6월 18일 ‘GENIUS Act(Guide and Establish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를 통과시켰다. 발행사는 1 달러-당 1 달러 상당의 현금·국채 보유를 의무화하고, 시가총액 500억 달러 이상은 연례 감사를 제출해야 한다. 발행사 파산 시 이용자 채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한다. 정치적으로는 광범위한 초당적 지지를 확보했으며, 대선 레이스에서 ‘친(親)암호화폐’ 공약이 표심 변수로 부상했다.

3-2. 유럽연합: MiCA 시대 개막

EU는 2024년 6월 ‘MiCA’의 스테이블코인 규정(ART·EMT)을 발효하며 “EU 단일 디지털 금융시장”을 선언했다. 발행 한도(유로 표시 결제 2억 유로/일)와 준비금 요건(100% 현금·예금) 등 세부 지침이 확정됐고, 2025년 12월부터는 모든 암호자산 서비스제공자(CASP)에 대한 허가제가 시행된다. 결과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발행잔액·준비금·공시’ 세 개 축에서 미·EU 규제 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 규제 환경에 직면했다.


CBDC 개발 레이스—134개국, 7조 달러 e-CNY

리브라 쇼크 이후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 주권 방어를 위해 CBDC를 전략 의제로 채택했다. 2025년 4월 기준 134개국(세계 GDP의 98%)이 CBDC를 탐색하며, 66개국은 개발·파일럿 단계, 13개국은 전면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중국의 e-CNY는 누적 결제 7조 위안(약 9,860억 달러), 가입 지갑 1억 8천만 개를 돌파해 최대 규모 CBDC로 자리매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5년 4월 디지털 유로 규칙서 초안과 기술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2026년 발행 여부 결정을 예고했다. 미국은 소매용 CBDC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 속에서도, Project Agorá 등 7개국 연합의 도매형(wholesale) CBDC 시험에 참여하며 국경 간 결제 효율성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스테이블코인 vs. CBDC—경쟁과 공생 전망

스테이블코인과 CBDC는 ‘디지털 화폐 스펙트럼’의 양끝이 아니라, 사실상 규제와 시장 채널의 상호보완적 진화를 보여주는 쌍두마차다.

  • 결제 효율성: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상용 결제·자산거래에서 확장 중이며, CBDC는 정부 지원 지급·세금 환급 등 공공 영역에 강점.
  • 통화정책 영향: CBDC는 중앙은행이 금리·유통량을 직접 통제할 수 있어 거시경제 안정 수단이지만, 사적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수요 증폭 등 ‘달러화 디지털화’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 프라이버시-KYC 균형: 미·EU 규제는 스테이블코인에 강화된 공시·준비금을 요구해 신뢰도를 높였으나, 이용자 프라이버시 논란은 지속된다. 반면 CBDC는 강제적 실명 기반으로 설계될 경우 ‘감시 자본주의’ 논쟁을 낳는다.

결국 관건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이다. BIS와 IMF는 2025년 공동백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CBDC 간 API 표준 정합성이 확보돼야 국경 간 결제 비용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2~3년은 ‘민간 혁신’‘공공 거버넌스’ 의 협력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 재편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