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의 부상과 사회적 함의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 생산부터 소비, 재활용, 폐기까지 전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쓰레기를 덜 버리자’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생산·소비 패턴을 다시 설계하려는 근본적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등의 문제가 한층 심각해진 상황에서, 제로웨이스트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법으로 평가됩니다.
이런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단순히 ‘개인적 실천’을 넘어 각종 공공정책, 기업의 ESG 전략, 지역사회 캠페인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서울시의 ‘서울제로마켓’이나 경기도의 ‘배달특급 다회용기’ 도입 사례는 지역 자원순환 시스템에 직접 변화를 주며, 더욱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성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라북도에서 추진 중인 ‘일회용품 없는 전북 만들기’ 같은 자발적 협약들은 각 지역 특성과 맞물려, 새로운 정책 모델로 자리매김 중입니다.
왜 제로웨이스트가 이러한 속도로 확산되고 있을까요? 최근 소비자의 가치관이 ‘착한 소비’나 ‘가치소비’로 급격히 전환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4~2025년 사이, 환경 의식이 높은 MZ세대를 비롯해 다양한 세대가 ‘탄소중립’을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플라스틱 문제 해결이나 다회용기 사용 등 구체적인 실천 가이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73%가 ‘지속가능성’을 제품 구매의 주요 고려 요소로 꼽았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인증 여부’, ‘폐기물 배출량’, ‘리필 시스템 제공’을 구매 요건으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거세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도 ‘친환경’을 마케팅 수단이 아닌 장기 비전으로 삼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제로웨이스트가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별 주체들의 노력이 더 체계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예컨대 공공부문이 친환경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 협약이나 혁신 상품을 내놓아야만, ‘착한 소비’가 일상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단발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와 시민 인식 제고가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별 추진 사례: 서울, 경기도, 전북, 화성시 등
각 지자체들은 지역 특성에 맞춰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제로웨이스트 상점·기업 250곳 발굴을 목표로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인 ‘서울제로마켓’은 무포장·소분 판매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용기를 직접 가져오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세제, 샴푸뿐 아니라 식재료까지 필요한 만큼 구매 가능해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를 크게 줄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과 워크숍, 교육 등을 확대해,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일상생활 전반에 스며들도록 돕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에 다회용기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독자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배달 시 소비자들이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하여, 2021년 3,394건 수준이었던 다회용기 주문이 2024년 41만 2,873건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호응과 함께 배달업체, 음식점, 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업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스테인리스나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용기는 전문 세척 과정을 거쳐 재사용되며, 이에 따른 포인트 적립과 같은 인센티브도 제공해 참여율을 높였습니다.
전라북도는 ‘일회용품 없는 전북 만들기’를 내걸고 지역 내 주요 기관·기업·단체와 자발적 협약을 맺어, 공공장소나 축제,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5년 4월에는 김제시와 순창군이 합류해 ‘제로웨이스트 축제’나 ‘공공장례식장 다회용기 도입’ 같은 신규 모델을 적용 중입니다. 또한 현대자동차, 전북은행 등 지역 기반 기업도 사내 카페나 구내식당 등에서 다회용컵 사용을 의무화해, 임직원의 인식 개선과 실천을 동시에 끌어내고 있습니다.
화성시는 환경재단 주도로 ‘2025 제로웨이스트 실천 지원 사업’을 시행하여 무포장 판매, 소분판매, 친환경 포장재 사용 등 다양한 폐기물 저감 아이디어를 내놓는 매장 10곳을 선정해 매장당 최대 300만 원을 지원합니다. 이와 함께 경영·회계 교육, 홍보물 제작, 선진사례 견학 등을 제공함으로써, 제로웨이스트가 단기적 유행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례들을 통해, 제로웨이스트가 실제 소비 현장에 안착하려면 지자체와 민간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목표와 더불어, 가정이나 사무실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구체적인 실천이 이뤄지도록 마케팅과 제도적 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과와 통계: 확산되는 다회용기와 포장 줄이기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국내 자원순환 및 폐기물 처리 지표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202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쓰레기 매립지의 포화율이 다소 완화되는 추세를 보였으며, 특히 수도권 쓰레기매립지의 2024년 대비 2025년 포화도 증가율이 1.8% 정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소폭의 변화라도, 여러 지자체가 동시에 추진한 제로웨이스트 정책과 소비자 인식 전환의 결과라는 해석이 제기됩니다.
또한 배달 산업에서의 다회용기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배달 쓰레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배출량이 일부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경기연구원의 2025년 하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내 배달 음식을 통한 일회용 쓰레기 배출량이 전년 대비 약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배달 관련 업계의 협조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 그리고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 어우러져야 가능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표는 2025년 기준 주요 지자체의 다회용기 및 무포장 매장 운영 현황 추이를 요약한 것입니다. 이 수치는 각 지자체의 공식 발표 및 언론 보도를 종합한 것이며, 실제 숫자는 시점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지역 | 주도 정책 | 2021년 사례 수(점) | 2024년 사례 수(점) | 2025년 목표 (점) |
---|---|---|---|---|
서울시 | 서울제로마켓 등 | 30 | 150 | 250 |
경기도 | 배달특급 다회용기 도입 | 10 | 120 | 200 |
전라북도 | 일회용품 없는 전북 만들기 | 5 | 90 | 150 |
화성시 | 제로웨이스트 실천 지원 사업 | – | 10 | 20 |
위 표를 보면, 서울시는 이미 2024년 150곳의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확보했고 2025년에는 250곳 발굴을 목표로 하면서 적극적인 확산 계획을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경기도 역시 배달특급 다회용기 사용자 확대 정책을 바탕으로 2025년에 200곳 이상의 관련 매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북과 화성시 등도 점진적이지만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며, 지역 특성에 맞춰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데이터는 제로웨이스트가 지역사회에 실제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그 속도를 더 높이고 장기적인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뿐 아니라 법·제도적 장치, 그리고 기업·기관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미래 과제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없애는 데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의 방식, 도시계획, 사회 인식 등 다방면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가치’를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움직임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도시 정책의 한 축으로 정착하려면, 다음과 같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첫째, 정책적 연속성의 확보입니다. 지자체별로 우수 사례가 나오더라도 정부나 시·도 차원의 지원 예산, 제도 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무포장·리필 가게 운영이나 다회용기 회수·세척 센터를 지원하는 법적·재정적 근거가 있어야만,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상시 정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둘째, 시민 인식 제고 및 참여 유도가 필수입니다. 아직까지는 개인이 용기를 직접 챙기는 일이나 배달 시 다회용기 옵션을 선택하는 과정을 다소 번거롭게 느끼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기업, 학교 등이 협력하여 적극적인 홍보 활동과 교육을 진행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인센티브나 포인트 제도가 자리 잡으면, 시민들의 참여 동기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셋째, 기업과 민간 부분의 혁신이 뒤따라야 합니다. 배달 앱, 유통 기업, 외식업체 등이 친환경 포장재 사용과 용기 회수 시스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이를 통해 비용 절감 효과와 이미지 상승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배달 특급처럼 사용자가 다회용기를 선택하면 일정 포인트를 적립받고, 사용된 용기는 전문 세척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는 투명한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기업에겐 친환경 이미지 제고, 소비자에겐 편의성과 비용 절감이라는 ‘윈윈’ 효과가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확산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합니다. 제로웨이스트는 결코 단기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환경적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선 학계, 시민단체, 공공기관,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10년·20년 이상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계속 점검·개선해 나가야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