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연구 가속화, 스테이블코인이 부른 ‘디지털 통화 지각변동’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 2,500억 달러 시장의 구조

지난 12개월 동안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1,610억 달러에서 2,503억 달러로 55% 이상 증가했다. 특히 USDT(테더)는 156 억 달러어치가 추가 발행되며 시장점유율 62.1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규제 친화적 성격의 USDC(서클)는 24.28%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이는 총 유통량의 86%가 두 종목에 집중됐음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 유입액은 하루 평균 700억 달러로, 2024년 말 1,310억 달러 대비 절반 수준까지 조정됐지만 여전히 주요 중앙거래소(CEX) 유동성의 핵심 동력이다. 2025년 6월 기준,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한 DAI(메이커다오)와 4위 TUSD, 5위 PYUSD까지 합한 ‘롱테일’ 알트스테이블 코인은 전체의 11.6%에 불과하다. 비트코인 현·선물 ETF의 승인, 트레이더들의 레버리지 수요 확대 등 ‘온체인 달러’ 활용 사례가 늘면서 시장 확대는 지속될 전망이다.

구분발행사시가총액 (6 월 23 일·억 $)시장점유율준비자산 중 美 국채 비중*
USDTTether15662.2%64%
USDCCircle6124.3%78%
DAIMakerDAO93.6%52%
TUSDTechteryx52.0%100%
PYUSDPayPal31.2%99%

*발행사 자체 공시·미 재무부 TBAC 자료 종합


CBDC 개발 현황: 44개 파일럿과 134개국의 움직임

스테이블코인의 ‘온디맨드 달러화’ 효과는 각국 통화 주권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2025년 6월 현재 134개국, 전 세계 GDP의 98%가량을 차지하는 경제권이 CBDC를 연구 중이며, 44건의 공식 파일럿이 진행 중이다. 유로존은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소매·도매 CBDC를 동시에 실험하고, 중국은 베이징·항저우 등 25개 도시에서 e-CNY(디지털 위안) 시범 결제를 일상화했다.

반면 미국은 디지털 달러 개발 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조치가 타 국가의 CBDC 속도를 더욱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은행 간 협력 프로젝트인 ‘mBridge’에는 BIS 혁신허브,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UAE, 프랑스 등이 참여해 국경 간 실시간 총결제(Cross-border RTGS)를 시험 중이다. 아틀랜틱카운슬 CBDC 추적기에 따르면 이미 바하마, 나이지리아, 자메이카는 정식 발행을 완료했고, 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도 2026년까지 상용화를 예고했다.


미국 국채 수요 확대와 거버넌스 리스크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대안’이 아닌 ‘달러 증폭기’로 작동하면서, 미 재무부 단기물(T-Bill)에 대한 수요는 지난 2년 새 1,660억 달러 늘었다. 시중에 풀린 USDT·USDC 준비자산(대부분 만기 90일 이내 국채)이 Fed의 통화정책 파급경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Bain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한 국채는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 대상 은행의 평균 포트폴리오를 넘어섰다.

BIS 역시 “패닉 시 동시 상환 요구가 몰리면 단기금리 급등·Repo시장 경직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채 집중 위험을 경고한다. 한편 GENIUS Act(2025 년 6 월 미 상원 통과)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1:1 현금·T-Bill·Repo로 제한해 ‘런(대량환매) 리스크’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려 한다. Citi는 해당 법이 완전히 시행될 경우, 2030년 스테이블코인 시총이 1.6 조 달러로 증가하고 발행사의 국채 보유액이 최대 1.2 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계한다.


규제 전환점: GENIUS Act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안

미국 외 지역도 규제 프레임이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EU는 MiCA(2024) 시행에 이어 2026년 1분기부터 ‘EMT(전자화폐토큰) 준비자산 최소 30% ECB 예치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며, 싱가포르는 MAS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발행잔액 50 억 싱가포르달러 이상 토큰을 ‘싱글커런시 스테이블코인(SCS)’으로 지정‧감독한다.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알트스테이블코인에 압박이지만, 준비자산 투명성과 발행사 건전성이 담보되면 기관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GENIUS Act 통과 직후 서클 주가는 12% 급등했고, 뉴욕증시 상장 이후 누적 440%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BVI 법인인 테더는 오프쇼어 규제 리스크로 연내 FATF 트래블룰 준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규제 격차는 시장점유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며, 가까운 시일 내 달러·유로·엔화 기반 ‘G20 호환 스테이블코인 패스포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 기반 vs. 알고리즘 기반: 향후 경쟁 구도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테라-루나 붕괴(2022) 이후 시장점유율 4% 이하로 축소됐다. 그러나 ‘담보 과잉(Over-collateral) 모델’로 진화한 프로젝트(예: Liquity, Frax V3)가 등장해 DAO 방식 거버넌스로 재부상 중이다. 자산 기반 모델은 규제 수용성과 상환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를 유지하지만, 준비자산 집중·정책 리스크가 상존한다. CBDC가 국경 간 소매결제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현재 ‘가교통화’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의 기능이 중첩되면서 알트스테이블코인의 차별화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BIS mBridge가 호주·싱가포르 등 8개국 파일럿을 추가하면 국경 간 도매결제 시장에서 ‘CBDC↔스테이블코인 환매시장’이라는 새로운 레이어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 관점에서는 (1) 규제 패스포트 획득 가능성, (2) 준비자산 유동성, (3) 온체인 수익 모델(예: RWA 토큰화) 등 세 가지 요소가 발행사의 장기 경쟁력을 결정지을 핵심 지표로 꼽힌다.


맺음말: ‘디지털 머니’ 시대, 전략적 시사점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을 강화하면서도 글로벌 통화질서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CBDC를 앞당기고, 입법기관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려 한다. 투자자·기업·블록체인 개발자는 각기 다른 규제·기술 시나리오를 가정한 ‘다중 트랙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제로섬’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경쟁구도’ 속에서 공존하며, 앞으로 5년은 통화 인프라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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